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한한 우주를 여행하는 '나'의 동반자, '나' - 윤하 6집 'End Theory' [음악]

글 입력 2021.11.2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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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하를 응원해온지 햇수로 어느덧 12년차에 접어들었다. 중학생 때처럼 mp3에 온종일 그의 노래를 담아 듣지는 않지만, 신곡과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찾아 듣고 콘서트 소식과 새로 업로드되는 영상들을 뒤적이곤 한다.

 

사람은 중고등학생 때 좋아하는 음악의 취향을 평생 갖고 살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따져보아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윤하’ 이름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16일, 가수 윤하가 정규 6집 End Theory를 발표했다. 17년에 발표된 정규 5집 이후로 4년 만이다. 그 사이에 미니 앨범 두 장을 발표했지만, 오랜 시간 정규앨범을 기다리던 팬들, 그리고 리스너들에게는 기분 좋은 소식이다.

 

이번 윤하의 6집 앨범은 기존 윤하의 앨범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바로 하나의 강줄기처럼 ‘서로 상통하는 서사’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수록곡들이 모두 뚜렷한 메시지를 향하여 달리는데, 이번 앨범 중 윤하의 자작곡 비율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곧 윤하가 듣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멋지지만은 않은 ‘나’의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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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주로 가사를 통해 서사를 만든다. 이번 6집의 1, 2번 트랙 [P.R.R.W.]와 <나는 계획이 있다>는 앨범 제목의 의미와도 상통하는 의미를 가지며, 앨범이 가진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I won’t know what in the world is going on

결국 끝을 향해 가는 비극이라도

walk and knock the door

 

- 윤하, [P.R.R.W.]

 

 

Go far 멀리 멀리 모험을 시작해 / 계획이 있어 걱정은 마

Go high 높이 높이 바람에 올라타 / 결국엔 만나게 될 거야

 

- 윤하, <나는 계획이 있다>

 

 

내 인생이라는 모험에는 미디어 속 주인공들의 그것처럼 활기찬 일들만 존재하지도, 모든 탐험이 성공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그저 더 멀리, 그리고 높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떠날 뿐이다. 세상이 어딘가로 흘러가는지 몰라도 된다는, 설령 비극이 된다고 해도 그저 스스로 걸어나가는 것만이 불확실한 인생의 확실한 이론, end theory이다.


 

어둠만이 나의 전부였던 동안 / 숨이 벅차도록 달려왔잖아 / Never say “time’s up”

경계의 끝자락 / 내 끝은 아니니까

(..)

Let’s go! 새로운 길의 탐험가 / Beyond the road 껍질을 깨뜨려버리자

두려움은 이제 거둬 / 오로지 나를 믿어 / 지금이 바로 time to fly

(..)

두 눈 앞의 끝, 사뿐 넘어가 / 한계 밖의 trip, 짜릿하잖아

녹이 슨 심장에 쉼 없이 피는 꿈

무모하대도 믿어 난 / 나의 여정을 믿어 난

 

- 윤하, <오르트구름>

 

 

윤하는 모험의 정체, 그리고 결과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신 그 과정과 여행에 임하는 자세를 부각한다. 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모험이 있기에 그 형태는 가지각색이다. 남들의 시선이라는 경계, 나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껍질과 한계를 벗어나며 개인의 여정은 빛을 발한다. 3번 트랙 <오르트구름>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노래한다.


 

Run / Just Run

모든 걸 뚫고 바다로 나아가

It’s time for life

Everything is gonna be all right

난 떠나 / It’s time for life

 

- 윤하, <물의 여행>

 

 

모든 모험의 결과가 하나로 특정될 필요는 없다. ‘It’s time for life’라는 가사처럼, 우리는 힘껏 존재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원하는 길을 걸어 나가면 된다.

 

 

 

모두의 모험을 응원하는 '윤하식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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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윤하는 6집에서 이 모험에 대한 ‘윤하식 위로’를 보낸다. 윤하는 말뿐인 위로를 전하는 대신, 이 모든 상황을 직면하도록 만든다.

 

우리 모두는 의지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각자 자신에게만은 가장 힘든 스스로의 모험을 이어나간다. 6집 타이틀 곡 <별의 조각>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삶 자체를 사랑하려는 어려운 노력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위로는 은은하고 든든한 위로가 된다.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나를 실수했다 해도 /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윤하, <별의 조각>

 

 

더불어 윤하는 리스너 개인의 모험에 ‘동참’한다. 자신의 인생은 오로지 자신만이 구원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때로는 다른 존재의 동행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내가 가는 길에 언제나 함께 해줄 수 있는 존재, 그 어떤 말도 필요 없이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위로를, 윤하는 묵묵히 음악의 형태로 표현해냈다.


 

마음에 마음을 가누려 애를 쓰던 

아이를 안아줄 어른이 되었다는 게 자랑스러워

가끔은 좀 막막해도 견디고

내일을 위해 잠이 들 줄 알아

이젠 울지 않거든

 

- 윤하, <잘 지내>

 

 

윤하의 End Theory 앨범은 인생에서 슬픔과 실패의 존재를 지워버리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실패를 보듬는 것도 나’, ‘실패와 함께 달리는 것도 나’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 음악으로서 묵묵히 함께 한다. 더불어 내일에 대한 자신감을 담고, '곁에 있겠다'는 믿음 어린 메시지로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End theory’라는 이름처럼, 무수한 불확실 안에서 이야기의 끝으로 나와 함께 달려갈, 그 이론의 정답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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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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