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베토벤의 음악세계를 만나다: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

글 입력 2021.12.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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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에 맞는 공연은 그 해를 시작하는 첫 공연이다. 그런 만큼 개인적으로 1월 공연을 찾을 때에는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가며 뜻깊은 무대를 고르게 된다. 2022년 1월에는 연초에 조금 무대를 쉬어가기 때문에 다른 달에 비해 공연이 많지도 않아서 더더욱 그런 공연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가 있기 마련이다. 추운 겨울일 게 분명한 1월 마지막 주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있을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이 내게는 바로 그런 무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2022년 한 해동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연주를 목표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1월 25일에 첫 번째 무대를 가진 뒤, 4월 6일과 8월 30일에 연이어 공연계획을 잡은 상태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0곡을 2022년 한 해동안 3회에 걸쳐 3~4곡씩 연주할 예정인 것이다. 추운 겨울에 시작해 더운 여름에 끝날 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는, 아무래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큰 과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이 과업을 뛰어난 두 연주자가 만나 함께 그 여정을 밟아나가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여기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2022년 6월, 8월, 11월에 노부스 콰르텟이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노부스 콰르텟으로서도 그리고 솔리스트로서도 온전히 베토벤을 파고드는 2022년을 보낼 예정인 것이다. 한 해를 온전히 베토벤에게 할애하여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연주자를 어찌 들여다보지 않을 수 있을까.


 



PROGRAM


Violin Sonata No.1 in D Major, Op. 12-1

Violin Sonata No.5 in F Major, Op.24 'Spring'

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 30-2

 




2022년 한 해동안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여행의 첫 포문을 여는 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라장조를 선곡하였다. 독주 악기로서 바이올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1번 소나타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전반에 대한 예고편 같은 작품이라 볼 수 있다. 1번을 작곡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베토벤은 여전히 피아노가 바이올린보다 우위에 있는 설정을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작품이기 때문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고자 하는 김영욱 손정범 듀오의 리사이틀 시리즈 전체를 여는 첫 곡으로서 탁월한 선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유니즌으로 힘차고 활기차게 시작한다. 이렇듯 유니즌으로 시작한 1악장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다시금 나뉘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바이올린이 여리게 연주하고 피아노가 이를 후행하는 듯하다가, 이어 피아노가 이끌고 바이올린이 선행하는 피아노를 뒷받침한다. 두 악기 간의 대화 끝에 맞이하는 재현부는 다시금 도입부처럼 생기있고 힘차게 1악장을 끝맺는다.


2악장은 특이하게도 변주곡 형태의 악장이다. 피아노가 첫 선율을 제시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4번의 변주 가운데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서로 주선율과 반주의 역할을 자유분방하게 바꾼다. 부드러움과 강렬함 사이를 넘나들며 베토벤이 일관되게 가져간 것은 바로 2악장의 서정성이다. 이 아름다운 안단테가 끝나면, 뒤이어 리듬감 넘치는 론도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1악장과는 또 다른 생동감으로 가득한 론도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이 종악장 속에는 도입부의 경쾌한 1주제와 다소 부드럽고 완화된 2주제 그리고 온화한 3주제가 들어 있어 관객들의 귀를 아주 즐겁게 해줄 것이다.


