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후각의 예술, 그 매력적인 향 이야기 속으로

<오브뮤트>의 김유라 전문필진님을 만났다
글 입력 2021.09.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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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터뷰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인터뷰도, 널리 알려진 유명인의 인터뷰도,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들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영상으로 남기든, 글로 남기든 인터뷰의 방법은 크게 상관없다. 그저 누군가의 진심이 오롯이 전달되기만 한다면 그게 좋은 인터뷰라 생각한다.

 

처음엔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보고 싶어졌다. 직접 듣는 것과 간접적으로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기 전에는 잡지에 나오는 인터뷰나 인터뷰집을 따로 찾아 읽어보면서 누군가를 인터뷰 하고 싶다는 내적 갈망을 채우곤 했다. 사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게 인터뷰라 찾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기존의 기성 미디어 인터뷰 뿐만 아니라 요즘은 1인 미디어에서 만드는 인터뷰들도 굉장히 개성 넘치는 방식이 많기에 그런 것들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그런 내 바람은 아트인사이트 구성원이 되면서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 공식 절차를 통해서 다른 아트인사이트 구성원을 인터뷰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내가 놓칠수야 있으랴. 아마 내가 아트인사이트에 쭉 남아있는 이상, 인터뷰는 꾸준히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만나본 인터뷰이는 향 전문 브랜드, <오브뮤트>를 만드신 김유라 전문 필진님이다.

 

지난번에 <오브뮤트>의 슬리핑 듀를 문화 초대로 받고 나서 한번 만나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뷰 요청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주셨기에 이렇게 글로써 그 순간을 남기려 한다.

 

 

 

향 전문 브랜드 <오브뮤트>의 첫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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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1. 아무래도 저희가 만나게 된 계기가 <오브뮤트>의 슬리핑 듀이니만큼 브랜드 얘기를 안할 수 없죠. <오브뮤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1-1. <오브뮤트>는 이번 년도 1, 2월달부터 구상을 시작해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텀블벅이라고, 거기서 펀딩으로 처음 오픈을 했어요.

 

제가 올해 2월에 졸업을 했는데, 사실 그 전까지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업이니까요. 누가 물어보면 다른건 몰라도 절대 사업을 할 일은 없을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향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하고 또 향을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점점 이쪽으로 진로가 기울어지더라고요.

 

보통 창작을 하는 분들은 창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되게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소소하게나마 한번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텀블벅으로 오픈을 하게 되었어요.

 

 

Q 1-2. 저도 텀블벅에 오픈하신거 봤어요. 600%나 되던데요! 당초 기획한 것보다 호응이 좋았는데 어떠셨나요?

 

A 1-2. 원래 첫 펀딩은 지인의 구매율이 되게 높대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첫 제품을 잘 모르니까. 근데 이번 제품은 지인이 아닌분들이 구매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상세 페이지를 보고 구매를 해주셨나봐요. 저라는 사람과 전혀 연관이 없고 아예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니까 정보라는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제품에 매력을 느끼셨고 그게 구매로 이어진거니까 그게 제일 신기했던 것 같아요.

 

 

Q 1-3. 이번 슬리핑 듀를 제작하는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나요?

 

A 1-3. 슬리핑 듀는 시작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 완성을 시켜 놨었어요. 조향을 80% 정도 완성 해놨는데 펀딩 시작을 하면서 나머지 20% 디테일 수정을 좀 했어요. 그리고 그 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패키징이나 소개말 작성 등등 그 모든 일을 함께 진행한 게 몇 달 정도 걸렸고요.

 

 

Q 1-4. 그 모든 것을 혼자 하는건 되게 힘들 것 같아요.

 

A 1-4.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을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고민이 많은 타입인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오히려 시작을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모르겠다 일단 시작하자, 그러고 조금씩 고치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정말 뭣 모르고 한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제 산 하나를 넘었다, 싶으면 그 다음 산이, 이거 해결했다 싶으면 바로 그 다음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별거 아닌데 저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보니까.

