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누른 “좋아요”를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 [영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절박한 메시지
글 입력 2021.10.2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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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인터넷상에 수많은 “좋아요”를 남겼다. 인스타그램의 하트, 유튜브의 좋아요 그리고 트위터의 마음까지. 다양한 SNS 콘텐츠에 매료되어 몇 시간 동안 흔적을 남기며 그 속을 헤맬 때도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내가 어떤 걸 어떤 생각으로 보고 있는지도 잊은 채 멍한 눈으로 손가락을 놀리게 된다. 2021년의 현대인이라면 분명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내가 인터넷을 하는 건지 인터넷이 나를 하는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경험이 이어지면 보통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찰한다. “너무 오래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으니 이제 그만 봐야지.” 그리고 핸드폰을 과감하게 내려놓는다. 그러나 채 5분이 흐르기도 전에 인터넷 세상이 매우 궁금해진다. 결국 다시 SNS에 접속하기를 반복한다.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호소는 SNS의 등장 이후로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규는 그동안 아무도 인터넷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왜 소셜 미디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이 자그마한 화면과 세상에 어떤 힘이 있는 걸까.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그 답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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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셜 딜레마 홈페이지

 

 

우리는 구독 중인 채널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하지 않은 채널을 경계한다. 그리고 신중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스스로를 ‘까다로운 시청자’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받지 못한 채널의 주인은 안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회사는 우리가 누르지 않은 “좋아요”도 하나의 데이터로 사용한다. 우리가 깐깐하게 호불호를 선택하는 행위는 소셜 미디어 데이터베이스에 어떻게든 기여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용자의 긍정 혹은 부정 반응을 기록하고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그리고 점점 더 사용자가 거부할 수 없는 콘텐츠를 노출한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만 추천해주는 거잖아. 좋은 거 아냐?”


<소셜 딜레마>를 보기 전 나는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알고리즘에 긍정적이었다. SNS에서 추천의 파도를 타고 들어가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셜 딜레마>의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르다. 이들은 모두 SNS의 알고리즘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일조한 사람들로, 인터뷰에서 공통된 말을 한다.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 사람들을 ‘조종(manipulate)’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포함해 알고리즘을 긍정하는 이들은 온전히 사용자가 알고리즘을 형성해간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착각일 뿐이다. 우선 모든 SNS 플랫폼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알아야 한다. "Firefox"의 직원이었던 Aza Raskin은 이렇게 말한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우리는 모두 무료로 SNS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건 우리 자체를 상품으로 만든다.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광고 수익은 늘어난다. 단순한 광고는 우리가 모두 알 듯 노출로 시작한다. 잦은 광고로 사용자의 눈에 띄어 천천히 제품을 익숙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광고를 더 자주 보도록 만들기 위해 SNS는 사용자를 인터넷에 오랜 시간 붙잡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알고리즘의 개발이 시작됐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와 광고를 보고, 다시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보는 굴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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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fox"의 직원이었던 Aza Raskin

 

 

알고리즘은 인간 심리에 기반을 두고 강화한다. <소셜 딜레마>의 주인공은 우연히 유튜브에서 특정 정치적 사상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된다. 정치적 색이 짙지는 않았기에 그는 경계하지 않고 수많은 추천 영상들을 연달아본다. 그리고 밤을 꼴딱 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당 사상을 강력하게 믿게 된다. 알고리즘은 이런 힘이 있다. 단 한번의 클릭으로 교묘하게 사용자를 설득하고, 사상을 주입할 수 있다.


이런 사상은 정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유튜브 사용자라면 누구나 펭수와 피식대학을 알 것이다. 이 두 채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알고리즘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했다는 거시다. 추천 피드에 있는 펭수의 영상을 별 생각없이 눌렀던 이들은 어느새 그의 광팬이 되었다. 펭수를 좋아하는 나의 지인들은 입을 모아 ‘펭수의 마인드가 좋다’고 말한다.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어떻게 펭수의 마인드를 알고 있는 걸까. 그건 추천 영상을 따라 끊임없이 펭수 채널의 영상을 시청한 결과이다. 나는 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했다. “추천으로 보게 된 콘텐츠 외에 펭수에 대해 직접 알아본 적 있어?” 그들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하나 같이 고개를 저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새로운 취향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새롭게 추천받은 분야에 대해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바 외에는 모른다. 피식대학의 이창호는 매드몬스터의 제이호 등의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그를 알게 된 시청자들은 웃음을 주는 콘텐츠에 열광했다. 유튜브는 끊임없이 그의 영상을 추천했다. 그리고 관심이 시들해질 즈음, 알고리즘은 ‘이창호 논란’ 등의 클릭을 유발하는 영상을 추천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채널을 알게 되고, 팬이 되고 문제 사건까지 알게 되는 모든 과정은 알고리즘의 의도이다. 이렇듯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만든다. <소셜 딜레마>의 인터뷰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알고리즘의 진짜 공포를 말해준다. 소셜 플랫폼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한 사상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입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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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우리를 서서히 잠식한다. 물론 알고리즘이 모든 사람을 하루 아침에 180도 바꿔둘 수는 없겠지만, 0.01도 정도는 쉽게 바꿀 수 있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아주 조금,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방향을 바꾸어둔다. 그게 알고리즘의 힘이다. 그대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가 소셜 미디어 기업의 의도대로 생각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다시 이 글의 제목을 떠올려보자.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정말 온전히 당신의 의지에서 비롯되었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알고리즘은 매일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우선 알고리즘을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문득 호기심이 생긴 분야가 있다면 핸드폰이 아니라 책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획일화된 알고리즘의 취향이 아닌, 각자의 특별한 모습을 가지고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김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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