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따뜻한 휴머니즘에 기적 한 방울, 빌리엘리어트 [영화]

희망과 용기를 잃지말아요
글 입력 2021.09.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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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프리뷰부터 9월 5일 본공연을 거쳐 순항중이던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는 현재 코로나로 인해 휴식기를 갖고 있다. 쉬어가는 동안 아쉬운 마음도 달랠 겸 다른 방식으로 빌리 엘리어트를 덕질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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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엘리어트는 2000년에 영화로 개봉되어 도서, 뮤지컬로까지 각색되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의 극장에서 공연되며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빌리엘리어트는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는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까? 기적 같은 이야기, 춤의 아름다움, 발레 하는 소년과 여자 옷을 즐겨입는 소년. 전형적이지 않은 파격적인 캐릭터들. 이렇듯 빌리엘리어트에서는 수많은 매력 포인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프리뷰 첫공을 보러갔을 때 빌리엘리어트의 총연출가 사이먼 폴라드가 말했다. "빌리는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다." 이 작품이 전 세계의 사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빌리엘리어트는 '소년의 성장'과 '가족'이 있는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다.

 

지금껏 노래와 안무, 무대예술을 위주로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를 즐겼었는데 이번에는 각본의 측면에서 "성장"과 "가족" 이 두 키워드를 가지고 빌리를 바라보았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빌리엘리어트의 영화, 뮤지컬, 도서의 이야기가 구분 없이 나올 수 있습니다.**

 

 

 

더럼마을의 빌리엘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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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여위고 영국 탄광촌 더럼 마을에서 아버지와 형 토니와 함께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며 산다. 때는 마거릿 대처 시절, 영국의 광산을 민영화하려는 정책에 광부들은 장기 파업에 들어가고 아버지와 토니도 가담한다.

 

팍팍한 상황에도 아버지는 빌리에게 50펜스를 쥐여주며 권투수업에 보낸다. 빌리는 우연히 발레 수업을 보게 되고 권투 대신 발레를 하게 된다.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춤추고 싶은 빌리는 권투 글러브 대신 토슈즈를 선택하며 발레를 한다. 그 와중에 광부들의 파업은 장기전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년의 성장


 

빌리에게 엄마는 무척 소중한 존재였다. 빌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빌리의 행동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사람, 빌리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 아이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따스한 사람이었다. 빌리는 안타깝게도 그런 엄마와 일찍이 이별했다.

 

무뚝뚝한 아빠와 형, 치매에 걸린 할머니만 있는 가정에서 빌리는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을 것이다. 빌리는 종종 엄마를 본다. 우유를 병째로 마시다가도 잔소리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복싱 신발을 찾을 때에도 엄마와 만난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빌리의 마음이 그녀를 자꾸 부르는 것일 터이다.


발레 수업 중 윌킨슨은 빌리에게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한다. 빌리는 엄마의 편지를 가져갔고 그 편지를 읽은 윌킨슨은 빌리에게 엄마를 살리는 춤을 추자고 한다. 윌킨슨과 빌리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와 추억을 나누었다.

 

윌킨슨은 빌리 엄마가 가족을 웃기기 위해 추었던 춤, 엄마와 할머니와 추었던 춤, 빌리가 축구하는 모습, 그리고 탭댄스까지 춤으로 엮어내었다. 그리고 춤 마지막에 최고로 크고, 빠르고, 높게 회전하는 안무를 넣는다. 특히 그 안무는 엄마가 박수를 치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곁눈으로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하자고 한다. 빌리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윌킨슨 선생님과 춤으로 치유하고 있었다.


발레학교에 합격한 후, 더럼 마을을 떠나기 전 빌리는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한다. 엄마가 써준 편지를 다 외웠던 소년은 이제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쓴다. 오늘도 눈앞에 나타난 빌리의 엄마.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보자고 하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을 거라 대답한다. 빌리 또한 이제 자신도 그럴 것 같다고 대답한다. 이제는 형상을 보지 않고도 엄마는 영원히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일까. 아픔이 치유되고 빈자리엔 이제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마음이 채워졌다. 빌리는 웃으며 정들었던 더럼 마을과 인사하고 엄마와 인사한다. 건강한 이별을 해낸 것이다. 소년은 한 뼘 성장했다.



 

휴머니즘 그리고 가족의 성장


 

 

휴머니즘(명사) :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인종, 민족, 국가, 종교 따위의 차이를 초월하여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꾀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사상이나 태도.

 


사전에서 정의한 휴머니즘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휴머니즘이란 '나도 저런 상황이면 저럴 수 있겠다.'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빌리의 아빠 재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빌리에게 돈을 쥐여주며 복싱 수업을 보낸다. 빌리의 춤을 보고 '저 재능이라면 어떤 일을 해서든 지원을 해줘야겠다.'라고 마음먹고 파업을 포기하고 탄광으로 돌아간다. 사랑했던 아내 사라의 반지도 눈물을 머금고 팔아버린다. 재키는 과격하고,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갖고 있던 신념, 사회의 정의라고 믿고 살았던 것들을 져버리고 빌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것이 바로 휴머니즘 아닐까. 또 다른 말로 부성애가 가득하다고 볼 수 있겠다.


