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작도 못 해본 채로 끝난다는 건 [영화]

영화 <키즈리턴>, 키타노 타케시 감독, 1996년 작
글 입력 2021.11.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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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상화된 폭력의 얼굴



학생들은 저들끼리 서열을 매겨 돈을 뺏고, 야쿠자들은 마을 주위를 맴돌며 영역 싸움을 한다.

 

학교 선생들은 말썽 피우는 학생들을 교화하기보다 포기하길 택한다. "자퇴시키는 게 어떨까요." "야쿠자가 되진 않겠죠." "코미디언이라도 해 먹겠죠." 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이미 실패한 인생 취급한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마사루와 신지는 교실 밖을 배회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때운다. 학교 옥상에 가거나,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선생을 조롱하기 위한 인형을 만든다. 그게 재미없어지면 성인영화관에 가거나 카페에 죽치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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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둘은 술집에서 야쿠자 일행을 마주친다. 두목은 "할 수 있는 건 모든 다 해봐. 깡패만 빼고."라며 덕담을 건네지만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두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2. 좌절을 내면화하는 청년들



마사루는 만담을 시작했다가 웃지 않는 후배들을 보고 바로 때려치운다. 다음으로 그가 시도한 것은 권투였다. 마사루는 자신을 때려눕힌 사내가 복서임을 직감하고 복수를 위해 체육관에 등록한다.

 

늘 마사루와 붙어 다니는 신지 또한 권투를 시작한다. 신지는 권투에 소질을 보이며 체육관 관장의 눈에 들게 되고, 마사루는 그런 신지를 통해 스스로가 별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권투 또한 빠르게 포기해버린다.

 

다시 방황하게 된 마사루는 술집에서 만났던 야쿠자 조직에 발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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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 조직원을 살인한 현장에서 두목은 평소 살뜰히 챙기던 카즈오에게 총을 넘겨주며 경찰서에 가라고 한다. 부모의 안부를 물으며 자주 용돈을 쥐여주던 두목은 한순간에 태도를 바꿔 카즈오를 살인자로 만든다.


마사루는 조직생활을 통해 점차 비정한 세계의 법칙을 학습해 간다. 이유 없이 베푸는 선의 따위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터득한다.

 

*

 

별 주관 없이 마사루를 따라다니던 신지는 권투에서 뜻밖의 재능을 찾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기회를 날려버린다.

 

체육관 선배 하야시는 신지의 줏대 없음을 이용해 그를 나락에 빠뜨린다. 하야시는 신지에게 팔꿈치로 상대를 치는 반칙을 비롯해 온갖 편법을 알려준다. 관장의 조언에 따라 술, 담배를 멀리했던 신지는 "관장 말 듣지 말고, 네 줏대대로 행동해"라는 하야시의 말을 듣고부터 엇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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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는 매일같이 신지를 술집에 데려가 음식과 술을 강요한다. 그리고 신지가 체중감량에 어려움을 겪자 기다렸다는 듯이 약을 건넨다. 신지는 하야시가 준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훈련에 어려움을 겪다가 중요한 시합에서도 져버린다.

 

하야시는 선수로서의 수명이 다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후배들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내려놓지 못한다. 전도유망한 이들의 꿈과 가능성을 꺾는 것만이 체육관을 다니는 목적인 것 마냥 그들을 의식하고 견제한다.

 

그것이 쇠락한 그의 삶 속 유일한 즐거움으로 보인다. 이러한 그의 비뚤어진 파괴욕은 신지를 망치고 만다.

 

 

 

3. 뭐 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두 청년의 인생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70% 정도는 끝난 것이라고 본다." - by 감독 키타노 타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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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는 시합에서 패하고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다. 마사루는 조직에서 무참히 쫓겨난다. 마사루가 꿈꿨던 '챔피언'과 '보스'에의 가능성은 그렇게 일말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해야 좋을지 여전히 막막한 원점으로 돌아온 두 사람.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전거를 타고 빙빙 도는 일뿐이다.

 


[유여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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