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이여,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음악]

글 입력 2021.11.05 02: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난 가끔 쉽게 망치고 싶어 내가 쌓아온 노력들
누군가는 눈을 가리고 앞을 보는 게 편하다고 말해도
 
- 김뜻돌, <사라져> 中
 
 
안녕하지 못한 청춘은 외롭다. 젊음의 무게를 미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장 난 청춘의 민낯을 드러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청춘이라는 이름 앞에 모든 고민과 고뇌는 가볍고도 당연한 것이 된다.
 
고장 난 나침반을 들고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이 최선이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던 마음은 공허함 속에 서서히 시들었고, 결국 모든 것 앞에 무력해진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도망치기 바빴다. 끝없는 혼란과 불안 속에 어지러워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현실을 부정하며 얼굴을 붉히는 일뿐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러워지는 머릿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당시 내 플레이리스트는 김뜻돌의 노래들로 가득했다.
 
 
 
사이렌을 울리며 나타난 그녀, 김뜻돌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65523375430c253c062a6ac936ea5f3d3404018bc5a57faaaea5e7af015d2ef3e54a378709fb8475b3b74c8d46cc377de2451a4b347604a7cb9292f2cf36ad0c84f0810510a0f3562876a752c84488ad49764bdd99778233421cc15e945831fc.jpg

 
 
김뜻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곡은 <삐뽀삐뽀>였다.
 
'삐뽀 삐뽀, 삐뽀 삐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시작된 노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녀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마음 구석 단단히 박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이야기를 노래하던 그녀의 모습은 꽤나 인상 깊었다.
 
무표정인 듯 아닌 듯 알 수 없는 표정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만 같은 허탈함이 묻어났고, 그런 그녀로부터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돼버렸나
사람들은 이제 내 얘기에 귀를 닫고
시끄러운 뉴스만 진짜는 아니야
 
- 김뜻돌, <삐뽀삐뽀> 中
 
 
'어쩌다 이 지경이 돼버렸나'. 매일 밤 고통에 뒤척이다 지쳤을 때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었다.
 
괜찮지 않은 것이 부끄러워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던 나와 달리, 마치 일기를 쓰듯 솔직하고도 담담하게 현실의 삭막함을 마주하는 노랫말은 그 어떤 위로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다. 그녀가 고장 난 청춘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준 덕분에 나는 더 이상 홀로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삐뽀 삐뽀. 길을 지나가다가 다급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혹시 큰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만약 마음의 생명력을 잃어갈 때 사이렌이 울린다면 타인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부디 무탈하길, 큰 불행이 닥친 것이 아니길 바라며 누군가의 안녕을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비 오는 거리에서 축제를 즐기다

 
 
 
내 인생은 너무 서툴러
하루 이틀 사는 것도 아닌데
계절이 스무 번 바뀌어도
여전히 나만 그대로인 것 같아
 
...
 
그러나 이젠 말하기 입 아프지
나의 부족한 면을 설명하는 일
빛나는 별 보다 빛나는 옷 보다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 김뜻돌,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中
 
 
지난 9월 8일 김뜻돌의 첫 EP 'COBALT'가 발매되었다. 약 1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여전히 서투른 삶을 살고 있다며 안부를 전했다.
 
하지만 공허함만이 가득했던 그녀의 눈은 다시금 빛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이제는 예고 없이 내린 비에도 당황한 기색이 없다. 그녀는 빛나는 별, 빛나는 옷 없이 삶의 폐허를 무대 삼아 춤추는 사람이 되었다. 촌스럽고 투박한 춤사위는 자유 그 자체였다.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구멍 난 우산을 쓸 바엔 마음껏 비를 맞아보자. 그렇게 그녀는 비에 젖어 울상을 짓는 나를 찬찬히 달랬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없이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환영하며 그녀와 함께 춤을 추었다. 비 오는 거리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축제를 열었다.
 
비를 피하기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김뜻돌은 우리를 향해 목청껏 외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마음껏 엉망이 되어보라고. 우산을 벗어던지고 빗속을 달려보라고. 그리고, 비에 젖어 축축해진 옷의 무게를 감내할 용기를 얻으라고.
 
 
 
 
내게서 뺏어가줘
나를 욕할 권리를
내게서 뺏어가줘
나를 망칠 이유를
 
- 김뜻돌, <중요해> 中
 
 
안녕하지 못한 청춘의 곁에서 오늘도 김뜻돌은 노래한다. 부디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사랑해 주길,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다가 미끄러져 엉망이 될지라도 해맑게 웃어 주길 바라면서.
 
오늘도 적막 속에 끝없는 밤을 헤맬 청춘에게 조심스레 김뜻돌의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 그녀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청춘이여,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고 겨울잠에서 깨어나자.

 

 

[정예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45248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2.01.22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