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랑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음악]

글 입력 2021.10.22 23:0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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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우울이 나를 찾아왔다.

 

때로는 우울함의 원인이 명확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나도 이유를 모를 때가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은 습관처럼 찾게 되는 음악이 있다. 바로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The Crisis라는 음악이다.


이 음악을 처음 듣게 된 때는 올 해 초였다. 유튜브를 통해 엔니오 모리꼬네의 한 플레이리스트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여러 곡들 중 유난히 이 음악이 귀에 맴돌았고, 그 당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50분정도의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가곤 했는데 그 때 늘 듣던 노래가 바로 The Crisis였다.


그런데 가만히 음악을 듣다가 유난히 선율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낀 구간이 있었다. 특정한 멜로디 구간에서 한 음정이 자꾸만 혼자 엇나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선율이라기보다는 마치 실수로 미끄러진 탓에 원래 쳐야 할 흰 건반 옆, 검은 건반을 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 무지한 내가 감히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음악은 원래 이런 멜로디’ 라는 판단을 내리고서는 넘겨버렸다. ‘원래 엇나가는 멜로디’ 라고 판단하면서도 계속해서 이 음악을 좋아한 이유는 음악을 끝까지 다 들었을 땐, 그 불안정한 음정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음악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불안정한 구간마저 용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유난히 마음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날이었다. 오랜만에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생각났다.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늘 듣던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내가 듣는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은 언제나 The Crisis다. 여전히 특정 구간에서의 불안정한 음정이 귀에 맴돌지만 이제는 그 부분이 이상하지 않았다.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익숙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음정이 엇나가지 않으면 곡이 심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플레이리스트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특정 구간에서 반복되는 이 불안정한 선율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의도라는 것이다. 이 음악이 ost로 삽입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세븐 파운즈>에서 불안정한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로써 그렇게 작곡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음악에 우리의 삶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불안정한 때는 존재한다. 인생이 잘 다듬어진 곡처럼 아름다운 선율로만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행복과 우울의 공존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음악이 말해주고 있다. 때로는 불안정한 구간을 지날지라도 결국엔 하나의 아름다운 곡으로 완성되듯, 우리의 인생 혹은 ‘나’라는 존재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앞으로 또 다시 불안정함은 나를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마저도 용인하며 계속해서 삶을 이어갈 때 진정 아름다운 하나의 삶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괜찮아질 것을 아니까.

 


[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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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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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한날
    • 음악을 들으며 분안정함도 삶의 일부분이다 까지 느끼는 작가님  사고력이 대단하시네요. 오늘같이 비오고 울적한날,  저도 모리꼬네 음악  함 들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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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 우연히 들린 글에서 제가 듣던 영상과 똑같은 걸 보신 거 같아 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타지에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서 댓글을 남기는데 이 댓글이 익명이길 바라며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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