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까마귀

2화
글 입력 2021.09.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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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톱엔 어떤 파츠*를 붙여드릴까요?"

 

그녀의 말이 쓸데없는 생각들에 잠겨있던 나를 다시 현실로 꺼내왔다.

 

눈앞에는 작은 파츠들이 와르르 쏟아져 있었다. 형형색색의 비즈 조각들과 반짝거리는 레진 작품들, 작은 사탕처럼 생긴 구슬들 사이로 조그만 조개 하나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조개도 모형인가요?

 

내가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앗, 아뇨! 얘는 제가 지난 제주 여행 때 바다에서 주워온 친구예요.

 

바다라는 단어를 듣자 아홉 살쯤 되던 여름이 생각났다.

 

시집살이에 지쳐 어린 나를 데리고 집을 나온 엄마와 무작정 떠난 서해바다였다.

 

웃자란 나는 조용히 엄마 곁을 지켰다. 하지만 어린이는 어린이인지라 관광 명소답게 잡상인들이 파는 반짝반짝한 물품들에 시선이 뺏기는 것까지는 어떻게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워낙 깐깐한 사람이라 사줄 리가 없었다. 아, 아빠가 왔었더라면. 시집살이에 지친 엄마를 두고도 어린 나는 철없이 생각했다.

 

해는 뜨거웠고 점심 겸 저녁으로 냉면을 먹은 우리는 하염없이 모래사장을 걸었다. 급하게 나온 여행길이라 갈아입을 옷이 없었기에 담글 수 있는 것은 발뿐이었다.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해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알록달록하기까지 한 파라솔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잠시 카페에 들러 엄마는 차가운 커피를, 나는 아이스티를 마셨다. 아주 작은 컨테이너 박스 같은 카페였는데, 작은 창 밖으로 파도의 끝자락만이 보였다.

 

“엄마, 우리 언제 나가?”

 

창 밖만 보고 있는 엄마 눈치를 보는 것에 답답해진 내 물음에 엄마는 대답했다.

 

“해가 조금씩 사라질 때에 가자.”

 

창 밖의 파도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결국 물거품으로 끝나버리는 경주를 계속 해댔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가자.”

 

*

 

엄마 손을 잡고 카페 밖으로 나오자 나는 아홉 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해야 했다. 빨갛고 커다란 보석 같은 해 아래로 물결이 일렁였고, 주황빛의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이 바다 위에 잔뜩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얇고 붉은 실크로 짜인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엄마! 봐 봐, 너무 예뻐! 물 위에 보석이 떠다니는 것 같아! 온통 빨갛고 반짝거려!”

 

나는 흥분해서 방방 뛰며 말했다.

 

내 말에 엄마는 시선은 바다를 응시한 채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진아, 반짝이는 것에 마음이 현혹되면 안 된다.”

 

차분한 엄마의 말에 나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날 나는 엄마의 말을 어긴 채, 돌아오는 백사장에서 그 시간을 기념할만한 조개껍데기 두어 개를 주머니에 몰래 주워 집으로 돌아왔다.

 

*

 

-저.. 손님, 결정하셨나요?

 

-아, 네!

 

나는 화들짝 다시 내가 있던 공간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이 조개껍데기로 할게요. 얘 붙여주세요.

 

내 말을 듣고 그녀는 네일아트용 핀셋으로 그 조개를 집어 들며 말했다.

 

-와, 이 친구 누구한테 가나, 계속 마음 쓰였는데, 손님한테 가네요!

 

환하게 말하는 모습이 꼭 진주 같았다.

 

-그러게요, 제가 H씨의 바다를 손 위에 얹어 가네요. 

 

그녀는 내 말이 빛난다며 웃었고, 나도 그런 H를 보며 함께 웃었다.

 

 


 

 

*파츠: 네일아트 시 손톱 위에 붙이는 작은 장식 조각.

 


[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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