재키는 지금껏 해주지 못하던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사라 그녀라면 어떻게 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아들에게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된 것이다.

 

절대 파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던 빌리의 형 토니 또한 아버지의 말에 설득된다. 재능과 희망이 있는 빌리에게 기회는 줘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 것이다. 대신 아버지 혼자 이 짐을 지지 말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 보자고 한다.

 

아버지는 빌리를 이해하게 되고 빌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가족의 화합, 서로의 성장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려 할 때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그 영향이 있고, 그 영향은 사회를 바꾸어간다.

 

 

 

마을이 만들어낸 빌리의 기적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한다.

  

빌리는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이었지만, 빌리 주위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빌리를 위해서 윌킨슨, 아빠, 형, 이웃들이라는 공동체가 도왔다. 이들은 빌리를 진심으로 대했고, 빌리가 더욱 빌리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이었다.

 

윌킨슨 선생님은 보편적으로 좋은 선생님은 아니다. 수업 중에 담배를 피우고 학생들에게 거친 말을 쓰며 수업한다. 또한 명성 있는 발레스쿨을 나오지 못했고 교원자격증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윌킨슨은 빌리에게 최고의 선생님이었다. 빌리의 재능을 처음으로 알아봐 주고 처음 빌리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가져준 '어른'이었다. 빌리의 재능이 실력이 될 수 있게 시간을 내어 춤을 가르쳐주었으며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준 빌리의 최고의 스승일 것이다.

 

빌리가 발레를 고민할 때 빌리의 생각을 바꿔놓고 성별 고정관념을 깨준 친구가 있었다. 마이클이다. 여자 옷을 입는 건 이상한게 아니라며 '마음껏 표현해 봐,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광부가 되고 싶으면 광부가 되는 거야!'라고 함께 여자 옷을 입고 춤을 춘다. 표현의 자유를 알려준 소중한 친구다. 크리스마스 날 마이클은 빌리의 볼에 뽀뽀를 한 적이 있다. 빌리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나쁠 게 없지'라 생각했다. 빌리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었고, 더럼 마을을 떠나기 전 작별 인사로 마이클의 볼 입맞춤을 하고 떠난다.

 

그리고 빌리에게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아버지와 형. 춤을 사랑했던, 전문 무용수가 될 뻔한 할머니도 있었다. 아마 빌리의 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할머니로부터 이어져 내려왔으리라. 아빠와 형과 함께 빌리의 발레학교 오디션 비용를 위해 없는 살림에 모금을 도왔던 더럼 마을 이웃들도 빼놓을 수 없다. 빌리를 위해 온 마을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파업한 광부들에게 어떤 돈이 있으랴. 비용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던 참에 광산에 출근하고 있던 배신자, 스튜어트는 아이를 돕기 위해 큰돈을 내고 간다. 자신을 욕하고 증오했던 집단이지만, 아이를 돕기 위해 신념과 진영을 넘어서 온 것이었다. 휴머니즘은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빌리에게 최고의 확신을 준, 빌리 자신이 있다. 그는 남다른 아이였다. 춤을 출 때면 전기가 흐른다는 남다른 춤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위의 어떠한 시선에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야 마는 아이다. 자신과 다른 친구를 틀에 가두지 않고 이해하고 존중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편협하지 않고 열려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발레의 꿈을 꾸었고, 여성의 무용이라 알려진 발레를 남성이 즐긴다. 자유로운 의식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는 남들과 다른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진정한 예술가의 자질이 아닐까. 그래서 빌리는 다양한 예술세계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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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의 빌리엘리어트


 

지금 이 시대에도 빌리 엘리어트가 있을 것이다. 재능이 있지만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꿈을 펼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빌리가 존재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를 휴머니즘의 마음을 갖고 보는 것이다. 개인의 움직임만으로는 바뀌기 힘들다. 꿈을 꾸고 기회를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적을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빌리가 기적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리듯이. 재능이 있는 개인을 위해 움직이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성공을 하지만 누군가는 남아서 자기 일을 해야 한다. 탄광촌에 살던 소년이 자라서 발레무용수가 되는 빌리엘리어트는 너무나 기적 같은 이야기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이 공존했다. 결국 광부의 파업 실패와 광부들이 실직자가 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었다. 어느 것도 옳고 그른 것은 없었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빌리는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빌리 엘리어트> 영화로든, 뮤지컬로든, 도서로든 더럼 마을의 빌리를 만나서 따뜻한 마음과 웃음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든 더럼 마을의 빌리처럼 삶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며,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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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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