 

 

Q 1-5. 가장 큰 고비가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1-5. 펀딩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일 자체들 하나하나가 다 고비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해결할 방법이 존재했는데 제일 큰 문제는 중간중간에 지쳐서 그만할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리고 조향을 할 때도, 제가 90%, 99%까지는 내가 원하는 향을 만들어냈는데, 그 이후부터는 완전 디테일 싸움이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정 수준 이상을 만들기 위한 싸움을 하는건데 그게 잘 안돼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그만둬버리면 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Q 1-6. 그런 과정을 통해 결과물이 완성된 걸 보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A 1-6. 맞아요. 제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사서 쓰시고 그에 대한 후기도 써주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해요. 이 모든 게 처음인 일이잖아요. 되게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요. 이번에 문화 초대로 정말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시고 후기를 써주셨어요. 그거 하나하나 다 읽어보기도 하고 그랬죠.

 

 

Q 1-7. 다음 프로젝트는 혹시 준비중이신가요?

 

A 1-7. 아마 연말에 출시할 것 같아요. 일단 올해까지는 텀블벅을 통해 공개를 할 예정이에요. 지금은 다음 프로젝트 준비하는 일로 제일 바빠요.

 

 

Q 1-8. 그럼 느낌은 비슷하게 가시는건가요? 아니면 조금 다르게?

 

A 1-8. 두 번째 향은 첫 번째 향과는 전혀 다른 향이 될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향을 한번 했으니까 지금과는 다른 향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어요. 또 가을 겨울에 더 어울리는 향은 자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더 가까워서요.

 

 

Q 1-9. 연말에 오픈하시는 거라면 지금도 향을 만들고 계신거죠?

 

A 1-9. 네. 지금 이 조향도 슬리핑 듀랑 유사하게 골조는 한 80% 정도 만들어 놨어요. 지금은 이제 디테일 수정 같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

 

 

Q 1-10. 브랜드 운영에 관한 목표가 있으신가요.

 

A 1-10. 아니요. 저는 따로 설정해놓은 목표는 없어요. 그냥 표현하고 싶은 것,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것 그런 걸 일단 후회없이 보여주자, 좀 드러내보자 이런 각오로 시작을 한 거고 그래서 당장 5년 뒤, 10년 뒤 목표를 말하라고 하면 사실 그런 건 없어요. 뭔가 정해놓고 한다고 해도 그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라 생각하고요.

 

제가 스토리텔링(시향기)를 좋아하는데, 저처럼 그런 식으로 향을 즐기시는 분들께 뭔가 좀 재미난 브랜드가 하나 나왔다, 이렇게 느껴지고 싶어요.

 

 

 

향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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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1. 향 만드는 과정이 되게 궁금해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건가요?

 

A 2-1. 예를 들어 장미가 컨셉인 향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일단 그로부터 느껴지는 향에 대해 계속 생각해요. 이런 느낌이면 좋을 것 같고, 이런 원료가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이후에는 실제로 만들어보고 수정도 조금씩 하면서 가다듬는거죠. 이게 근데 선후 관계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영감을 받고 향을 만들기도 하지만 향을 만드는 도중에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는거죠. 그래서 이후에는 계속 시향하고 조향하고 수정하고, 또 조향하고 수정하고 그렇게 만들어요.

 

또 어떤 원료냐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특이하고 강한 원료는 0.1g, 0.01g만 더 들어가거나 덜 들어가면 그 뉘앙스가 굉장히 많이 바뀌는 향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향의 분위기가 싹 바뀌어버린다는 거죠. 여기서부터 굉장히 세세한 조정이 들어가요. 아주 작은 그램 단위로 계속 수정해나가요.

 

 

Q 2-2. 되게 섬세한 작업이네요.

 

A 2-2. 네.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죠. 그래서 가끔 조향을 하다보면 이게 노동을 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명상을 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한 방울, 한 방울 하다보니까 그거에 집중하면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은 때도 있고.

