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그 자리에서 앞을 보고 외쳐! "실렌시오 브루노!" [영화]

루카, 2021
글 입력 2021.07.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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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고 나서도 장르에 대한 편식이 꽤 심했다. 그토록 편향적인 시각을 갖는 것에 대해 멸시했지만, 내게 애니메이션에 다가가기란 정말 힘들었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통통 튀는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가벼울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으로 물들어있었다.

 

그러던 작년, 픽사의 <소울>의 작품성이 입소문을 타고 타 나를 극장으로 우연히 끌어들였다. 실존 인물이 나오는 작품이어야 생동감과 진실성이 있다는 합리화적인 타당성을 만들어놨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픽사와 디즈니의 23번째 영화 <소울>은 ‘22’라는 의미에 굵직한 서사를 만들어 내 가슴을 크게 울렸다. 그러니 <루카>를 극장에서 놓친다는 건 후회스러울만한 행동 중 하나라고 느꼈기에 이번에는 설렘과 기대를 한 몸에 담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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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의 배경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지비에라 지역인 친퀘 테레(Cinque terre)라는 곳이다. 이곳은 다섯 개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마을 해변에서의 소박한 휴식을 갖기에 좋은 곳이며 바닷가 절벽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몽한적인 체험을 경험하기에 최적화 된 장소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악덕 바이러스가 점차 물러가 1년 동안 멈춰진 해외여행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한 포스터였다. 그러나 또다시 한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 이상을 돌파하며 영상과 결합된 콘텐츠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루카>는 여름철 전 세계인의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으로써 드넓은 자연과 아기자기한 동네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주기 적합한 영화라 볼 수 있다.

 

또한 영화에서 24가 가지는 숫자는 정말 중요한 숫자다. 영화는 초당 24 프레임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픽사에서 23번째 영화 <소울> 이후, 24번째로 나온 <루카>는 이러한 의미만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지 않을까.

 

 

 

소심 VS 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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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아이스크림을 들고 둥글둥글 귀엽게 생긴 아이가 주인공 루카다. 루카는 탁 트여진 듯 갇힌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지만 물 위에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지 못한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모님의 지나친 걱정과 인간들에 대한 경멸스러운 선입견을 씌어주었다. 두 번째는 루카 본연 자체는 겁이 많고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은 소심 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카와 종족이 같은 형 알베르토를 만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알베르토는 루카와 달리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대범하며 시원시원하다. 루카는 이런 형 옆에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두려워할 때마다 형 알베르토는 옆에서 도와준다. 여러 도움을 줬지만 루카에게 또 관객에게 크게 인상 깊은 주문이 있다. “실렌시오 브루노!”

 

실렌시오는 “조용해!”라는 뜻이며 브루노는 내면의 겁쟁이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만이 기회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주변에서 내는 영양가 없는 미세한 목소리에 집중하며 없던 일로 마무리 지어버린다. 그때마다 알베르토는 주입식으로 루카에게 “내면의 겁쟁이야, 조용히 좀 해!”를 외치라고 하며 루카의 망설이는 내면을 단단하게 가꾸어준다.

 

그래도 둘은 세상을 더 크게 바라보고 싶다는 큰 공통점이 있기에 우정을 차차 쌓아나갈 수 있었다. 바다에서 볼 수 없었던 자연환경을 보며, 맛있는 걸 먹고 사색할 수 있는 삶을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둘을 세상 밖으로 구출시켜줄 사물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영화에서는 스쿠터 베스파를 중심으로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베스파만 있다면 꿈에만 그리던 지상낙원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육지로 나가게 되는데 이들에게 물과 비는 경계대상 일순위였다. 바다에서 육지로 나오면서 몸은 인간의 신체로 변화 됐지만 물과 비가 몸에 닿기만 하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도 물고기로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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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 둘의 앞엔 명랑하고 씩씩한 줄리아라는 소녀가 나타난다. 줄리아는 이들이 동네에서 위협적인 일이 생길 때 구출해 주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준다. 집에 데려가 파스타를 대접하고 함께 자전거 대회, 파스타 빨리 먹기 대회, 수영 대회를 나가는 목표를 함께 세우며 세상을 향한 첫 번째 도전을 심어준다.

 

 

 

한 번은 만나게 될 영향력 있는 친구


 

<루카>를 만든 이탈리아 출신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감독이 실제 11살 때 만났던 친구 알베르토를 영화에 이름을 똑같이 녹였다. 엔리코 감독 역시 루카처럼 늘 수줍어하고 조용한 아이였고, 실제 알베르토도 말썽꾸러기로써 둘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영화의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가장 개인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특수 효과와 영상 길이가 최적화되었다는 점이다. 감독의 개인적인 감정이 시발점이 되어 누구나 거친 유년시절을 소환시켜 잔잔하고도 강력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맞게 한다.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턴 성향과 성격의 싱크로율이 비슷한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나이의 숫자가 한자리일 때와 1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결이 다른 친구들로 인해 높낮이가 왔다 갔다 하는 감정과 경험을 체험했다. 그 과정을 함께 맞춰나가며 속상했던 날도, 축 처진 날도, 감동적이었던 날도, 행복에 행복을 더한 날로 덮인 에피소드들이 많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이해해야 했고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협동과 화합을 담고 있는 소재가 성장영화 애니메이션의 본질인 듯 <루카>에서도 큰 소재의 키워드가 된다. 인간은 바다에서 사는 생물을 바다괴물로 보고, 바다에서 사는 생물들은 인간을 인간 괴물로 본다. 그러나 이 넓은 세상에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수많이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절대 조용할 수 없고 매 순간이 복잡스러운 뉴스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파와 당을 나눠 서로를 배척할 수밖에 없는 그림만이 세상이 아니며, 세상이란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겉모습이 아니라 한 명의 개개인들이 외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그 안에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공존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날라 온다.

 

어제 넓은 극장 안에서 나를 포함한 단 5명이 같은 시간대에 <루카>를 봤다. 극장이 휑해서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한 편으론 다행처럼 느껴진 잠시의 순간이 있었다. “루카! 자꾸 아래를 보니깐 넘어지는 거야. 앞을 봐야지!”라는 대사로 인해서다. 루카가 자전거를 처음 타면서 겁을 잔뜩 먹자, 알베르토가 강하게 꾸짖는 장면이었다. 눈물 한 바가지를 펑펑 흘렸다.

 

루카가 너무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별것도 아닌 일에 지레 겁먹고 힘들어하는 점이 나를 투영시키는 것 같아서 눈 안에 눈물이 고여 잠시 화면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우는 내가 드디어 애니메이션을 보며 즐길 자격이 생긴 것 같아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다.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아 어른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부여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 준 <루카>를 안 볼 이유는 감히 적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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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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