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에 한 걸음 더 - 아트인문학: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글 입력 2021.09.26 00: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트인문학틀밖에서생각하는법_표1.jpg

 

얼마 전에도 미술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때 내가 보았던 화가들이 많이 나왔다. 잭슨 플록과 프랜시스 베이컨, 마르셸 뒤샹, 앤디 워홀이었다. 내가 전에 읽은 책은 그들의 성 정체성을 다룬 내용이라 화가이기 전에 사람 자체에 대해 서술한 책이었다. 여기에서는 화가들의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특징,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준 후의 반응, 미술사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새로웠다.

 

사람들이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을 수 있었다. 과학, 자연, 요리 등.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나도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미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을까?

 

서양에서는 오감에 서열을 매겨왔다고 한다. 고상한 감각이 있는가 하면 미천한 감각도 있다고 본 것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순을 서열을 매겼다. 시각과 청각만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 것이다. 서양에서는 대상과의 거리를 고려했는데 아무래도 촉각은 거리가 있는 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천한 감각으로 보았다.

 

정말 촉각으로 예술을 느끼기엔 많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 요소가 들어간 전시는 많지만 그 속에서도 결국은 촉각을 제외한 나머지 오감이 주로 이용되고 그것들로 인해 감명을 받기 때문이다. 오로지 촉각만으로 예술을 느낄 순 없을까? 내가 촉각만 이용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이 질문에 답하고 싶다.

 

많은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등 ‘~주의’의 화가들이 나오지만 나를 혹하게 만든 것은 바로 ‘야수주의’의 화가들이었다. 작가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99.9도에서 절대 끓지 않던 물이 0.1도가 올라가는 순간 갑자기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야수주의 화가들의 시도는 어떤 임계점을 넘게한 작업이었다고 한다. 무언가를 꾸준히해서 쌓는 것도 힘든데 그걸 계속 쌓아 결국은 쓰러트리는 것에서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틀에 짜여 지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렸다면 야수파 화가들은 자유롭고 강렬한 색감과 단순한 형태를 특징으로 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이 그린 그림에는 다양한 색채가 담겨져 있고 평면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포맷변환][크기변환]Matisse-Woman-with-a-Hat.jpg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131.jpg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추상미술에 기여한 화가들이 파리보다 네덜란드와 러시아 동구권에 주로 포진한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네덜란드에서는 종교 개혁 시기에 종교화나 성인들의 조각을 파괴당해 어떠한 장식 없이 밋밋한 십자가만 걸어두었다고 한다. 또 성인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불경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들에겐 단순한 것이 익숙했고 그걸 오직 그림에 담았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미술을 이끌어간 프랑스에서는 이전에 많은 화가들이 대상으로 삼았던 자연이나 사람을 담은 그림이 아닌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도형을 이룬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큰 센세이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포맷변환][크기변환]잭슨플록.jpg

잭슨플록

 

 

잭슨 플록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어지럽다. 그의 작업 과정을 알고 신기했다. 그는 바닥에 캔버스를 펼치고 네 귀퉁이 어디에서나 작업을 한다. 위아래를 구분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회화를 ‘액션페인팅’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후로 그의 그림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들은 동작에까지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이때부터 퍼포먼스 아트가 스멀스멀 시작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좋았던 작품은 메레 오펜하임의 <오브제>였다. 오펜하임은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커피잔과 같은 일상의 사물에 털을 붙임으로써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법을 이용했다. 해당 오브제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오브제가 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나는 초현실주의가 이해 가지는 않지만 여기에서는 현실을 넘어 비현실을 묘사했기 때문에 ‘초현실주의를 대표’한 것이 아닐까 예상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숟가락을 입에 넣었을 땐 부드러워서 좋을 것 같지만 음식과 함께 먹는다면 털의 걸리적거림에 당장이라도 음식을 뱉고 싶은 욕구가 들 것 같았다.

 

 

[포맷변환][크기변환]meret-oppenheim-object.jpg

메레 오펜하임 <오브제>

 

 

추상은 인간이 자연과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때 등장한다. (p.173)

 

 

역사를 보면 그렇다. 동굴 벽에 추상적으로 그리던 원시인들이 점점 사냥이 발달하고 자연이 만만한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재난과 치유’를 보았을 때도 굉장히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코로나의 시대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도 지금 자연과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걸까?

 


[포맷변환][크기변환]라스코 동굴.jpg

<라스코 동굴 벽화>

 

 

인공지능이 조형물을 만들 수 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의 예술은 인공지능에게 달려있을까? 아니다. 인공지능에게는 작품 창작의 동기가 없을뿐더러 그의 작품으로는 인간에게 공감과 감동을 사기는 어렵다. 또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수많은 작업물 중에서 선택하고 수정하며 작품 제작을 종료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책을 읽으며 인공지능은 예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 딱 거기까지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젊은 날을 고스란히 바치는 것이고, 그들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이들의 탁월한 기량에 찬사를 보낸다. (p.16)

 

 

예술가들은 과거의 예술과 싸운다. 이들은 당시 유행하던 미술이 재미없어졌다는 것과 같은 형식만 반복하는 것을 감지한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그들이 보여주는 생각들이 참 좋다. 그렇기에 예술가들이 부러웠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며 그들은 아닐지도 몰라도 자신의 젊음을 바치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 그래서 나도 꼭 예술가는 아니지만 어딘가에 나의 젊음을 바치고 싶었다.

 

 

대상: 뭔가 불편하고 진부한 것을 찾아라.

분석 : 그것의 본질과 형식을 구분하다.

전략 : 이면에 숨겨진 강력한 고정관념을 뒤집어라.

 

 

현대미술의 거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후에 뒷부분에는 책의 제목인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가 꼭 예술가가 되지 않을지라도 자기가 원하는 길에 주저 없이 발을 내디뎌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더 재미있다.

 

나는 여전히 틀 안에 갇혀있다. 고등학교에서 졸업해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그다음엔 스펙을 쌓고 취업을 할 예정인. 남들과 다른 길을 꿈꾸지는 그것은 마음속에서만 꿈을 꾼다. 현실로 꺼내기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나는 대상을 ‘나’로 잡아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부터 나의 불편하고 진부한 점부터 찾아보겠다. 그리고 나를 나의 트렌드로 바꿔보겠다.

 

그대는 예술가다. 그리고 그대의 삶은 예술이어야 한다. 그러니 무작정 남의 뒤만 따르지 말라. 이제 그대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p.408)

 

 

 

아트인사이트_황수지.jpg

 

 

[황수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