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색에 대한 단상 [사람]

선호하는 작품들에 반영된 나의 성격
글 입력 2021.12.0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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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 발을 들인 뒤 다양한 작품을 많이 접하다 보니 그동안 스스로가 은연중에 일관적인 취향을 지녀 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색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나는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을수록 끌린다.

 

간단히 말하자면 흰색이 많이 섞인 파스텔 계열이면서도 너무 강렬하지 않을수록 좋아한다. 왜냐하면 원색에 가깝고 선명한 색상일수록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에너지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고 정신적으로 피로하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빨강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한 줄 알았지만 이번 학기에 색채심리를 수강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메커니즘이 내게 작동되는 까닭이 무엇인지 몇 가지 추론을 해볼 수 있었다.

 

우선 빨강은 지배력과 가장 직결되는 색상임이 밝혀졌다. 가령 경쟁적인 스포츠 환경에서 상대편이 빨강색 유니폼을 입을 경우 사기가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어쩌면 나는 이러한 빨강의 속성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채도가 높은 색상군은 우리를 쉽게 흥분하게 만든다. 나는 스스로가 차분한 상태가 아니면 상당한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원색에 내재된 각성 효과에 유난히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감정적 파도에 휩쓸려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하고 싶지도 않고, 지속 시간에 관계없이 그런 상태에 잠깐이라도 놓이는 게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나는 열정 넘치는 사람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기운 없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어쩐 일인지 작품을 감상할 때도 비슷한 결일수록 안정감을 느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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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는 미술작품 관련해서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앨범은 다 비슷한 방식으로 보정한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 한결같이 뿌연 편이다. 대비를 최대한 낮추면서 노출과 밝기를 높이니 당연한 결과이다.

 

누군가는 나의 이러한 습관을 싫어하겠지만 이 역시 나를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이다. 내 타고난 기질이 자연스럽게 발현되었을 뿐,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몹시 쨍한 색상에 마음이 동하듯이 그저 하나의 기호에 불과하다.

 

내 취향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들의 반응을 보면 내가 조금 특이한 것 같다. 엄마는 내가 괜찮다고 느끼는 작품들이 어떤 유형인지 알기에 나중에 되팔 것을 생각해서라도 나만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은 구매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예뻐 보이지 않아도 나는 현재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난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편안하게 하는 작품들을 보다 가까이에 둬서 위로 받고 싶을 뿐이다. 나의 성격상 굳이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행복감을 얻을 것이다.

 

대학원에 오고 나서 한동안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는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예술에 미쳐 있지도 않고, 좋아하는 장르도 좁은데 미술계에 계속 몸담고 있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혼란스러웠다. 최근까지도 계속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위축되는 상황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속을 끓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괜히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나는 남들이 궁금하지 않더라도 관심분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때 짜릿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미래가 불투명하게만 느껴지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미술계에 내가 설 자리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느 필드나 어차피 살아남기는 똑같이 힘들기에 평생 일할 것이라면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형태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전공을 바꾼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다. 부디 이 업계에 오래 남아서 그러한 마음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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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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