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하는 법, '이프 온리' [영화]

소중함을 잊은 그대에게
글 입력 2022.02.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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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로 회자되고 있는 ‘이프 온리’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96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 타임 안에서 영화 ‘이프 온리’가 가져다주는 여운은 깊다.

 

이안과 사만다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만다는 이안에게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하기 싫어하고, 애인보다는 회사가 1순위인 이안에게 사만다는 늘 섭섭함을 느껴왔다. 그저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만다와 달리 이안은 사랑에 최선은 없어 보였다.

 

이안은 바쁜 회사생활, 타인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며 개인사는 그저 개인이 해결하고 견뎌내야 하는 것일 뿐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는, 심지어 연인인 사만다에게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그에게 먼저 다가가 힘이 되어주려 하는 사만다, 그런 그녀와 어딘가 감정에 서투른 이안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여기 있다.

 

 

 

영화의 도입부


 

이안은 음악을 하던 사만다가 3년간 준비했던 졸업 콘서트를 잊어버렸다. 또 이안이 중요한 투자 설명회 자료를 두고 갔다고 오해한 사만다가 급하게 이안의 회사로 가져다주게 되지만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 설명회를 망치게 된다. 이후 택시에 탄 이안은 택시 기사에게 그녀를 사랑하지만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때 택시 기사가 전한 말은 ‘그녀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계산 없이 사랑하라’는 말이었다.

 

사만다의 졸업 콘서트가 끝난 후, 이안은 회사 일로 사만다가 아끼는 제자에게도 무관심했다. 콘서트장에서 나와 둘만의 저녁식사를 갖게 되고 이안은 설명회를 망쳐 투자자를 모으지 못한 사실을 말한다. 우리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버텨보자는 억지스러운 말에 사만다는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그와의 연결된 실을 끊어내려 한다.

 

이안은 뛰쳐나가 택시를 타는 사만다를 붙잡아 보지만, ‘11시’가 된 택시는 그대로 출발하게 된다. 그 뒤로 사만다가 탄 택시는 이안의 눈앞에서 사고나게 되고, 이안이 할 수 있던 것은 고작 그녀의 죽음 앞에 무력한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었다.

 

사만다의 입장에서 힘들지만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듯한 남자의 말투와 말은 불만이 가득해보였다. 투자 설명회를 망친 일은 예상치 못한 사만다의 실수이지만, 도우려 했던 사만다의 마음을 이안은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자라서 더 여자의 입장에 감정 이입했을 수도 있지만 항상 먼저 다가가려는 여자의 마음에 남자가 늘 한 걸음 다시 뒤로 물러섰다고 생각하면, 섭섭한 마음은 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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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only...만약에


 

죽었다고 생각한 그녀가 아침에 눈 떠보니 내 옆에 누워있다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사만다가 죽던 날과의 아침과 똑같은 반복되는 상황에 이안은 운명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씩 그 내용의 차이가 있을 뿐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안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하기로 마음먹는다. 둘만의 짧은 여행을 떠나 온전한 그들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하루 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어?”

“뻔한 걸 뭘 물어 정답은 하나인데, 자기하고 보내야지.”

“정말?”

“당연하지”

“같이 있을 거야.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그게 다야? 다른 건?”

“둘이 아닌...하나가 된 느낌. 진정 한마음이 되는 거야. 사소한 것부터...심오한 것 까지. 내 소망처럼 그렇게만 된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사랑해.”

“그거야.”

 

 

둘만의 여행을 떠나 대화를 나누는 이 장면은 이안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택시 기사가 전했던 말처럼 이안이 진정으로 계산 없는 사랑을 사만다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사만다의 졸업 콘서트에서는 그동안 자신에게 들려주지 않았던 사만다의 자작곡을 스스로 부를 수 있도록 이안이 도와주게 된다. 당황해 떨리는 마음도 잠시, 몇 번의 반복되는 전주 끝에 마음을 가다듬고 부른 이안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무사히 졸업 콘서트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시 돌아오는 운명의 굴레 앞에서 이안은 더 늦기 전에 그의 진심을 사만다에게 전하게 된다.

 

 

이프온리2.jpg

  

 

“첫눈에 사랑하게 됐지만, 이제야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게 됐어.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었지.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진정 사랑했다면 인생을 잘 산 거잖아. 5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 말 안 해도 돼. 이 말 꼭 해주고 싶었어.”

 

 

또다시 11시가 되어가는 택시. 이번에는 그녀와 함께 이안이 택시에 오른다. 영화의 결말부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결말을 모르고 본 나로서는 반전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앞에서 If only, 만약에 다시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왜 하필이면 11시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24시간 중에 1시도 2시도 아닌, 11시. 함께 나란한 모양이다. 숫자에 어떠한 굴곡도 없이 서로 마주하여 나란히 걸을 때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11시가 아니었을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고 있는 당신에게 가장 추천하는 영화 ‘이프 온리’이다.

 

 

 

이윤주.jpg

 

 

[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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