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많관부', 관심 가라사대 [문화 전반]

관심의 끝엔 내가 있나니
글 입력 2021.07.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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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그렇듯 과한 관심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내 입맛에 맞는 관심사 곳곳에 애정을 조금씩 쏟다 보면 새로운 나를 우연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도 꾸준히 그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는 '부캐 열풍'은 '준며들다'의 최준이나 '한사랑 산악회', '매드몬스터' 등 기존에 없던 웃음과 현실감 가득한 독보적 캐릭터로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정체성이 어디서 시작된 걸까 궁금하다가도, 기존 본체들과 전혀 매치가 안되는 부캐들을 지켜보며, 저들이 세상을 얼마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지 새삼 놀라웠다.

 

소위 'K-아재'들의 특성을 그들의 시선으로 모방하고 해석하여 밈(meme)화한 '한사랑 산악회'는 한국 중년 남성의 행동 양식을 정말 사실감 있게 연기했고, 캐릭터마다 탁월한 서사와 성격으로 'K-아재'를 아는 국내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사랑 산악회 콘텐츠는 국내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외국 힙합 가수 스눕독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사랑 산악회의 일원 중 배용길(이용주)과 정광용(정재형)이 커버한 저스틴 비버의 'Peaches' 영상을 공유해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들의 매력에 빠졌고, 그들의 정직한 발음 '탓취(터치)'나 '배대시(배드-애스-비치)'를 본 외국인들도 배대시'(Be-de-si)'라는 댓글을 따라 할 정도인데, 일부 국내 팬들은 과연 스눕독이 한사랑 산악회와 아재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한 것일지 의문을 품기도 하는 등 재밌고도 놀라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사랑산악회 Peaches

 

 

그러나 스눕독이 아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만 신선하고 흥미로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사랑 산악회의 '한국 아재'상이나, 매드몬스터의 원천인 '한국 아이돌' 특성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오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들만의 '해석'이 있었기에 현실 고증 대단한 캐릭터 '배용길'과 '제이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팬들이 왜 그들을 '사이버 인류학자'라고도 부르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리고 그들이 그려낸 부캐상을 찰떡같이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은 관심에서 비롯된 관찰과 해석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지. 잘 아니까 나도 모르게 잘할 수 밖에 없다던 수많은 '덕후' 분들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간다.

 

 

매드몬스터.jpg

매드몬스터 탄, 제이호

 


그러고 보면, 한사랑 산악회가 등장하기 전에 '덕후' 붐이 있었다. 수년 전엔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일이었던 '덕후' 생활이 세상에 정식으로 인정받은 지 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제 '덕후'의 삶 역시 지속적 관심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얼마나 대단하며, 즐거운 일인지, 그래서 한 사람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지 알고 있다.

 

책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의 저자도 자신이 BTS의 팬임을 밝히며, BTS 덕분에 번아웃을 극복했다고 한다. "많이 힘들지? 불안하고 무섭지? 실은 나도 그래. 그럼 우리 손 잡고 같이 가볼까?" 힘든 게 당연하다고 저자에게 말해준 유일한 사람들이었기에 좋아하게 되었고, 관심을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번아웃을 극복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것'을 이어가다 보니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쓰게 된 저자는 결코 우연히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물론 관심을 가졌던 것이 성과를 내어 책도 쓰고 인터뷰도 하는 것 그 자체로 좋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현실의 방향성을 잃어갈 때도 관심사에 조금씩 애정과 주의를 쏟는 일이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다른 무언가에 '관심'을 쏟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관심이란 쏟는 만큼 관심을 쏟는 이에게 도로 행복을 돌려주는 것 같은데 한 사람의 삶에, 관심의 양과 비례한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 꾸준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본 관심사와 관련된 책을 쓰기도 하고, 전문가가 되어 직업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강연을 하고, 또 다른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관심이란 '이성'과 '마음'이 시너지를 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진다'라는 말은 '좋아한다' 라는 말로 대체될 수도 있고, '신경 쓰고 있다'라는 말로 대체될 수도 있으며, '염두에 두고 있다'던가, '집중하다', '주목하다' 등 마음과 생각 모두를 몰두하고 있는 수많은 유의어로 대체된다.

 

결국 관심사에 꾸준히 마음과 생각을 쏟는 일이야 말로 그 대상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이기도 하다. 집중하며 생각하고, 곱씹으며 본인만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바라보고 지켜보며 변화를 영민하게 찾아내게 된다. '부모가 자식을 가장 잘 안다'라는 것도, 부모야말로 자식에게 가장 마음과 생각을 쏟으며 관심을 두는 주체이며,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식성이며, 미세한 정보까지 알고 있는 이유도 역시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으로 무엇을 잘 안다는 말은 그만큼 관심을 쏟았다는 뜻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관심 갖던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강연하며, 책을 쓰고 업이 바뀌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결과인 것도 인과관계가 확실하다.

 

물론, 업과 관심으로 얻게 될 수도 있는 결론을 위해 '관심'을 쏟는 것은 본인을 속이는 일이기도 한데, '생각'만 할 뿐, '마음'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마음과 생각이 동시에 동하는 상태이므로, 그 관심이 지속하였을 때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행복도 느끼고, 생각과 온 마음을 쏟아부으며 몰두한 관심사에 대해 쌓이는 정보와 지식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타인의 관심을 함부로 속단하거나 강제할 수도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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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ice)이다.'

 

장 폴 사르트르

 


그의 말도 맞지만,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oncern)이기도 하다. B와 D 사이의 수많은 점을 연결하고 잇는 것은 관심, 관심사 간의 관계이다.

 

수많은 C가 만들어낸 결론이 행복과 자기만족이던, 유명해지고 책을 쓰는 일이든 간에 상관없이,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된다는 점과 관심이 이어준 또 다른 방향이 우연히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기에 우리는 세상의 곳곳에 관심을 쏟고 그 순간을 즐길 필요가 있다.

 

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 관심을 가지다가도 관심이 사그라들어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을 수도 있고, 무심해질 수도 있다. 상관없다. 그냥 순간순간의 내 마음과 생각이 가는 것들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는 일만으로도 그때를 살아내는 나를 채워주는 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흥미가 더는 가지 않아 변덕스럽다고 본인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관심을 찾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것에서부터 세상 곳곳 미처 다른 이들의 관심이 닿지 못한 곳까지도. 다소 거창하지만 그런 나와 당신의 관심이 서로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행복과 의미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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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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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자유롭고싶어
    •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보는 관점부터 그것을 이해하고 재해석해내는 피식대학과 빵송국 채널을 '사이버 인류학자'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신 점이 대단합니다. "관심을 갖는다"라는 것이 이성과 마음을 쏟는 것이고, 그것의 의미까지 읽어내주셔서 큰 영감을 얻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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