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서 겨울의 양면을 즐기기로 했다 [사람]

글 입력 2021.12.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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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계절은 나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선물한다. 설렘과 두려움, 두려움과 설렘. 나는 이 상반된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매년 겨울을 통해 느끼고 있다. 그리고 해마다 두 가지 감정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큰지 자문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두려움의 감정이 설렘보다 앞서 있을 때가 많았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어릴 적부터 겁이 많던 나는 미지의 세계에 새로이 발을 내딛는 것을 무서워했다. '한 살 더 먹은 내년의 나', '그런 나를 둘러쌀 환경', '새로운 변화'와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과거에 경험해 본 적 없기에 예상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것들은 대개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므로. 새해라는 새로움을 달고 찾아오는 겨울을 온 마음을 다해 반기지 못하고 경계했던 이유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사계절 중에서 겨울을 가장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인정하며 말할 수 없었다. 흰 눈, 겨울 냄새, 훈기, 캐럴, 트리, 붕어빵, 머플러, 눈사람, 겨울 바다, ···. 겨울을 생각하면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기분 좋은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두려움이 오랜 시간 동안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언제쯤이면 두려움이 아닌 설렘과 흥분으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좋아하는 계절을 겨울이라 웃으며 말할 수 있겠지,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면 이런 막연한 사색에 잠기곤 했다.

 

"설렘과 두려움은 함께 찾아올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대화를 나눈 지인이 했던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곱씹었다. 나는 왜 두려움은 빼고 설렘만 취하려고 했을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억 저장소에 있는 단색에 불과했던 구슬이 영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여러 색으로 뒤섞인 구슬이 된다. 주인공인 라일리가 슬픔이라는 아픈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성장해 나간다.

 

부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 전, "I'm nervous"가 아닌 "I'm excited"를 속으로 외며 마음의 주문을 거는 나의 루틴이 떠오른 것도 같은 이유이다. 떨리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설레고 잘 해내고 싶어서 떨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그때부터 한결 안정되고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된다.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12월의 끝자락인 지금, 이전과는 달리 설레는 마음으로 내년과 내년의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어떠한 내가 되어야지, 하며 이상형을 정의하기보다는 '한 살 더 먹은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를 순수하게 궁금해하는 중이다.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나는 그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인정했다.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능하면 즐기기로 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후회,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스스로를 향한 자책, 새로운 나이를 맞이하면서 생기는 불안,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걱정. 이 모든 감정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오는 미소, 슬플 때 고이는 눈물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그렇게 내 마음속 두려움을 인정하니, 올겨울이 지난 겨울처럼 무겁디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다. 둘 중 한 가지의 감정이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설렘과 두려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사이 좋게 공생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나름 만족스럽다. 두렵다는 것은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그만큼 진심이고 진지하다는 뜻이고, 설렌다는 것은 미래를 기다리며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겨울은 올해와 내년을 잇고, 또 내년과 후년을 이어준다. '잇다'와 '분리되다'라는 모순된 의미가 병립해있는 겨울은, '끝'과 '시작'이기도 하다.

 

올해를 끝내면서, 나는 무엇을 끝냈나. 나는 무조건적으로 무언가를 이겨내려는 어리석은 욕심을 끝냈다. 힘들거나 지칠 때는 가끔 항복을 선언하며, 졌다. 나이를 먹는 것이 무섭고 새해가 두려워 생겼던 부정적인 감정 역시, 마음속에서 삭제하려고 발버둥 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마음 편해지고자 하는 타협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안에 다양한 감정이 흐르도록 자연스럽게 방치하는 것이 보다 더 다채롭게 삶을 즐기고, 진정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에 나는 '인정하기'를 시작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내 다이어리에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하는 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거나, 혹은 이루지 않은 나를 견딜 수 없어 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자기혐오라는 끔찍한 결론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멋지지 않은 나', '초라한 나', '실패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 모습 역시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일부이므로. 멋있고, 능력 있고, 성공한 모습만이 내가 아니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더라도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설렘과 두려움, 끝과 시작. 모순적이고 상반된 의미로 점철된 겨울. 그 오묘함을 품고 있는 겨울을, 나는 좋아한다. 여러분에게 겨울은 어떠한 의미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가올 내년이 어떻게 느껴질지도. 설렘과 두려움, 그 사이 어디에 있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의 내년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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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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