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빛'의 또 다른 이름 -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전시]

예술에 담긴 '빛'을 보다
글 입력 2022.01.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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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탐구해온 예술가 43명의 작품을 전시한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오는 5월 8일까지 열린다.

 

총 110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테이트 미술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16개의 섹션을 통해 미술사, 문명사, 인류사, 과학사를 포괄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대표적 예술가로는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의 영감을 준 우주적 작가 '윌리엄 블레이크', 일본 나오시마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 섬으로 만든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 인상주의를 시작하고 구현해낸 '클로드 모네' 등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은 '빛'을 탐색하고 표현하려 노력해왔다. 때로는 종교적 의미로 빛을 해석하기도 하고, 빛의 속성을 파헤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기도 하는 등 '빛'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그래서인지 전시를 관람하면 할수록 '이토록 다양하고 기발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빛'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고 공감했던 작품들과 함께 그 안에서 내가 느끼고 발견했던 '빛'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소개해 본다.

 

 

 

"빛 =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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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브렛,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1871.

 

 

'빛의 인상' 섹션에서는 존 브렛, 클로드 모네,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레 등 '인상주의'로 알려진 예술가들의 탐구에 주목했다. 이들은 빛의 효과와 정서적 속성을 포착하는 한편 당시의 풍경 화가들과 달리 작품 자체를 야외에서 작업하며 빛과 대기, 움직임의 순간적 효과를 기록하고자 했다.


빛은 곧 분위기다. 만약 빛이 없다면 따뜻함과 차가움, 부드러움과 스산함, 장엄함과 경외함 등의 분위기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빛은 분위기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클로드 모네는 동일한 주제를 여러 차례 그려냄으로써 시간의 경과에 따라 뭉개지고, 흩어지고, 녹아드는 빛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담아내기도 했다.

 

아마 빛을 담아낸다는 건 마치 기상청처럼 그날의 날씨를, 분위기를, 일상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빛 =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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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저녁 6시], 2000-6.

 

 

살아가면서 우리는 실내에서 빛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빛'은 자연적임을 의미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지만, '실내'는 반대로 매우 인공적임을 뜻하는 단어다. 이 모순된 두 가지의 단어가 합쳐져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게 참 재미있었다.

 

게다가 특정 순간에 고정된 빛은 우리에게 시간을 인식하게 해준다. 결국, 보이지 않는 것(빛)으로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것(시간)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빛과 시간을 동시에 표현해 낸 작품이 있다. '필립 파레노'의 [저녁 6시]는 카펫 위에 그려진 무늬를 통해 저녁 6시, 창문 너머로 들어온 '빛'과 '그림자'의 작용을 암시한다. 그러나 카펫은 항상 창문이 없는 공간에 전시되며 그 이미지 자체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작품을 통해서 무형의 존재인 '빛'을 유형의 형태로 고정해두고 싶은 작가의 간절한 바람처럼 느껴졌다.

 

 


"빛 =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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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터렐, [레이마르, 파랑], 1969.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엔 빛은 너무나 명확한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빛'이라는 환상을 증명해 내기 위해 흔적을 뒤쫓고, 형태를 변화시키고, 관객을 참여시킨다.

 

관객들은 작품의 감상자이자, 참여자가 되면서 빛과 함께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잠시나마 '빛'이라는 환상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다.


항공기 조종사였던 '제임스 터렐'은 빛과 공간을 이용하여 자신이 경험한 대기의 환경을 다뤘다. 그의 작품인 [레이마르, 파랑]은 격벽 뒤에 푸른색의 형광등을 설치하여 마치 벽이 전시실 뒤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빛을 통해서 공간을 인지하는 한편, 인간이 가진 인식의 한계까지도 깨닫게 된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게 빛이라는 환상을 이해하고픈 인간의 부질없는 발버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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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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