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연말결산

2021년의 나와 나의 글을 돌아보며
글 입력 2022.01.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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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짧은데 일주일은 길고, 한 달은 긴데 일 년은 짧다. 그렇게 또 한 해가 흘렀다. 이제 한 해가 넘어가 스물 네 살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꿈꿨던 스물 네 살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냥 그때 모습 그대로 나이만 먹었다.


2021년은 지루하고 잔잔했음에도 빠르게 지나갔다. 집 안에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지만 주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주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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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지나보내며 나에 대해 꽤 많은 것들을 새로 알았다. 사실은 내가 꽤 계획적인 사람이었다는 것부터, 혼잣말이 많다는 점. 사람에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만나기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고, 말수는 조금 줄었는데 생각은 더 많아졌다.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인 것 같았는데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았고 잔물결이 치듯 잔잔했다. 얼핏 보면 그대로인 것들이 나만 알아 볼 수 있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새로운 해를 잘 계획하기 위해 지난해를 돌아보고 한 해를 정리해보려 한다.

 

 


Q1. 최근의 고민은 무엇인지?



이제 곧 대학을 떠난다. 후련하기보단 아쉽고, 아쉬움보다도 걱정이 앞선다.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선배들이 말하길 대학이라는 울타리에 있을 때가 마음이 편하다며, 취업을 준비하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로 있는 때가 가장 초조하다 했다.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일 한번 해보지 않은 손으로 연장하나 없이 밭을 갈러온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실 아직까진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 노력들을 후회하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고, 반복되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 설렌다. 어떤 위기가 닥치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Q2. 지난 일 년 동안 본인에게 찾아온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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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사를 했다. 이사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 새로운 환경이 아직도 꽤 낯설다.

 

이사를 몇 번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버렸다. 장난감, 고등학교 시절 쓰던 노트, 낡은 필통, 먼지 쌓인 인형, 어릴 적 읽던 책, 큰 책상... 처음엔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버리다보니 금방 익숙해져 많은 것을 스스로 버렸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난 것을 정리하고 버리는 행위가 중요함을 알았다.

 

여담이지만 머릿속 기억을 아름답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망각도 필요하더라.

 

 


Q3. 지난 일 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일



지난 일 년은 큰 굴곡 없는 한 해였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라면 역시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도 스스로 글을 쓰긴 했지만 목적 없이 시작한 글은 늘 끝을 맺지 못하고 그 수명을 다하곤 했다. 그래서 글들을 세상에 보일 수 있도록 해주고, 글을 쓰는 에디터로 만들어준 아트인사이트에서의 경험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Q4. 본인이 일 년 간 쓴 글을 읽은 소감은?



이제껏 기고했던 글들을 읽었다. 처음엔 끝맺지 못한 글들에 매듭을 짓는 심정으로 글을 썼고, 언젠가는 대단한 글을 쓰지 못함에 멈춰 서있었고, 그러다 얼마간은 과제를 하듯 글을 썼다. 그러다가도 글을 쓰고 싶어 다시 노트북을 켜 글을 쓰다 또 맺지 못하고 닫아버리는 날의 반복이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일은 즐거웠다. 썼던 글을 다시 읽는 것도 좋았다. 당시의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걸 보며 이런 생각들을 했었지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글을 쓰다 막힐 때도 예전에 쓰다만 글이나 써놓은 글을 읽곤 하는데, 그러다 대학교 1학년 때 문학 교수님께서 달아주신 피드백을 발견했다.


 

“문장이 유려하면서도 무리가 없습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내용이 깊어서 글을 읽는 시간이 순삭 되었습니다. 글을 읽는 재미가 있어요.

 

다만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고연주 씨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은 내용보다는 형식입니다. 많은 생각들을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으면 더 아름다워지고 더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그러다보면 좋은 글쟁이가 될 수도 있을지.”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내용보다는 형식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고 싶은 말이 늘 많았다. 그런 말들은 글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머릿속과 입가를 맴돌다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내 생각을 완전히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고민을 시원하게 짚어준 피드백을 받고 많은 고민을 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고,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의 나는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글쓴이가 되었을까? 앞으로 써나갈 글들이 나의 성장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성장이 거듭되다보면 어느덧 교수님이 말씀하신 좋은 글쟁이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Q5. 한 해 동안 후회되거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코로나로 놓친 모든 것들이 아쉽다. 물론 그만큼 얻은 것도 있을 테지만 놓친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마지막 대학 생활을 집에서 보낸 것이 가장 아쉽고, 그 때문에 만나지 못한 새로운 인연들이 아쉽다. 대학시절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줄기차게 다녔을지 모르는 여행을 못 간 것이 아쉽고, 그 때문에 만들지 못한 추억들이 아쉽다.

 

매해 지친 시기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소소하게 쌓아놓은 행복한 기억들인데 그런 기억들을 많이 쌓아놓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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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아쉬움들은 전부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에서 온 것들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여행이나 새로운 인연들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Q6.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점



잘 버텨냈음을 칭찬해주고 싶다. 꼭 뭔가를 이뤄내야만 잘한 일인가. 현상 유지도 충분히 칭찬 받을 만하다. 2021년은 유난히 더 지쳤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다.

 

 


Q7.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 졸업을 앞두면서 정말 ‘취준생’이 되었다. 드라마 속 취준생들이 갖은 유혹을 뿌리치고 한 가지 목표에 매달리며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던 간절한 모습이 떠오른다. 나 또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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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은 그냥 평범하다. 남들처럼 시험을 준비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시간들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때문에 반복되고 고된 준비 기간에서 너무 지치지 않고 하던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Q8. 본인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이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최종목표는 늘 ‘내가 정의한 행복에 도달하는 것’이다.

 

사실 아직은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그냥 친구들을 만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엄마와 차를 마실 때 행복을 느낀다. 또 어느 날은 그냥 누웠을 때 이불이 지나치게 포근해 행복하고, 맛있는 간식을 먹을 때도 행복하다. 행복이란 게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서 오곤 한다. 이제껏 일상에서도 수많은 행복을 느껴왔다. 그럼에도 아직도 내가 느껴보지 못한 수많은 행복이 남아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은 행복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을 시도해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이게 진짜 행복인가 싶은 때가 오겠지.


*


이렇게 글을 마치고 보니 한 해가 너무 잔잔하게 흘러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새해에는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면 좋겠다.


새해를 맞아 시집을 몇 권 샀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읽은 김소연 시인의 시집 『수학자의 아침』에 실린 시의 일부를 덧붙이며 2021년의 연말결산을 마무리하려 한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어도 눈치챌 리 없는 스무 살처럼

누군가의 곁에 있더라도 눈치챌 리 없는

스무번째의 스무 살처럼


손을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 사람에게 악기를 선물하게 된다


그러곤


손 위에 손을 포개어 놓고 잠드는 사람이 된다

내 손은 나를 모르므로

순순하고 다정하다


한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는 일

그로 인해 나는 내 방에서 느린 춤을 춘다


그런 일을 겪는다


침묵 속에서 춘 혼자만의 춤과 같이

몹시 보잘것없고도

몹시 그럴듯한 

그런 하루가 다녀간다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스무 번의 스무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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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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