*


다음으로 선곡된 곡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바장조, '봄'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바로 그 곡이다. 유명하기 때문에 첫 무대에 선곡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5번이 첫 무대에 연주되는 건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두 번째 공연이 4월, 즉 누가 봐도 봄인 시기에 예정되어 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표제가 '봄'인 이 곡을 1월 말, 즉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한겨울일 게 명백한 시기에 연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은 유명하지만 공연 일정을 생각해보면 이 곡이 이번 무대에 선곡된 것은 굉장히 의외인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이 작품이 선곡되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은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의 첫 무대를 기다리는 재미를 부각시켜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첫 번째 가설은 겨울에 그리는 봄이 더 간절하게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리라는 점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듣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코끝이 시리고 손발이 차가운 한겨울에, 따뜻한 봄 속에서 생명감이 넘치는 봄의 정경을 자연스럽게 그리게 되는 것도 분명 즐거울 것이다. 아직 오지 않았으나, 결국엔 오고야 말 그 봄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추위와 대비되면서 더욱 봄이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본 가설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의 위로다. 2020년 연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끝없이 코로나로 인해 시달렸다.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는 상태로, 제한적이나마 생활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알게 모르게 느끼는 스트레스들로 사람들은 심신이 모두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년을 버텨낸 우리에게는 분명 위로가 필요하다. 지친 지금의 마음을 감싸고, 희망적인 미래를 낙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겨울에 봄을 연주하겠다 마음먹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도 그런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이 아름다운 작품을 연주해주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첫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 다단조다.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머무르던 시기에 작곡된 이 작품은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가는 베토벤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7번 소나타는 베토벤 특유의 음악적인 위트가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그 저변에 깔려있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무거운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져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는 다단조로, 피아노의 아름다우면서도 비장하고 신비스러운 선율로 시작한다. 이를 이어받아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얽혀들며 비장하고 장엄한 전개가 펼쳐진다. 점차 크레센도로 격렬함과 열정이 가득해지는 1악장은 특히 말미의 코다에서 열정의 정점을 찍는다.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는 베토벤이 작곡한 여러 노래 악장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악장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해 비장미가 가득했던 1악장의 분위기에서 확실히 환기된다.


이어지는 3악장은 스케르초로, 굉장히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악장 속에 베토벤만의 음악적 유머와 재치가 가득하다. 3악장을 들으면 베토벤이 청력상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4악장 피날레에서, 베토벤은 다시 다단조로 돌아간다. 1악장에서 표현해냈던 그 자신의 불안감과 혼란스러운 심경으로 회귀한 것이다. 스케르초에서 바로 이어지는 피날레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피아노의 터치로 시작한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선율이 얽혀들며 복잡한 베토벤의 심경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생각들은 해소되어 승화되지 못하고 끝내 격돌하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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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 있는 연주와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이성주의 사사 아래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크리스토퍼 포펜의 사사 아래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쥬네스 국제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1위, 윤이상 국제 콩쿠르 3위, 레오폴드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노부스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베를린 필하모니, 피에르 불레즈 홀, 쾰른 필하모니, 뮌헨 헤라쿨레스홀, 영국 위그모어홀, 비엔나 무직페라인, 콘체르트하우스 등과 같은 세계 굴지의 홀에서 초청되어 연주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또한 각종 콩쿠르에 입상하며 노부스 콰르텟의 입지를 견고히 하는 동시에 솔리스트로서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도 있는 그는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객원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은 2017년 세계 최고 권위 뮌헨 ARD 음악콩쿠르(독일) 피아노 부문에서도 심사 위원 만장 일치로 1위에 올랐고, 해당 부문에서 한국인으론 최초 우승을 거뒀다. 모차르트 고전주의부터 차이콥스키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독창적 해석과 다양한 색깔로 청중을 매료시킨 손정범에게, ARD 콩쿠르 우승 이후 유럽 전역에 끊임없이 연주 요청이 쇄도했다. ARD 콩쿠르와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우승 부상으로 슈투트가르트, 베를린, 보훔, 아헨을 아우르는 독일 리사이틀 투어를 완료했고 아헨 공연 실황은 CD(게뉴인 레이블)로 녹음 발매됐다. 한국에선 롯데콘서트홀에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 협연자로 초대되어 정명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고 2020년 8월 서울시향과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연주한 바 있다.


이처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에게 독일음악 연주에 정평이 나 있는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합류하여 베토벤의 음악세계를 선보일 이 음악 시리즈는 2022년 연간에 걸쳐 손꼽아 기대해도 좋을 무대일 것이다. 치열하고 입체적인 베토벤의 음악세계를 뛰어난 두 비르투오소들이 어떻게 전달해 줄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2년 1월 25일 (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목프로덕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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