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늦가을 낭만의 정취: 앙상블 더 브릿지 제7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21.11.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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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앞.jpg

 


어느덧 코로나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긴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지금에서는 그나마 백신 접종률도 높아졌고 위드 코로나를 시행할 만큼 상황이 비교적 개선되기는 했지만 작년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당장 공연계를 놓고 보았을 때, 작년에 얼마나 많은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 상황이 정말 나아졌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확진자 수가 급증했던 그 당시에 취소되었던 공연들 중에는 정말 기대했던 무대들도 많아서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반복되는 공연 취소로 지쳐가던 내 마음에 단비를 내려주었던 것이, 작년 4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리사이틀이었다. 분명 타이틀은 독주회지만 그는 본인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앙상블 더 브릿지를 함께 무대에 올려 베토벤 작품들로 아주 풍성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세 달 가까이 그 어떤 공연도 볼 수 없어 메말라가던 나에게는 정말 비할 수 없는 해갈의 기쁨을 안겨 준 공연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 개인의 연주도, 앙상블 더 브릿지와 함께 보여준 베토벤 피아노 3중주와 현악 5중주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오아시스 같았던 그 무대를 기억하기에, 다가오는 11월에 예정된 앙상블 더 브릿지의 정기연주회 무대가 굉장히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번 정기연주회는 영국, 독일 그리고 러시아의 낭만을 한껏 보여주는 엘가, 멘델스존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선곡되어 있어 더더욱 궁금했다. 과연 앙상블 더 브릿지는 이번 정기연주회를 통해 무엇을 전해줄까?


 



PROGRAM


E. Elgar

Serenade for Strings in e minor, Op. 20


F.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d minor

Solo Violin 성경주


P. I. Tchaikovsky

“Souvenir de Florence” Op. 70

 




앙상블 더 브릿지는 이번 연주회의 첫 곡으로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마단조를 선곡했다. 엘가 하면 아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랑의 인사나 위풍당당 행진곡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엘가가 작곡가로서 만족을 느낀 최초의 작품이자 오직 현악기들만으로 구성된 이 세레나데를 공연의 첫 곡으로 들려주는 것도 아주 탁월한 선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연주되기 시작하는 순간, 홀에 남아있던 어수선한 분위기는 단숨에 사라지고 관객들은 영국 낭만의 정수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엘가 본인이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인지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현악기의 선율과 화음이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유쾌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시종일관 전해준다. 이 작품이 아내 캐롤라인 앨리스에게 바친 결혼기념일 선물이었다는 점을 유추하면 이 일관되게 유려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바로 이해될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 피아체볼레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전해준다. 이 평화로운 악장에서 비올라는 도입부에서부터 악장이 종결되는 순간까지 오프닝 주제를 반복하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2악장 라르게토는 그야말로 따뜻하고 아름답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바다처럼, 현악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물 밀듯이 밀려오는 악장이다.


마지막 3악장 알레그레토는 활기차고 화려한 피날레라기보다는 목가적인 느낌이 든다. 종악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신기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엘가는 여기에 1악장의 주제를 재현하고 아주 부드럽게 상승하는 소리로 작품을 맺는다.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도 이 음악 자체에 사랑이 그대로 녹아있는, 그야말로 세레나데 그 자체라는 것이 느껴지는 피날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과 현악을 위한 협주곡 라단조다. 멘델스존과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조합만 보고 마단조 바이올린 협주곡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이 작품은 라단조로, 마단조 협주곡 작품의 뛰어난 위명을 넘어서는 인지도를 가진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주 놀랍게도 멘델스존이 고작 열세 살의 나이에 작곡한 작품이다. 자신의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 리츠의 화려한 연주에 감명받아 완성시킨 라단조 바이올린 협주곡은 전통적인 양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속에 격정적인 감정이 녹아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과 현악을 위한 협주곡 라단조의 1악장은 알레그로다. 도입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장조의 분위기는 점차 악장이 전개되면서 사라지고, 어느 순간 단조 특유의 불안한 느낌이 가득한 아르페지오가 주제가 되어 귀를 휘어감는다. 카덴차 없이 흘러가지만, 말미에 이르러 바이올린이 카덴차에 준하는 극적인 마무리를 하고 오케스트라가 이를 이어받아 악장이 종결된다. 2악장 안단테는 1악장보다도 더 긴 길이감을 보여준다. 아주 부드럽고 서정적인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를 거쳐 숨막힐 듯한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이 울려퍼진다. 정말 숨이 멎을 것처럼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 3악장은 다시금 알레그로다. 솔리스트의 빠르고 익살스러운 선율이 주가 되어 시작하는 3악장은 피날레다운 화려함이 녹아있다. 가장 활기 있고 생동감 넘치는 악장이다. 카덴차에서 느껴지는 격정적인 정서와 다이나믹한 선율은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비르투오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카덴차 이후에도 단조의 악상을 이어가는 동시에 상승과 하강의 아르페지오 반복 속에서 솔리스트 파트는 그야말로 끝없이 기교를 보여주게 된다. 그 이후에 장엄한 종결을 맺는 순간, 관객들은 다시금 놀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멘델스존은 어떻게 열 셋의 연치에 완성할 수 있었는지를 상기한다면 말이다.


