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한 것을 낯설게 - 초현실주의 거장들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 유럽 전역에서 가장 큰 초현실주의 컬렉션
글 입력 2021.12.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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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포스터_1108.jpg

 

 

네덜란드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초현실주의 컬렉션을 2022년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초현실주의 미술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전시를 찾아가면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를 포함한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원화를 직접 두 눈으로 코앞에서 관람할 수 있다.


 

SECTION 1 : 초현실주의 혁명 Surrealist Revolution

SECTION 2 : 다다와 초현실주의 DADA

SECTION 3 : 꿈꾸는 사유 Dreaming Mind

SECTION 4 : 우연과 비합리성 Chance and the Irrational

SECTION 5 : 욕망 Desire

SECTION 6 : 기묘한 낯익음 Strangely Familiar

 


전시는 위의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초현실주의의 시초가 된 다다이즘 운동부터 초현실주의 이후 싹튼 추상파 운동까지 아우른다.

 

Qpicker라는 가이드 어플로 오디오 도슨트를 들으며 찬찬히 전시를 관람하니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관람의 깊이가 훨씬 깊어지기 때문에 이어폰은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전시관 내에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더 쾌적하고 몰입감 있는,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다.

 

작품 하나하나 오래 서서 쳐다보게 된다. 그러니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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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르통, 초현실주의 선언문, 1924년

 

 

"경이로운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경이로운 것만이 아름답다."

 

- 앙드레 브르통, 1924, 초현실주의 선언문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에 현실에 안주하는 사회를 거부하는 다다이즘 운동이 잊힐 때쯤 파리에서 발생했다. 그 시작은 위에 첨부한 문학가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문이었다.

 

이성, 그리고 이미 인정된 가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유럽의 예술가들은 금기시된 자기 생각과 사고를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꿈, 무의식, 심리적인 자율성을 총동원하였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심리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띈다는 특징이 있다. 마술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은 문학과 시에서 출발했지만, 점점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면서 그림이나 오브제, 영화, 사진 등의 다양한 작품이 창조되었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려고 했던 초현실주의는 당시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크게 기여했고, 이는 미술사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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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머리 속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 1936년



20세기 초반, 유럽은 전쟁과 산업화로 인해 매우 불안한 현실을 마주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안에서 예술가들은 변화와 발전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초현실주의가 발생했다.

 

당시 상황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감정적 불안을 겪는 우리네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20세기 초반의 유럽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안에서 미래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초현실주의 작품에 크게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작품들은 모두 인상 깊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발걸음을 떼기 어려웠던 작품이 있는데, 바로 마르셀 뒤샹의 여행가방 속 상자이다. 선물 가방 같은 이 상자는 다다이즘의 보물 상자라고 한다. '찾아낸 일상용품'을 이용하여 만든 예술작품으로 아름다움, 이성, 질서에 대한 전통적 생각을 뒤흔든 다다주의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자신이 일생동안 작업한 작품을 축소해서 이 가방에 들고 다녔다.

 

1935년부터 이런 상자를 시리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미국과 유럽을 활발히 오갔던 그였기 때문에 이런 기발한 발상이 가능했을 것 같다. 이 가방을 들고 다니며 극장에서 꺼내 보여주었다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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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여행가방 속 상자, 1952년

 

 

초현실주의 그림 앞에 오래 서있으면,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그림 속 작은 형태들이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다. 한 작품에 여러개의 이미지와 장면이 겹쳐져있어 평소 '월리를 찾아라'나 퍼즐 그림, 틀린 그림 찾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꼭 그림 앞에 오래 서서 작가들이 숨겨둔 모든 형태를 찾아보길 바란다. 그림 속 모든 요소에 의미가 있고, 아주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모든 표현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가 숨겨둔 그림 속 암시를 알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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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에른스트, 자연사 시리즈, 나뭇잎의 관습, 1926년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그는 나뭇잎이나 나무 조각 등 무늬가 있는 표면에 종이를 대고 문지르는 프로타주 기법을 창시해 자신의 의식이 작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우연한 효과를 극대화하여 무의식의 이미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그의 콜라주 작품들은 인쇄물에서 오려낸 이미지를 다시 붙인 이음새가 전혀 안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여러 가지 이미지를 교묘하게 콜라주 하여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로 만들었는데, 하나의 이미지에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느낌을 준다.

 

*

 

<초현실주의 거장들>은 주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이다. 이 전시 덕에 원화를 직접 보며 충분히 감상하고 감탄하고 또 온전히 만끽하는 행복을 느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품들이 세밀한 질감과 색감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작품을 그저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꼭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시의 작가들은 세상에서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관습적인 인식과 규정된 모든 것들에 도전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 할 수 있도록 틀을 깼다. 그들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예술을 하고 어떻게 생각을 전환했을까?

  

불확실함 속에서도 절대 안주하지 않고 계속 꿈틀대던 20세기 예술가들을 보며 여전히 불확실한 2022년을 맞이할 힘을 얻는다.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향유하기를 추천한다.

 

 

 

권현정.jpg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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