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받아들이기 또는 체념하기 - 가족같이

글 입력 2021.11.0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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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마친 한국의 적당히 평범하고 적당히 사연 많은 집안에 태어난 주인공이 태어나 처음 만난 가족이라는 사회를 겪으며, 가장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이해해봄으로써 괴로움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그저 남의 집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대략 비슷하기에 운이 좋으면 이 작품에서 자신의 가족이 거울처럼 비춰 보이는 순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연극 <가족같이>는 한국의 가족상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의 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클리셰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여기서 클리셰적인 집안이 의미하는 것은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돈을 벌어오진 않지만 돈 쓰는 것을 좋아하고, 노름판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가부장적인 면까지 있는 아버지가 있는 집안이다. 그리고 연극 속 ‘나’는 가장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이해해봄으로써 괴로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받아들이기 또는 체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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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연극을 통해 필자가 받은 메시지다. 가족 구성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인이 집을 나가도 바뀌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갔을 때도 변하지 않는다.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꺾여 집으로 다시 돌아온 부인이 남편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큰아들의 학원비를 대신 전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아버지는 그 돈마저 노름판에서 모두 탕진해버리고 만다. 그 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사라졌던 아버지가 돌아온다. 이제 가족들은 아버지가 사라졌다 돌아와도, 돈을 노름판에 쓰고 와도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연극에서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받아들일 것으로 풀어낸다. 아버지는 ‘평생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사람’임을 가족들은 받아들인다. 연극에서 계속하여 이런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와  별개로, 과연 가족들이 아버지를 이해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단 아버지를 체념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국에도 변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아, 아버지는 끝까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기대와 희망을 그만 접고 체념함으로써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이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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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족을 모으는 것은 무엇일까?’ 연극을 보며 계속하여 생겨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마지막 장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기억’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소위 일진에 찍혔을 때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고, 더 이전에 물에 빠져 죽을 뻔했을 때도 아버지로 인해 생명을 건졌으며, 형이 위험에 빠졌을 때도 아버지는 주저 없이 형을 도왔다. 얼마 되지 않지만, ‘나’가 아버지를 아버지로서 느끼는 기억들이 존재한다.

 

이 기억들은 끝까지 변하지 않는 자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아버지임에도, '나'가 아버지를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극의 집중도를 높이는 두 배우, 그리고 제3의 배우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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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두 배우의 연기로 채워졌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연기상을 받은 배우들답게 다양한 등장인물을 전혀 모자라지 않게 채워냈다. 같은 인물을 두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들의 연기에 흠뻑 젖어 극에 몰입하다 보니 연극은 어느새 끝을 향해있었다.


두 배우와 함께 주목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 바로 ‘조명’이다. 더 넓은 의미에서는 연극을 이루는 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좌석이 채 100석도 안 되는 소극장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수많은 조명과 무대를 꾸민 스탠드 조명,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잘한 소품 등 무대의 모든 것이 연극이 시작되자 진가가 발휘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줄조명은 관객들을 한순간에 우주로 이동시켰고, 벽면에 사각형의 조명을 쏘아 1930년대로 이동시켰으며, 두 배우의 양옆을 지키던 스탠드 조명은 무대를 비추는 빛이자 마이크가 되고, 연극에 필요한 모든 것이 되었다.

 

'연극을 위해 위치한 모든 조명과 소품들이 마치 하나하나 계산되어 움직인다'는 생각은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와 관객을 둘러싼 조명과 연출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 배우들의 연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

 

연극을 전부 관람한 지금, 과연 '나'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완료하고 괴로움을 극복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필자에겐 극복되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연극을 보는 관객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연극 속 가족의 이야기는 클리셰적이고 전하는 메세지는 뚜렷했지만, 관람자가 가진 경험에 따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연극은 극 중 가족들에게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많이 투영시킨다.

 

극 중 가족과 닮은 가족도, 전혀 다른 가족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 집중하다보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뇌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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