*


앙상블 더 브릿지는 이번 정기연주회의 마지막 작품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을 선곡하였다. 1부의 두 작품이 현악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작품이라면, 2부의 유일한 작품은 현악 6중주의 구성이다. 현악 6중주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데, 의도치 않게 요즘 들어 현악 6중주 작품이 올려지는 무대들을 찾았다. 이번 앙상블 더 브릿지가 이 작품을 대미를 장식할 곡으로 선곡한 만큼 더더욱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나 피렌체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차이코프스키는 피렌체에 방문한 중에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이 작품 속에 담아냈을 것은 그야말로 피렌체의 느낌일 법도 한데, 사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일련의 정서는 너무나 러시아적이다. 피렌체의 추억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피렌체에서 그가 고국 러시아를 떠올렸던 추억을 집약한 부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처럼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엄밀히 말하면 아닌 셈이다.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는 비장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역동적인 1주제 사이로 부드럽고 우수 어린 2주제가 끼어들고, 마지막은 아주 화려하고 극적이다. 이를 이어받은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에 콘 모토는 평화롭고 따뜻하다. 우아한 바이올린 선율과 부드러운 첼로의 피치카토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2악장의 중반부에 모든 악기가 활 끝으로 연주하는 리듬이 나오는데, 이 리듬이 남부 이탈리아의 민속춤인 타란텔라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고 한다. 이 점이 아마 이 곡에서 느껴지는 이탈리아적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악장 알레그레토 모데라토에서는 다시금 러시아 민요조의 스케르초가 전개된다. 흥겹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다. 마지막 알레그로 비바체에서는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이 이루어져 있다. 1주제는 푸가토로 발전하고, 2주제는 발전되어 격렬한 클라이막스를 찍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데 쓰인다.


이 작품이 가장 기대가 되는 점은, 원곡이 현악 6중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과연 앙상블 더 브릿지가 이 작품을 현악 6중주로 그대로 연주할지 아니면 1부와 마찬가지로 현악 오케스트라로 연주할 지의 여부다. 차이코프스키가 피렌체의 추억을 현악 6중주로 작곡을 완성한 것은 맞지만, 현악 6중주는 그에게 굉장히 낯선 장르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작곡할 때 먼저 관현악용 악보를 작성한 다음 이를 현악 6중주로 재편곡하는 형태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도 피렌체의 추억은 현악 오케스트라로 들려주기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 된 것이다. 11월 20일 공연 당일까지, 이 작품을 어떤 구성으로 앙상블 더 브릿지가 선보일지 상상해보며 무대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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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앙상블 더 브릿지의 이번 정기연주회를 꾸밀 연주자들은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정, 임누리, 옥자인, 김서진, 정민지, 권그림, 변예진이 있고 수석 비올리스트 이신규를 필두로 비올리스트 조재현, 유지숙, 노원빈이 함께 하며 수석 첼리스트 장우리와 더불어 첼리스트 조현지, 조연우, 이성빈이 있고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재복까지 함께 한다. 현악으로 들려줄 풍성한 작품들을 위해 뛰어난 연주자들을 한 데에 모아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2016년 12월에 앙상블 더 브릿지가 창단연주회를 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은 이제 만 5년의 연주활동을 이어온 셈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제7회 정기연주회는 만 5년동안 이어져 온 앙상블 더 브릿지의 연주활동에 방점을 찍고. 6년차 앙상블로 접어들 그들의 연주활동에 대해 관객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낭만시기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선곡하여 무대를 꾸미는 앙상블 더 브릿지의 선택이 참 탁월한 듯하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 조금씩 코끝이 시린 느낌이 들 그 늦가을에 앙상블 더 브릿지가 전해줄 낭만의 절경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11월 20일 (토)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앙상블 더 브릿지 제7회 정기연주회


전석 2만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조인클래식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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