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망가자 그리고 다시 돌아오자 - '도망가자' [도서]

당신을 위로할 노래를 그린 책, 도망가자
글 입력 2021.08.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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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de(세레나데) 속 ‘도망가자’


 

누군가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비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여기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음악으로 털어놓는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바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이다. 그리고, 선우정아의 대표곡 ‘도망가자’가 일러스트레이터 곽수진의 손을 거쳐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노래를 그림으로 그려낸 이번 책을 이야기하기 전, ‘도망가자’라는 곡을 말하고 싶다. ‘도망가자’는 선우정아의 정규 3집 앨범 ‘Serenade’의 수록곡이다. Serenade(세레나데)라 하면, 보통 사랑의 노래로 흔히들 생각하지만 이 앨범은 단어 속 또 다른 의미인 ‘저녁 음악’에서의 Serenade로 만들었다. 그 이유에는 선우정아가 앨범을 쓰며 낮보다는 ‘밤’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라고 한다. 어두운 감정을 다루지만 그 뿌리는 대상을 향한 애정과 사랑을 담은 노래라 중의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도망이 주는 새로운 힘


 

제목을 ‘도망이 주는 새로운 힘’이라 붙인 것은 사실 필자는 ‘도망가자’라는 말에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내가 생각한 유토피아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현실에서 어떻게든 버텨내야한다고 생각했다. ‘도망’은 도피나 회피라 여겼고 곧 패배나 실패를 연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곡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그러한 생각은 점점 옅어졌다. 현실을 그대로 부딪치는 것 대신 벗어나는 방법을 택하더라도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잠시 그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붙잡는 생각을 치유하기 위해 골몰하기 보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별 것 아닌 생각으로 정리될 때가 있듯 때론 직면보다 한 발 물러서는 도망은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앞선 말의 결을 따라 이어가자면 ‘도망가자’를 들었을 때 필자가 먼저 든 생각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2016)’라는 일본 드라마였다. 큰 의미에서 보면, 둘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택하지만 오히려 도망이 새로운 힘과 방향을 안내해준다는 것이었다. 도망이 곧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것에서 맞닿아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실제로 몇 년 간 시리즈 물로 나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도망에 얼마나 공감할까.’를 생각해보면 이미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노래 ‘도망가자’ 또한 같다고 생각한다. 도망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공감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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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도망가자’


 

같은 노래를 듣더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사연에서 노래를 기억하고 회상하지만 위로받는 마음은 같다. ‘도망가자’ 노래 또한 그렇다.


‘도망가자’로 선우정아는 세상을 저버린 젊은 이들 그로 인해 느껴지는 허망감과 슬픔을 노래에 담았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전하고자 했고, 일러스트레이터 곽수진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을 추억하며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그림책을 보는 필자는 몇 년 전 항상 곁에 있어주는 동생과 함께 그림책 속 배경으로 여행을 떠났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도망가자, 우리가자


 

‘우리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가사에서는 ‘우리’, ‘너랑’, ‘나랑’이 자주 나온다. 즉,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함께하자는 말 속에서 노랫말을 되새기다보면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위로를 받게 된다. ‘도망가자’라고 말했지만 사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치 않다.


노래에서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곳을 가는 과정보다 함께하는 이가 누군지와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지받을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욱 와닿기 때문이다.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이번 ‘도망가자(Run with me)’ 책을 그린 곽수진 작가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함께 가는 동반자’에 초점을 맞추어 ‘도망가자’라는 노랫말에 그림을 얹었다. 그리고, 동반자는 자신과 오랜시간 함께했지만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추억하며 마지막 여행의 기억과 그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그림으로 담았다.

 

그림 속에는 강아지를 향한 작가의 애정어린 표현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강아지와 함께 찍은 어릴 적 사진과 대학 졸업 때 찍은 사진으로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과 심지어 열쇠조차 강아지 얼굴로 그린 부분에서 그렇다.


노래와 함께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며 나와 오래 함께해온 반려견이 어느 날 떠나간다면 그 마음은 또 어떨까 생각해봤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지만 떠나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 구석이 아려왔다. 특히, 작가 특유의 따뜻한 그림체가 강아지와의 마지막 여행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안에 담긴 그립고도 아쉬운 복잡적인 마음들이 노래 가사에 들어맞아 아팠다. 너무 따뜻해서 더욱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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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그리고 다시 돌아오자


 

가사는 도망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망가서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온다. 이것은 앞서 말한 도망이 단순히 도피나 실패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아픈 현실로부터 함께 도망치듯 떠났지만 다시 씩씩하게 돌아오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필자에게 누군가 ‘여행을 다녀오면 힘들 때가 있어도 그 때의 기억들로 또 살아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함께 여행한 이들, 거기서 만난 소중한 추억들은 모두 내가 살아갈 힘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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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과 노래를 들으며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그럼에도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추억이 있다는 것 그리고 노래를 이렇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또 다른 좋은 기억이 생긴 것 같다. 마음이 뒤죽박죽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읽게 될 이들 모두가 아프지말고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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