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파리 리뷰 단편 소설집 -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글 입력 2021.12.1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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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나는 독서에 흥미가 없었다. 책은 나와 평생 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신기하게도 20대 초반 대학교를 휴학하면서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한 작가님의 책이 마음에 들어 그 작가님이 쓴 다른 책 몇 권을 구매했었다. 그중에는 단편 소설집도 있었다. 그렇게 읽어본 단편소설집은 나에게 많은 여운을 주었다.

 

나는 세세한 설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간결하고 짧은 글이 알쏭달쏭했고 인물의 심리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 뒤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그때 단편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긴 호흡의 글과 짧은 호흡의 글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최근에 나는 일이 많이 바빠 책을 읽지 못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내가 읽으려고 구매했던 책들 대부분은 장편이었고 선뜻 펼쳐보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그런데 단편 소설이나 짧은 에세이는 바쁜 하루에 책을 놓지 않고 싶은 나에게 딱 맞겠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다.

 

그렇게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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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들어왔던 단편을 간략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

 

우선 첫 번째는 스티븐 밀하우저의 <하늘을 나는 양탄자>이다. 이 글은 상상을 할 수 있는 문장이 가득하다. 알록달록한 색깔, 귀뚜라미 소리, 고요한 공기 등을 말이다.

 

그리고 나의 과거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뜨거운 여름에 땀범벅이 된 채로 모래를 만지고 있던 내 모습, 개에게 물릴 뻔해서 울면서 뛰었던 순간, 운동장의 먼지, 풀벌레 소리 등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해설에서 말하길 '기억의 대상이 아무리 평범하고 진부하더라도 그 기억과 감정을 심오하게 하고 느껴지게 하고 사실이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정밀함과 축적이다.'라고 한다. 그만큼 이 소설은 나의 잊지 못할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세밀한 감각을 글로 표현했다.

 

20대 후반으로 갈수록 나는 감정이나 경험에 익숙해지거나 무덤덤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제는 충분히 무덤덤해질 수 있을 만큼 연륜이 생겼다는 것이기 때문에 늘 경계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현재의 나도 무뎌지지 말고 나중에 과거를 떠올렸을 때 축적된 것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제임스 설터의 <방콕>이다. 다짜고짜 시작하는 남녀 간의 대화, 불편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끝나지 않는다. 내용 자체는 무엇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지 잘 몰랐는데 해설이 있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제목 역시 왜 <방콕>인지도 알게 됐다. 남자가 선택한 것이 과연 특별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돌이켜본다면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선택에 의구심을 품고 언급을 한다면 분명 흔들리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그만큼 사람은 자기 마음에 대한 확신을 갖기까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짧지만 내 마음에 강하게 남았던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버나드 쿠퍼의 <늙은 새들>이다. 나는 이 부자의 대화를 통해 내 가족을 봤다. 가깝게 지내던 외삼촌이 최근에 입원을 하셨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생긴 병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놀라곤 한다.

 

나의 시간에만 집중하다 보니 내 주변 어른들의 시간 역시 함께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더 나이 들어갈 내 가족들이 이 삶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 삶 속에서 나는 내 가족에게 애정 외에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낼까 봐 무섭기도 하다.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이 세 가지의 단편 외에 나머지 단편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짧은 글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주고 글이란 것은 작가의 개성과 매력이 잘 두드러지는 분야라고 생각하면서 창작의 쉽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삶이 바쁘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렇게 짧은 단편을 보고 일상을 환기시키는 것은 어떨지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 역시 다시 책을 읽을 마음이 가득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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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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