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역시 대부분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74p.
〈영원히 사울 레이터〉라는 도서와 현재 피크닉에서 진행 중인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로 사울 레이터를 알게 되었다. 그가 찍은 수많은 사진을 보며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 사람 왠지 좀 재미있다!'이다.
이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사울 레이터는 다른 사람들이라면 ‘아, 흔들렸다’라며 망설임 없이 휴지통에 넣을 사진들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외에도 뿌옇거나 흐리게 나온 인물, 귀퉁이에 살짝 걸쳐 나온 무언가를 찍은 사진이 많은데, 이를 보고 있자면 '사진이 잘못 찍힌 거 아니야?'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작가는 무얼 찍고자 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의 카메라는 마치 우리의 눈이 항상 주변을 살피듯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일상적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책을 소장하는 게 좋다. 그림을 감상하는 게 좋다. 인생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좋아서 내게 마음써주는 이에게 나도 마음을 준다. 내게는 이것이 성공보다 중요했다.
155p.
한 노래 제목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단어가 있다─위에 첨부한 곡으로 알게 된 단어는 아니나, 이 곡이 사울 레이터의 사진과 어울릴 것 같아 넣어두었다─.
'petrichor'. 비가 올 때 마른 흙이 젖으며 나는 비 냄새를 뜻하는 말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사울 레이터의 작품에서 어떤 향이 나느냐고 묻는다면 곧바로 축축한 물 향이 난다고 할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자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흙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부러 흙 위를 걷지 않는 이상 그 존재를 느끼기 쉽지 않다. 그렇게 평소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던 흙은 비 오는 날이면 '나 여기 있어!'라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비가 묻은 자신의 향을 풍기든, 우리의 신발에 붙어 따라오든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곳들을 생각해보면, 내 작품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136p.
사울 레이터는 수많은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있는 흙을 보고 지나칠 때 홀로 걸음을 멈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꼭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
만약 예술가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면, 아마 그 특별한 능력은 미친듯한 손재주도, 누군가를 능가하는 어떤 스킬도 아닌 평범한 무언가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공개된 부분이 현실 세계의 전부인 척하는 것을 좋아한다.
168p.
위 문장은 왠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말이 아닐까 했다.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자면 사실 우리의 일상은 늘 밝거나 화려하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우리의 피드를 채우는 것은 대개 아름다운 것들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나는 왜 저렇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실은 마냥 멋있어 보이는 그 또한 모든 일상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은 다른 사람들은 굳이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모습, 즉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를 담고 있는 듯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무던한 일상을 찍어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도 이렇게나 다채로운 일들이 많지 않니?'라며 얘기를 건네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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