 

 

Q 2-3. 평온해질 것 같은데요.

 

A 2-3. 네. 잘 풀리면 평온한데 잘 안 되면 이제 화나는 거죠(웃음)

 

 

Q 2-4. 그럼 지금 작업실 같은 건 따로 있으신가요?

 

A 2-4. 아니요. 지금은 집에서 하고 있어요. 작업실은 추후에 돈을 벌게 되면 차리지 않을까.

 

 

Q 2-5. 아하. 집에서 하셨던거군요?

 

A 2-5. 네. 저울이나 향료 같은 여러 도구들이 있으면 집에서 못할 건 아니거든요.

 

 

Q 2-6. 그럼 제품 만들 때 병이나 엽서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하시는거죠?

 

A 2-6. 아, 완제품 같은거라면, 펀딩 같은 경우 펀딩이 끝나면 얼마나 사셨는지, 그런게 집계가 되니까 그때 한번에 제조업체를 통해서 사요. 제가 소위 말하는 레시피를 보내드리거든요. 기본적인 재료나 이런 건 이제 만들어놓고 업체에 이렇게 만들어 달라, 라고 부탁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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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1. 슬리핑 듀 같은 경우 향수랑 다르게 멀티 퍼퓸이잖아요. 향수랑 멀티 퍼퓸은 어떻게 다른건가요?

 

A 3-1. 법이 다릅니다. 향수는 몸에 뿌리는 거잖아요. 사람 신체에 닿을 수 있냐 없냐에 따라 법이 진짜 달라지거든요. 이게 몸에 닿는 건 무조건 화장품으로 분류가 돼요. 제가 한 건 방향제라서 결이 완전히 달라요.

 

화장품은 무조건 공장을 통해서 만들어야 돼요. 개인이 집에서 만들어 판다, 이러면 불법이 됩니다. 그런데 방향제 같은 경우는, 물론 제가 만든건 공장에 맡기긴 했지만, 시험 검사 성적서 같은 걸 받는 게 있거든요. 그걸 받으면 개인이 집에서 만들고 팔아도 돼요. 그건 몸에 닿는 게 아니라서.

 

 

Q 3-2. 그럼 아무래도 화장품의 법규가 훨씬 세겠네요.

 

A 3-2. 근데 방향제라고 해서 법이 느슨하냐, 그건 또 아니에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아시죠. 그 사건 이후로 규제가 엄청 강화 되었어요. 그래서 방향제에 대해서도 걱정은 크게 안하셔도 됩니다. 유해물질이나 절대 나와선 안되는 것이 일정량 이상으로 나오면 검사에 막히거든요. 만약 검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절대 팔 수가 없어요.

 

 

Q 3-3. 검사를 해주는 기관이 따로 있는 건가요?

 

A 3-3. 방향제를 예로 들면, 검사 해주는 기관이 여러 군데가 있어요. 한 군데를 선택해서 샘플을 보내면 그쪽에서 검사를 하고 성적서를 보내줘요. 만약 오케이다, 그러면 그 발급된 성적표를 관련 정부 기관에 보내요. 거기서도 오케이가 되면 최종적으로 팔 수 있어요. 한마디로 이중으로 되어있는거죠.

 

 

Q 3-4. 만약 걸리게 되면, 수정해서 보내고, 그렇게 해야겠네요.

 

A 3-4. 네 그렇죠. 근데 검사하는데도 비용이 들어서요. 검사 보낼 때도 완제품 형태로 보내야하기 때문에 완제품 비용값 들고, 검사 비용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드니까 그런걸 다 계산하면 좀 부담스러워지죠.

 


 

향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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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1. 아, 쓰신 글 중에 시향기 부분을 한번 봤었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글로만 읽는데 향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완전 실감나고 좋더라고요.

