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나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나의 성장 - 웨딩플레이어

글 입력 2021.10.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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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등장인물의 직업은 '웨딩플레이어'일까?

|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 실패를 똑바로 마주하여 얻는 것

 

 

웨딩플레이어 - 티저 스케치 4절 사이즈- 공유용.jpg

 

 

뮤지컬 <웨딩플레이어>에는 박소정 작가, 이유진 작사가, 권새미 작곡가가 참여하였으며, 뮤지컬 <빨래>의 추민하 연출과 뮤지컬 <마타하리>, <팬텀> 등의 베테랑 안무가 홍세정이 함께한다. 더불어 음악감독 이범재가 새롭게 합류하여 음악감독과 편곡을 맡아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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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원 역에는 정연, 최유하, 이시강, 김지훈이 캐스팅되었다.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진행되며 한 명의 매우가 연기, 노래뿐 아니라 피아노 라이브 연주까지 혼자 진행하면서 무대를 빈틈없이 채우는 1인 극으로 진행된다. 또한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주자와 유지원 역을 맡은 배우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보다 동적인 무대를 만든다.


 

"누군가의 결혼을 축하하며,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피아노를 쳐요. 매일 누군가의 새 인생 앞에서 앉아있죠. 웃고 또 웃고 울고 싶은 날에도 치고 또 치고 쉬고 싶은 날에도 누군가의 가장 기쁜 날, 나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쳐요. 웨딩 플레이어.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피아노 반주지만, 웨딩플레이어"

 


무대는 지원이 누군가의 결혼식을 위해 피아노 반주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결혼식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다. 특히 신랑 신부와 그들의 가족들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지원은 그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감정은 숨기고 누군가를 축복을 위해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곳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식 반주 대타를 급하게 구한다. 아픈 손은 핑계이고 이번 결혼식에는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는 듯 매우 초조하게 보인다. 다행히, 친구가 레슨 하는 학생 중에 대타를 맡을 만한 사람이 나타나고, 지원은 곧바로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건다. 이때 대타를 맡은 학생으로 관객석에 앉은 한 명의 관객을 조명으로 비춤으로써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당연히 관객은 결혼식 반주를 해본 적이 없고, 지원은 열심히 결혼식 반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결혼식 반주가 얼마나 모순으로 가득 찬 지에 대해 알 수 있다. 곡이 쓰인 의도 또는 계기가 결혼식장에서 쓰일 음악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이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동시에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모순들이 들어있는지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신랑에게 전화를 받는 순간 어떤 여자의 이름을 듣게 되고 지원의 얼굴이 굳는다. 그 여자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였기 때문이다. 곧이어 그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지원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치는 게 너무 좋아서 피아노를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아버지가 든든하게 지원을 해줬다. 하지만, 피아노를 ‘전공’하는 것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쇼팽을 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가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고, 그는 매일같이 연습하고 좌절하고를 반복했다.

 

하루 10시간씩 매일 같이 연습해서 나간 콩쿠르 당일. 지원은 자신의 앞 차례였던 친구가 자신보다 월등하게 연주를 잘 하는 것을 보고 ‘탈락/실패’라는 결과와 자신이 연습한 시간을 바꾸고 싶지 않아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자신의 차례에 공연장을 뛰쳐나온다. 이 모습에서 지원이 얼마나 피아노를 그저 사랑한 순수한 소년이었음이 드러난다. 또한 그에게 피아노가 애증의 대상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지원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무엇인가가 좋아서 시작하고 나면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면 그것이 나 자신을 괴롭히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타인과의 비교 등 말이다.

 

지원은 원하는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졸업 연주회 직전 여자친구의 파혼 통보로 인해 마음 상태는 엉망진창이 되고, 결국 졸업 연주회를 망치고 만다.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호흡을 가다듬고 모든 정신과 공기의 흐름을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데, 그것에 실패한 것이다. 결국, 지원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학 어드미션(admission)도 날아가고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지원은 이 일을 회상하면서 분노한다.

 

 

“내가 졸업연주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면서 어떻게 졸업 연주회 직전에 그런 문자를 보내?”

 


분노할 만하다. 여자친구는 지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동시에 여자친구는 피아노를 대하는 지원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흔히 어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원이 여자친구와 대화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엑셀”이다. 여자친구는 항상 “엑셀로 정리해 봐”, “엑셀로 정리해서 보낼게”라는 말을 한다. 이 대사를 통해 여자친구는 일반적인 회사원으로 대표되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표하고, 지원은 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우리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딘가에 취직한다. 하지만 지원은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이 두 부류 간의 갈등이 나타난다. 아마도 관객은 여자 친구의 입장에 조금 더 가깝고, 지원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지원은 피아니스트의 길에서 벗어나게 되고, 우연히 아버지의 부탁으로 결혼식 반주를 하게 된다. 처음에 지원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고 날을 세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지원이 대타 학생과의 대화를 하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자신의 열등감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웨딩플레이어. 모두가 행복한 결혼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또 다른 인생을 축복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축복하지 못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지원은 이 결혼식 축하 연주가 자신의 독무대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아무런 감흥 없이 대충 연주하던 피아노 반주를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소중하게 연주하기 시작한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자신이 정성을 다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무대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원과 대타 학생의 대화는 밤에서 해가 뜰 때까지 지속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원은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한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하지만 피아노를 전공한다는 건 끊임없이 열등감에 시달리고 싸워야 한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 거죠. 지금의 전 결혼식 반주를 하고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웨딩플레이어. 어떤 선택을 하던 전 도망치지 않으려고요. 결혼식은 저의 또 다른 무대잖아요. 이 무대를 망치는 일을 절대 없을 거예요.”

 

 

지금까지 자신을 가두고 있던 스스로의 억압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하는 순간이다. 지원은 그토록 가기 싫었던 전 여자친구 결혼식에 당당하게 간다. 그는 말한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전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무대를 하러 가는 피아니스트(웨딩 플레이어)로 결혼식에 가는 것이다.

 

극을 보면서 왜 등장인물의 직업을 ‘웨딩플레이어’로 했을까에 대해 고민해 봤다. 웨딩플레이어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자신이 자신의 무대를 소중히 하고 이런 자기 자신을 자기가 주목한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는 비록 남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사람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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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김지훈 배우의 모습

 

 

지원은 방황하는 청춘의 고민과 삶을 집약적으로 넣은 상징적인 캐릭터이다. 그의 삶을 보면서 그리고 내 시간들을 되돌아 보건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실패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뼈아픈 과거를 마주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대부분 우리는 어렸을 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의 관심은 오로지 나를 향해 있으며 사소한 행위에도 부모님은 나에게 더없이 밝은 미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가면서 사회 공동체에 속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자신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는 뼈아픈 사실을 알게 된다. 특별한 줄 알았지만 특별하지 않았던 나 자신 말이다. 그 속에서 절망하고, 그들을 시기하기도 한다. 때로는 정말로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포기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아픔을 마주하고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실패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중 ‘황금별 reprise’의 가사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어른이 되는 건 실패 앞에서 

두려워 포기하지 않는 것

예술가가 되는 건 자유를 찾아 

스스로 이겨내는 법을 아는 것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하늘을 봐 

황금별이 떨어질거야

황금별을 찾길 원하면 

그 별을 찾아 떠나야 해 

널 기다리는 세상을 향해

 


 

컬쳐리스트 김소정 명함.jp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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