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꿈이 무엇인가요?
글 입력 2021.06.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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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막 입학했던 나는 동아리 면접장에서 혹시 질문이 있느냐 묻는 선배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배들은 꿈이 뭐예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들에게 눈치를 살피며 말을 덧붙였다. ‘그냥 궁금해서..’ 질문에 악의가 없는 것을 확인한 선배들이 멋쩍어 하며 입을 열었다. ‘공무원 준비할 계획이야.’ ‘나는 직업 군인.’ 그들은 서로의 꿈을 처음 듣는지 서로를 의아하게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곤 ‘이런 질문을 한 건 네가 처음’이라며 웃었다.


당시 나는 꽤 여러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인지를 묻고 다녔다.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학과에서 다들 나와 비슷한 꿈을 꾸고 있을지 궁금했고, 나보다 먼저 성인이 된 그들이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대학교 4학년이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남들에게 꿈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다. 대신에 ‘어느 기업에 취업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두 질문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고, 무엇이 나를 달라지게 했을까?

 

 


제 1장. 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어릴 적 나에게 꿈이란 ‘먼 미래에 되고 싶은 것’이었다. 잠을 잘 때 꾸는 꿈처럼, 어린 나의 꿈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어린아이가 꿈꾸는 것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꿈은 별거 아닌 이유로 정해지고 쉽게 바뀌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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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수식어가 얻고 싶어 (당시 기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꿨고, 알약을 빻는 일이 멋져 보여 약사가 되고 싶었고, 수정구슬이 갖고 싶어 점술사를 꿈꿨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교실의 뒤편에 붙은 장래희망은 하나같이 천진하고 화려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꿈은 현실적으로 변했다. 재능, 경제적 여건, 성적 같은 조건들이 꿈의 실현여부를 판단하게 했다. 그러자 꿈은 ‘가고 싶은 대학, 학과’에 가까워졌다.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던 꿈은 대학입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실체가 생겼다.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과 꿈을 이루는 것이 같은 말로 느껴졌다.


꿈이 매일같이 달라지던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 나는 늘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대학교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교수님께서 왜 신문방송학과에 왔느냐 묻자 나는 방송 진행자가 되고 싶어서요, 했다. 방송인이라는 꿈은 나의 일부였고, 신문방송학과에 온 것은 꿈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내게 누군가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아마 대답을 망설일 것 같다.


꿈이 분명 있었는데, 없어졌다.


 

 

제 2장. 왜 말을 못해?



언젠가부터 더 이상 꿈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늘 방송인이 되고 싶다 당당히 말해 왔지만 대학에 다니면서 오랜 꿈을 쉽게 말로 꺼내기 어려워졌다.


사실은 꿈이 바뀌었다. 별다른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보통 대학에서 묻는 꿈은 ‘취업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명확한 소속과 형체가 없는 직업은 허황되고 현실성 없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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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현실과의 타협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결국 현재의 내가 내린 선택이었다. 대학에서의 시간은 현실을 보여주고 내게 선택하게 했다.


선택한 것은 나였다. 하지만 왠지 자꾸 이런 선택이 부끄러워지는 것이었다. 특히 원래의 내 꿈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 그랬다. 그동안 꿔왔던 꿈이 철없던 시절의 것이 되는 것 같았다.

 

 


제 3장. 꿈이 무엇인가요?



나는 언제부터 꿈과 장래희망을 동일시하게 되었을까? 둘은 같은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꿈이란 뭔가? 한 포털 사이트의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면서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다.


꿈이란 그냥 간단히 말해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다. 그게 직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거기에 국한될 필요는 없겠다. 남들의 기준에 나를 지나치게 몰아세워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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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내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잘 사는 것.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살아가며 스스로 정의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결국 스스로의 ‘잘’ 사는 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지고픈 직업을 가져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쓰고 하며 나름의 기준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꿈은, ‘내가 스스로 정의한 행복에 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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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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