 

A 4-1. 제가 취미로 향수를 오래도록 가지고 왔고 지금은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향기를 많이 봐요. 어떤 사람들은 저처럼 스토리텔링에 위주를 두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분석적으로, 팩트에 기반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세요. 저같은 경우는 문학적으로 설명이 된 걸 좋아해서 실제로 향을 살 때도 그런 식의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는 향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향수를 뿌리고 그 향을 맡으면서 메모장에 바로 글을 써요. 딱히 초고나 이런 걸 쓰지는 않아요. 왜냐면 전 딱 맡았을 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걸 바로 담아내고 싶거든요. 미리 적어서 쓰면 그냥 꾸며내는 느낌만 들거든요. 그냥 좀 더 있어보이게 하는. 그래서 저는 느껴지는 향을 바로 쓰고 그 다음에 한 30분 쯤 지나서 중간에 느껴지는 향을 쓰고, 몇 시간 뒤에 마지막으로 느껴지는 향을 쓰고, 이렇게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 색깔, 상황 그런 게 하나하나씩 떠오른단 말이죠? 그럼 이제 그걸 마지막에 조합을 하고 다듬어서 하나의 이야기, 소설의 한 문단처럼 써내려가는 거죠.

 

 

Q 4-2. 슬리핑 듀의 탑, 미들, 라스트 노트도 그렇게 나온 것이군요.

 

A 4-2. 네. 사실 제가 그런 걸 좋아하고 이야기가 있는 향을 매력적으로 느끼니까 제가 만든 브랜드에도 그런 느낌이 묻어났으면 했어요. 단순히 은방울꽃 향이 나요, 민트 향이 나요, 시원한 향이에요, 이거보다는 좀 더 이야기가 있고 이 조향사가 어떤 향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그걸 좀 더 녹여내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탑, 미들, 라스트 노트를 구성한 거죠.

 

 

Q 4-3. 시향기를 올리는 카페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A 4-3. 요즘에는 글을 잘 안 올리긴 하는데 한 때는 되게 열심히 했어요. 본업이 바쁘다보니 잘 하진 못하는데 가끔은 또 들어가서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거기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의견도 정말 다양하거든요.

 

되게 신기한 게 똑같은 향을 맡고도 누구는 정말 아름답고 인생의 향기를 만난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 최악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이런 점 때문에 제가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향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지만 만져지거나 눈으로 보이는 실체가 아니고 어떻게보면 그냥 공기 중에 부유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향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냥 정말 취향이고 내가 돈을 10만 원, 20만 원 더 주고 샀다고 해서 이게 더 좋은 향이고 내 마음에 들 거라는 보장이 절대 없어요. 남들은 싸구려 향수 아냐? 라고 할 수 있는 향이 내 인생의 향일 수도 있는거고요.

 

비유가 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는데 가끔 향은 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면 술도 한 잔도 못 마시는 분도 계시지만 술이 없으면 못산다고 하는 분도 계시잖아요. 또 처음엔 너무 써서 먹지도 못했던 술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익숙해져서 술 종류를 다양하게 시도해보기도 하는 것처럼, 향도 마찬가지로 점점 즐길수록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엔 너무 독하고 별로다, 하는데 또 하나하나 취향을 찾아가다 보면 이런 건 또 괜찮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또 다르네? 하면서 찾아나갈 수 있고요. 그래서 그 점이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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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1. 향수를 중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고 글에 쓰셨잖아요. 그때부터 조금씩 향수를 공부 하신건가요.

 

A 5-1. 그때는 사실 공부할 것도 없고 말 그대로 취미의 연장선이었어요. 그냥 좀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 보니까 향료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고 싶고, 이런 재료들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또 시향기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글을 잘 쓰고 싶으니까 이런 저런 점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잖아요? 탑 노트에 뭐가 있다고 써 있는데 내가 이 향들에 대해 잘 모르면 결국 원하는대로 쓸 수가 없는거니까 그런 걸 좀 잘하고 싶어서 알아보기도 했던 게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Q 5-2. 취미를 정말 오래 끌고 오셨어요.

