[Opinion] 잃어버린 나를 찾는 주문 - 해피 해피 브레드 [영화]

글 입력 2022.02.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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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젊은 부부 '리에'와 '미즈시마'가 운영하는 츠키우라의 작은 카페 '마니'를 방문한 손님들의 사연을 그린다. 사연에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츠키우라의 풍경이 청량한 감성으로 그려져 힐링을 선사한다. 손님들은 리에가 내려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미즈시마가 정성스레 만든 빵을 먹으며 위로받는다. 음식을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온기를 느낀 건, 사소한 일상 속 잊고 있던 감정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마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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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가 어릴 적 좋아한 동화책 『달과 마니』. 이 책의 주인공 '마니'는 리에 자신을 상징한다. 그녀는 삶 속에서 자신의 마니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차가운 현실에 상처 입고 마니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런 그녀에게 미즈시마는 츠키우라에 가자고 손을 내민다. 밤에 달이 예쁘게 뜨는 자리에 '마니'라는 카페를 열고 둘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발버둥 친 사람은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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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처럼 마음이 텅 비어버린 손님들이 마니를 찾는다. 첫 손님 '가오리'는 실연의 아픔을 갖고 마니에 방문한다. 그녀는 늦은 밤 맨발로 숲을 헤집어 다니거나 호수에 빠져 흠뻑 젖은 채로 돌아오는 등 아픔에 발버둥 친다. 그 모습을 마니의 단골손님 '도키오'가 목격하고 대화를 나누게 되며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발버둥 쳐 본 사람이 아니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발버둥 치고 발버둥 쳐서 조금 창피당한들.

 


가오리의 생일날, 카페 마니는 특별한 구겔호프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빵을 나눠 먹으며 가오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마니를 찾겠다는 말을 남기며, 도키오와 함께 도쿄로 돌아가는 뒷모습엔 꽉 채워진 마음이 있었다.


 


나는 같이 울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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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손님 '미쿠'는 부모의 이혼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다. 미쿠는 엄마가 만든 호박 포타주를 먹고 싶다며 그리움을 에둘러 표현하고, 아빠는 그런 딸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없어 안타까워한다. 카페 마니의 특별한 저녁 덕분에 서로의 아픔을 마주 보게 된 부녀는 끌어안으며 펑펑 운다.


 
"나 아빠랑 같이 울고 싶었어"
 


미쿠의 울고 싶었단 말은 슬픔은 같이 나눠야 가벼워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딸은 아빠를 미워한 게 아니다. 엄마가 떠나서 아빠도 똑같이 슬펐다는 걸 알아서 위로해 주고 싶었다. 다만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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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눈보라가 치던 밤, 세 번째 손님인 노부부가 마니를 찾는다. 부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할아버지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와 함께 생을 끝내려 카페를 떠나버린다. 그런 할아버지를 미즈시마가 멈춰 세우고, 생전 빵을 좋아하지 않았던 할머니가 빵을 한 입 베어 먹는다. 그리고 "이 빵을 내일도 먹고 싶다"고 진심을 고백한다. 할아버지는 사람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변한다는 걸, 자기 생각과 달리 할머니는 살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사람이 생전 먹지 않던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나는 부끄러우면서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사람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계속 변하는구나...
 


그들은 계획을 수정해 마니에서 며칠을 더 머무른다. 부부의 정성스러운 노력 덕분에 마음을 정리한 노부부는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미즈시마는 할아버지께 만들어준 빵 '캄파뉴'의 뜻이 '동료'이자 '가족의 시작'이라 알려준다. 몇 달 후, 할아버지의 편지가 도착한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자신은 목욕탕을 다시 운영하고 있으며, 마니에서의 시간이 행복했다는 내용의 편지다.

 

 

 

진짜 행복의 주문 "찾았다, 마니!"



노부부가 마니에서 지내던 어느 날, 『달과 마니』를 읽은 할머니는 책을 꼭 끌어안으며 혼잣말한다.


 
달님이 있어서 마니가 있고, 마니가 있어서 달님이 있네.
 

 

할머니의 말에 리에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녀는 잊고 살았던 마니의 존재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츠키우라에 크고 하얀 보름달이 뜨던 밤, 리에는 미즈시마에게 "고맙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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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상상 속 이미지를 구현해내고,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깊이 묘사한다. 덕분에 같지만 다른 두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설은 영화에서 물음표가 떠오르는 장면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왜 미즈시마는 리에에게 츠키우라로 떠나자고 말했는지, 왜 리에는 그를 따라나섰는지, 『달과 마니』는 어떤 내용인지 모두 서술되어 있다. 특히, <낙엽송처럼 너를 사랑해>라는 제목의 미즈시마 일기가 부록처럼 수록돼 그의 진실한 마음도 느낄 수 있다.


『달과 마니』를 읽은 미즈시마는 이렇게 말한다.


 

'마니'는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없다면 절대로 손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리에 씨의 슬픔이 너무나도 깊다는 생각에 나는 떨면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리에 씨가 한 많은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리에 씨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거라고만 여겼는데 그건 얕은 생각이었습니다. - p. 192~193

 


리에는 미즈시마가 아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마니가 없다고 말했던 이유, 그건 더는 내가 나로 서 있을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자신을 부정할 수밖에 없던 리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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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와 마니를 찾은 손님들 덕분에 리에는 자신을 되찾는다.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던 날, 그녀에게 작은 생명도 찾아온다. 리에는 환한 미소로 남편에게 달려가 배를 가리키며 소식을 전한다.

 

"찾았다, 마니!"

 

가슴 깊숙이 행복을 느끼자 나오는 '진짜 웃음'이었다.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리에를 보며 저렇게 웃고 싶다, 아니 웃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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