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맘대로 만드는 용사 서사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게임]

글 입력 2021.09.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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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젤다 머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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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만 원짜리 젤다 머신’.


2017년 닌텐도 사에서 게임기기 ‘닌텐도 스위치’가 새롭게 출시되고 얻은 별명이었다. 현재는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게임기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타 경쟁사 기기들에 비해 떨어지는 성능, 사그라들던 닌텐도 사 자체의 유명세로 스위치의 등장은 위태로웠다.


그때 닌텐도 스위치를 세상에 알리고, 나아가 ‘메타크리틱 10점 만점’을 역대 최다로 받으며 ‘2017 최고의 게임상(GOTY)’을 수상하기까지 한 게임 타이틀이 바로 닌텐도 독점 IP를 활용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이하 젤다야숨->이다.


당시 ‘젤다야숨만 플레이해도 스위치는 제값을 한다’는 말이 공공연했을 정도로, 젤다야숨 시리즈가 닌텐도 스위치와 세계 게임 산업에 미친 영향력은 엄청났다.

 

 

 

초록색 옷 입은 애가 젤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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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ds, 2ds, 3ds, wii까지 여러 기기를 거쳐 공고하게 형성된 ‘닌텐도 월드’는 배타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오직 닌텐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캐릭터와 세계관 IP는 오히려 회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덤은 물론, 다양한 문화 영향력을 만들어내 왔다.


그 중 젤다야숨은 닌텐도의 마리오, 커비 등과 같은 유명 캐릭터 IP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스위치판 타이틀이다. 사골이 되어버린 ‘초록색 옷 입은 애가 젤다죠?’ 밈을 떠올려보면, 해당 시리즈의 역사가 제법 오래되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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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젤다의 전설 시리즈 중 젤다야숨은 확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오픈월드 형식을 빌려, 등장인물 ‘링크’가 되어 자유롭게 이동하며 맵을 누빈다. 광활한 필드에 존재하는 엄청난 수의 나무는 물론, 벽이나 산까지 등반이 가능하며 대다수의 장소를 탐험한다. 체력과 스태미나를 올리기 위해서 게임 내 ‘퍼즐’로 기능하는 워프 수단 ‘사당’을 클리어해야 하고, 일시적인 상태 회복 혹은 능력 증가를 위해 요리를 만든다. 모습을 들키면 바로 쫓아오는(!) 주변 몬스터들과 전투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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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게임 내 존재하는 메인 스토리 타임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마주치는 스토리 애니메이션과 링크의 전력이 되는 네 가지 ‘신수’들의 능력 획득은 플레이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플레이어의 몰입을 돕는다. 넓은 필드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맵의 아름다운 전경과 ost는 그 몰입을 더하는 요소다.

 

 

 

내 맘대로 만드는 용사 서사


 

하지만 젤다야숨만의 독특한 입지는 엄청난 수준의 게임 ‘자유도’에 있다. ‘플레이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든 그가 이뤄지게 만든다’는 제작진들의 의도 아래, 링크가 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방면으로 ‘용사 서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는 약한 플레이어가 힘을 길러 레벨을 올리고, 그 레벨에 따라 몬스터를 해치우면서 정해진 퀘스트를 달성하다 보스를 물리친다는 선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그려진다.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어, 즉 링크가 100년 전 마왕 ‘가논’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남과 함께 시작된다. 이후 젤다야숨의 유일한 가이드라인인 튜토리얼을 거치고 나면, 플레이어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메인 스토리를 착실하게 따라가며 게임 조작을 익혀도 되고, 보스는 등한시한 채 거대한 필드만을 탐험해도 된다. 수 많은 사당들을 클리어하며 각기 다른 트릭과 퍼즐을 해결하는 데 시간을 쏟거나, 튜토리얼을 마치자마자 보스 가논을 잡으러 떠나도 무방하다.


특이하게도, 이 개별적인 과정들은 모두 ‘말이 없는’ 링크의 모습과 함께 그려진다.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게, 짧은 숨 정도를 제외하면 링크의 목소리는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폭발적인 자유도 안에서, 플레이어가 성별이나 국적, 나이와 관계없이 링크 그 자체가 되는 것을 돕는다. 용사 링크가 되어 ‘내 맘대로’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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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자유를 전제로 하는 오픈월드 게임은 존재하기 힘들다. ‘재미’를 근본이자 궁극적 목표로 두는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제작자의 일정한 개입과 게임적 관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젤다야숨은 적어도 내게는 현존하는 오픈월드 게임들 중 가장 높은 퀄리티를 가졌다. 제작자의 개입과 게임적 관념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서사의 주도권을 넘기며 스스로 모험을 꾸려나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022년, 젤다야숨의 후속작이 발매된다는 소식과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다. 젤다야숨이 큰 성공을 거둔 만큼, 플레이어들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믿고 하는’ 젤다야숨이지만, 제작진이 여전히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내 맘대로 쓰는 용사 서사’임을 인지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미있는 게임들은 많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서사를 이끄는 게임은 결코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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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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