 

A 5-2. 저는 취미라고 해서 엄청 거창하게 전문가급으로 알고 이런 건 아니거든요. 그냥 잘 몰라도 내가 즐기고 싶은 게 취미라 생각해서. 그런데 향수는 그 취미 안에서도 길게 끌어오는 취미고 좀 안 질리는 취미였던 것 같아요. 향수는 관심이 옛날만 못했던 적은 있지만 한번도 그게 재미없던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니까.

 

 

Q 5-3.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활동이 일이 되면 흔히 사람들이 얘기하잖아요,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라는 얘기.

 

A 5-3. 저도 사실 그런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게 업이 되는 순간 부담이 될 것이고 예전처럼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다, 근데 이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요. 업이 되는 순간 예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없게 되는건 분명한 사실이죠. 왜냐하면 이젠 단순히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걸로 뭔가를 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 결이 약간 달라질 뿐이지, 재미가 없어진다거나, 흥미가 떨어진다거나 그런건 아직 느껴보지 못했거든요. 즐기는 방법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아트인사이트 활동에서 가장 좋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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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6-1.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게 있다면요?

 

A 6-1. 문화 초대도 좋았고 다 좋았지만 제가 제일 좋았던 것은 제가 그 당시에 했던 생각들, 저의 가치관이나 기분 등등이 글로써 남아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뭔가를 단순히 메모장에 한 두 줄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 써놓은 게 아니라 어쨌든 그래도 기고 하는 거니까 조금은 그래도 완성된 글로 많이 남아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기록되어져 있는 것 자체가 되게 좋아요.

 

영화를 한 편 보고 글을 쓴다면, 그냥 제 기억 속에만 있다가 휘발돼서 사라지기보다 기록으로 아카이빙 돼 있는 거잖아요. 이때는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때는 이랬구나라는 게 글로 남겨지고 다시보면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때 감정과 기억이.

 

그런 글 개수가 하나하나 늘고 나의 기록이 완성된 형태로 있다는 것 자체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또 하나 좋은 건, 문화 초대를 갔다오고 나서 그것에 대한 리뷰를 쓰잖아요. 그럼 다른 사람들도 리뷰를 올리는데 그걸 비교해보는 게 참 재밌어요.

 

 

Q 6-2. 향과 마찬가지로 각자 다 다르게 느끼죠.

 

A 6-2.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썼는데 저 분은 저런 부분에 대해 썼구나, 싶고 나는 이런 점이 아쉬웠는데 또 다른 에디터분은 나의 아쉬운 점 덕분에 좋았다라고 쓰시고.

 

 

Q 6-3. 예술만의 독특한 매력인 것 같아요.

 

A 6-3. 맞아요. 그런 게 전 참 좋은 것 같아요.

 

*

 

기분좋은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슬리핑 듀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시금 향기를 만끽했다.

 

처음 슬리핑 듀를 받고 향을 느꼈을 때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느끼는 슬리핑 듀의 향은 뭔가 결이 달랐다. 은은한 향 뒤에 숨겨진 많은 노력과 고민을 들었던 이번 경험으로 인해 슬리핑 듀는 이전보다 더 깊은 향을 냈다. 맛있는 음식을 그냥 먹을 때보다 레시피, 제작 과정을 알고 먹을 때의 맛이 훨씬 더 좋은 것처럼, 슬리핑 듀에도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느낌의 향이 더 추가된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를 바로 눈 앞에서 듣는다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그동안 향과 마주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슬리핑 듀로 인해, 난 어쩌면 편견이었을 그 작은 유리를 깨고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향 이야기를 듣는 이번 경험은 다시는 없을 나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아주 조금의 양으로도 향이 확 바뀐다는 사실, 향이 무해하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 디테일한 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한다는 사실, 향과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온몸으로 향을 느낀다는 사실까지, 향을 만들기 위해 이토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디 노력 없는 결과물이 있겠냐마는 그걸 몸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나 또한 유라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과정이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향과 멀게만 느껴졌던 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로 인해 새롭게 향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과 유라님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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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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