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마법을 펼치는 화가 - 후지시로 세이지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여러 번 보아야 더욱 아름답다
글 입력 2021.08.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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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2.jpg

 

 

98세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초기작부터 16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을 관람하고 왔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난 지금 새삼 전시 명이 뇌리에 새겨지는 것은 그만큼 후지시로 세이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빛과 그림자’를 정말 독창적으로 잘 녹여 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 우주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 숨쉬며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생명들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나아가 인생을 그려가고 싶다던 후지시로 세이지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인 빛과 그림자의 적절한 배합과 배치로 이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빛과 그림자는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며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의 적절한 조합, 카게에 작품들


 

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7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이번 전시를 통해 접한 그의 작품 중에서 단연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2차 세계 대전 직후 제작한 ‘카게에’라는 유형의 작품들이었다. ‘카게에’는 일본말로 ‘그림자 그림, 그림자 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후지시로 세이지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을 법한 검은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해 이를 구현해 냈다.


그의 카게에 작품에는 주로 밤도깨비가 등장하며 그들이 소소하게 이루어 가는 작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도깨비들의 실루엣과 주변 소품들을 검은색 골판지로 구성한 후 연기, 달, 강물 등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 전구를 이용해 빛을 쐬어주며 둘 사이의 대비를 명확히 드러냈다.

 

게다가 배경과 빛으로 표현한 소품들의 명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흑백만으로도 작품을 풍성하게 구성한 점이 인상 깊었다.

 

 

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1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무엇보다도 이 ‘카게에’ 작품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이 작품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당시 이루 말할 수 없는 인명 피해와 더불어 모든 희망을 앗아가 버린 2차 세계 대전 이후, 잿더미가 되어버린 세상 위에 다시 태어나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어떠한 구김이나 그늘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하늘을 나는 난쟁이>라는 카게에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자그마한 도깨비들이 거꾸로 든 우산을 마치 배처럼 탄 채 하늘을 날고, 몇몇 도깨비들은 빗자루를 탄 채 마녀가 된 것만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그들의 뒤로는 놀이동산을 연상케하는 풍선이 떠다니며 이 작품의 무드를 완성한다.

 

도저히 2차 세계 대전 직후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만큼 해맑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에서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남다른 연출력으로 이루어낸 공연 사업


 

캐로용 유토피아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후지시로 세이지의 연도별 일대기적 작품들 속에서 가장 의외로 다가왔던 것은 그가 ‘모쿠바지’라는 극단을 이끄는 수장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일본 순회공연과 공연장의 용도를 뒤바꿀 만큼 일본 공연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기도 했다.

 

2차원의 평면적인 그림 작품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등신형 봉제 인형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이전에는 없던 방식의 공연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후지시로 세이지가 얼마나 독창적인 사람인지 드러나는 것 같았다.


특히 그가 제작한 캐릭터 중 장난기 많은 커다란 눈을 지닌  개구리 캐릭터는 전례없는 인기를 누렸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이 캐로용이 등장하는 공연은 기존 공연장에없던 음향과 원형 무대를 만들어 과감한 연출을 시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한 사람의 작품으로 인해 공연장의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후지시로 세이지가 자신만의 특징을 담은 새로운 시도로 예술계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시장 한 켠에는 후지시로 세이지의 공연과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실 처음 이 공간을 발견했을땐 오랜시간 선 채 전시를 관람하느라 고단했던 다리를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앉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독특한 발상과 소재, 잔잔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스토리 전개,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후지시로 세이지 특유의 연출력이 응집된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에는 그런 힘이 있다. 한 눈에 들어 온다기 보다는 두눈, 세눈에 보면 작품이 지닌 새로운 매력을 매번 발견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작품 앞에 서서 오랜 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작품 속 선 하나, 색채 하나, 하다 못해 고양이의 털 오라기 하나에도 그의 섬세한 표현이 숨어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그의 작품은 이렇듯 여러 번 접할 때마다 다른 작품이 되어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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