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함께 걷는 미술관 여행 -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글 입력 2022.01.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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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 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듣는 동안 눈이 반짝이고 머릿속은 상상으로 분주해지는 이야기들. 이럴 때면 어떤 이야기를 듣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그 이야기를 해주는지 그 존재도 무척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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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는 여행사 유로자전거나라의 가이드들이 미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면서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들을 하루에 하나씩 머리맡에 놓아준다. 나는 이 점에서 이 책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다. 우연히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고, 잊지 못할 하루들을 쌓아가면서 생각했다. 가이드야말로 너무 어려워 머리가 아프지도, 너무 얕아 아쉽지도 않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한가득 품고 다니는 이야기꾼이라고 말이다.

 

 

 

처음 만난 환희,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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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홀로 떠난 여행지는 로마였다. 먼저 다녀온 친구는 로마가 생각보다 별로이니 많은 날을 보내긴 아깝다고 말했지만, 나에겐 완전히 달랐다. 걷는 곳곳 역사의 흔적이 남은 도시, 수천 년 전 그곳을 걸었을 사람들과 과거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로마에는 그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유일함이 있다. 바로 바티칸이다.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에서의 경험은 생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어떤 것이었다. 종교와 예술이 부드럽게 하나가 되는 바티칸. 르네상스 세 거장의 작품을 비롯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7만점이 넘는 작품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국가, 바티칸 시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유로자전거나라의 가이드 투어가 바티칸에서의 경험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에서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건 교황의 집무실이자 서명의 방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공간에서 만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다.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주문에 라파엘로는 철학, 신학, 법학, 문학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고, 철학을 담은 그림이 바로 <아테네 학당>이다.


그림의 한가운데 하늘을 가리키며 이데아를 말하는 플라톤과 반대로 땅을 가리키며 현실을 말하는 아리스토텔레스. 그들을 비롯해 유클리드, 헤라클레이토스, 히파티아를 비롯한 54명의 철학자들의 모습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들의 사상을 탐구하고, 각자 포즈와 주위 인물과의 관계 등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습이 특히 재미있다. 배경지식 없이 작품을 볼 때 마음껏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볼 때면 작가의 삶을 떠올리며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다.

 

 

 

르네상스의 꽃이 피다,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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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이어 피렌체로 걸음을 옮겨본다. 메시지 전달이 중심이 되어 작가는 그늘에 가려졌던 중세의 시기를 지나,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시대의 정신을 다시금 떠올리며 새로운 희망이 꽃피우던 르네상스. 유명한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들이 편히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보냈고, 그만큼 다채로운 작품이 도시를 채운 피렌체다.

 

르네상스 회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가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를 만날 수 있다. <수태고지>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와 예수를 낳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이를 작품에 담았다.


그중에도 다빈치의 <수태고지>는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가 자라온 토스카나의 풍경이 담긴 배경 묘사가 얼마나 섬세한지 놀랍다. 천사의 날개 또한 새의 것을 정밀하게 바라보고 그린 모습으로, 다빈치의 장점인 관찰력이 두드러지는 그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작품이 전시될 공간과 위치, 관람자의 시선을 고려한 구도다. 언뜻 보기에 마리아와 건물 배경의 비례가 이상한 듯 보이지만, 오른쪽 아래에 앉아 바라보면 비율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성당의 오른쪽 벽에 걸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림을 만났던 경험도 참 좋았지만, 그때 들었던 그림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긴 어려웠다. 그 점에서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시 한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 걷는 이탈리아


 

같이 감상해 본 로마와 피렌체를 비롯해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의 도시 곳곳을 만날 수 있는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였다. 오랜 시간 이탈리아에 머무르며 지역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 그 이야기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이드를 따라 여행길에 올라보길 권한다.


가이드와의 여행에는 특별함이 있다. 가이드는 매일 사는 곳, 반복해서 방문하며 누구보다 잘 아는 길목일 것이다. 반대로 여행객에게는 어쩌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날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날. 나에게 아주 친숙한 곳을, 딱 한 번 방문할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관찰하고,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또 골라 선물하는 마음. 최대치의 감동과 환희를 전해주고 싶어 작가의 삶과 정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전시 동선을 구성하고, 투어의 기승전결을 고민하는 시간들. 가이드들의 따뜻한 마음과 열정이 코 끝까지 느껴지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게 가이드와의 여행을 추천한다.

 

책으로 이탈리아를 만나보고, 직접 가이드과 발맞춰 걷는 날을 기다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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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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