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다.리' 첫 번째 이야기 : 되는 것과 하는 것, 결국 해내는 것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9.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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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와 가혹 행위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극중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로서 탈영병을 쫓는 임무를 맡게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끌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중간중간 등장하는 야만적이고도 굴욕적인 장면들은 2010년대 초중반 실제로 군에서 복무했던 2030 예비역들의 큰 공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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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해외의 반응 또한 인상적이다. 예고편과 달리 진지하고 심각한 내용이 담겨있어 놀랐다는 이부터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군인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 섞인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잘 알려진 K-드라마 속 소위 ‘만화 주인공’과도 같은 군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에 충격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자 군 안팎에서는 매우 난감하다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특히, 부실 급식 논란과 훈련소 내 인권 침해 논란, 여군 성폭행 사망 사건 은폐 논란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된 ‘노 마스크’ 집단 면역 실험 논란에 이르기까지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군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번 흥행 소식은 군 관계자들에게 있어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항간에 “요즘 군대는 편해졌다”라는 식의 말들이 떠돌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에 비해 장병들의 복무 환경은 상당 부분 개선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명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이 있었던 지난 2014년 이후 병영 문화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병영 악습 철폐와 사병 인권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여론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 실제로, 복무 기간 단축을 비롯해 병사 월급 대폭 인상, 부대 시설 최신화에 이어 지난해 7월부로는 그간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군 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 제도마저 시행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들, 이른바 ‘선진병영문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제도·정책들이 말 그대로 과거에 있었던 사건 사고들을 ‘무마’하는 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병영 악습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윤 일병’, 또 다른 ‘임 병장’이 생겨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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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당장 지난 6월만 하더라도 휴가와 자가격리로 인해 자리를 오래 비웠다는 이유만으로 선임병들로부터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던 한 해군 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수사 과정에서 당시 지휘관이었던 함장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해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가해자와의 화해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환경 자체가 달라져 이제는 악성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던 국방부의 기자회견이 있던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었다.


‘어김없이’ 터져버린 또 하나의 참사. 그리고 마치 폭탄 돌려 막기라도 하듯 ‘어김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또 은폐하려고만 하는 군 당국.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악순환되는 만행들 앞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이 중요한 질문 그러나, 반드시 답해야만 하는 질문에 필자는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구조에서 빚어지는 ‘당연함’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물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군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고, ‘당연히’ 따라야 하는 규칙·규율들 혹은 그로부터 비롯되는 강제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닌 계급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붙이고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 속에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는커녕 누군가의 외모와 성격, 기호와 취향, 심지어는 존재 그 자체마저 ‘틀린 것’이라고 단정 짓고 나아가,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안일함’에는 비단 폭력이나 무시와 같은 직접적인 행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후반부에서도 그려졌듯이 방관과 동조의 태도 역시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낳는 또 다른 안일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태도들은 단순히 책임 회피의 수준을 넘어서 가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감시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에게 더욱 큰 고립감과 무력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군대라는 사회 안에서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일종의 생존 전략처럼 여겨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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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좋은 추억도 X같은 기억도 다 털자”


드라마 중반부, 전역식을 마치고 떠나려는 황장수(신승호 분)는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오타쿠’ 조석봉(조현철 분)에게 악수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석봉은 그간 쌓였던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장수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고 소리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일말의 미안함조차 담기지 않은 사과 한 마디와 괜히 분위기만 망쳤다며 곁을 떠나는 동료들의 핀잔뿐이었다.


사실 기억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불공평’하게 나타난다. 일기장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샌가 누군가에게 기울어버리는 것이 기억이고 가슴 깊숙이 가라앉았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갑자기 떠올라 괴롭히는 것도 기억이기 때문이다. 삶을 쉽게 살아가기도,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기에도 어려워진 요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용어가 온라인에서 부쩍 자주 보이는 현상도 어쩌면 기억이 갖는 그런 ‘악랄함’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되는’ 것들이 아닌 ‘하는’, 결국은 ‘해내는’ 것들로서 기억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하고 완전하지 않아도 혹여나 불편하더라도 어떤 일인지와 상관없이 그 속에서 피어난 수많은 생각과 마음, 고민들을 우리는 기억으로서 남겨두어야 한다. 모든 것이 ‘당연해지고’, 또 순간순간에 ‘익숙해지는’ 세상 속에서 그것만이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할 것이고, 당신이 당신으로서 그리고 우리가 우리로서 함께할 날들을 새롭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믿음이 누군가에게 번져가기를 바라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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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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