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르바이트만 하는 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문화 전반]

더 이상 ‘일’을 ‘일’로 봐서는 안 된다
글 입력 2022.01.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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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간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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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편의점 점원으로 세상의 부품이 된다. 36살, 미혼, 취업 대신 18년째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삶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낀다.

 

'지난 2주 동안 열네 번이나 왜 결혼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왜 아르바이트를 해?”라는 질문은 열두 번 받았다.'

 

적당한 나이에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린 보통 사람들은 그런 존재를 가만두지 않는다. 기분 나쁜 관심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너는 '보통'인간이 아니라고 세상의 이물질이 되지 않으려면 고쳐야한다고 강요한다.

 

결국, 그녀는 간섭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자신을 바꾸기로 한다. 정형화된 사회에 반하는 ‘사라하’와 그럴싸한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동거까지 시작한다. 동물이자 부적응자로 들키지 않고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모방한다. 그냥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독신인 채로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고치지 못해 안달일까.

 

 

 

나를 위해 일하기


 

후루쿠라처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프리터’라고 일컫는다. 프리터는 free(자유)와 arbeiter(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1990년대 버블경제로 취업한파가 심각했던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취업난으로 2∼3개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빈번하다. 프리터는 취업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택한 ‘비자발적’ 프리터와 조직 생활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소득으로 자신의 취미나 문화생활에 집중하는 ‘자발적’ 프리터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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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준: 대학원가서 공부를 좀 더 하든지 아니면 취업준비를 좀 하든지 제대로 된 직업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

 

린이: 왜?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경준아 너 나를 하나도 모르는 거 같아.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경준이 네가 날 제일 모르는 거 같아. 나는 뭘 많이 가지는 거보다 내가 필요한 거만 가지고 살 거야. 남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다 가질 필요도 없고, 그런 인생은 그냥 나한테 맞지도 않아. 그래서 직업을 하나로 정해서 오래 다니거나 그럴 생각이 없어. 적게 벌어도 시간이 많은 게 좋고 번듯한 직업이 없어도 소소하게 내 생활 이어나가는 게 좋아. 너 이런 나를 정말 몰라?


경준: 모르는 게 아니라 걱정하는 거야


린이: 걱정을 왜 하는데. 괜찮아 나, 경준아. 나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고, 그런 지금의 내가 난 너무 좋아. 난 네가 왜 그렇게까지 날 걱정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서린이(소주연)는 ‘자발적’ 프리터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사는 안정적인 삶’ 대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을 살겠다는 신념으로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으로 생활한다.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만, 오래된 연인 경준과 ‘일’과 ‘결혼’ 문제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경준은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서린을 이해하지 못한다.

 

평생을 직장에 몸 바쳐 일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개인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즘 세대는 자기 계발과 워라밸을 우선시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노동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한다. 자발적 프리터의 흐름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1인 미디어, 유튜버처럼 자신을 브랜드화시키기도 한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프리터족의 40%가 자발적 프리터다. 과감하게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여가생활을 보장받는다. 나와 일 사이에서 내가 우선시된다. 이들에게 더 이상 일에 쫓기지 않고 주체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백수가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일컫는다. 프리터처럼 경제 불황과 평생직장의 문화가 깨지면서 나타난 노동의 새로운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두 집단을 경제 성장력을 감소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개개인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포기자', ‘사회 실패자’라는 결과만 보고 부정적인 존재로 여긴다. 취업을 강요하고 쓸데없는 간섭과 안쓰러운 시선이 가득한 세상에서 ‘자발적 프리터’와 ‘니트족’의 삶은 자유롭지 못하다.

 

 

<니트생활자>: 백수들을 위한 가짜회사를 만든 비영리단체

 


  

 

‘고정된 직업이 없어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청년 백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설립된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는 가짜회사 ‘니트컴퍼니’를 만들었다. 월급 대신 무직 청년들에게 동료를 만들어주고 소속감을 더한다. 조직생활의 압박감은 없다. 어떤 업무를 할지도 자유다.

 

 

“일부 사람이 니트컴퍼니의 목표가 청년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거냐고 묻는데 그건 아니에요. 오히려 기업이나 특정 조직에 소속돼야만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에 가까워요. 무업 상태가 비록 익숙하지 않은 삶이지만 모든 사람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어요.”

 

- 니트 생활자 박은미 대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인터뷰 중

 

 

사람은 돈을 벌어야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니트컴퍼니에서 청년들은 사소하지만,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이어간다. 스스로 정한 업무를 해냈을 때의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사회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감을 되찾는다. 

 


<사회비행자>: 사회 비(非)적응자들의 행복과 자립을 위하는 곳

 


 

 

사회적기업 ‘사회비행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존재 그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으로 니트족과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안전망을 확충하고 일하는 백수,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있는 일을 추구하는 자율적이거나 공공적인 일, 혹은 그 경계에서 일하지만 고정된 수입이 없어 생계에 어려움이 있는 ‘활동형 니트’라는 개념을 정의하기도 했다.

 

전국의 122만 명, 약 20%가 니트족인 비노동시대에서 일의 다양한 방식과 노동의 새로운 관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사회적으로 도태된 상태가 아니다. 사회와의 연결고리에서 일만 빠졌을 뿐이다. 사람들과 유의미한 관계를 형성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지금보다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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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발달하지 못했다. 자신이 겪어온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꼰대'적 사상은 만연하다. 세상이 요구하는 규격에 맞추지 않으면, 사회구성원에서 배제하고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보인다. 그들은 속절없이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정해진 길을 가지 않는다. 취업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일’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과 ‘일’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주목하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다. 모두 나름의 목표와 이유를 가지고 열심히 삶을 꾸려나간다.

 

더 이상 틀에 박힌 사고로 상대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의 가치관으로 상대방을 규정하기보다 그 사람의 온전한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좋은 사회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서로의 삶을 든든하게 응원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이, 직업 등을 기준으로 획일화된 조건을 요구하지 않고 일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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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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