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메기(2018) [영화]

글 입력 2021.06.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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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실에서 누군가는 섹스를 했고 사진이 찍혔다.

 

그 적나라한 엑스레이 사진이 병원을 돌아다니게 되고 부원장은 그것이 윤영이라 생각해 퇴사를 권한다. 윤영은 퇴사를 위해 사직서를 준비했음에도 생각지 못한 부원장의 태도에 퇴사하지 않고 당당히 병원을 다닐 것이라 맞선다.

 

문제는 다음날이다. 모두 자신이 찍혔다고 착각한 병원 사람들이 모두 출근을 하지 않는다. 부원장과 윤영은 그들이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아파서 그런 것인지 사람에 대한 믿음의 문제를 두고 진위를 살펴보려 한다.

 

영화 속 첫 번째 믿음의 문제다. 정말 아파서 못 나온 직원의 상황을 직접 확인한 후 윤영과 부원장은 사람을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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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믿음의 문제는 윤영과 성원의 연애 관계에 있어서다.

 

어느날 윤영에게 찾아온 성원의 전 여자친구가 성원이 자신을 때렸다는 말에 윤영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정말 때리긴 했는지를 두고 성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성원의 전 여자친구의 말을 믿기로 택하고 성원을 집에서 내쫓은 뒤에도 다시 한번 진위파악을 위해 성원을 찾아 여자를 때린 적이 있냐고 직접 묻는다.

 

태연하게 때린 적 있다는 성원의 말에 순간 메기가 뛰어오르고 영화는 성원을 싱크홀에 빠뜨리면서 끝난다. 두 번째 믿음에서 자기에게 다가온 믿음의 문제에 윤영은 믿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믿음’은 곧 진실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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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엑스레이의 불법촬영과 그에 대한 대응의 방식, 폭력, 믿음, 연대하는 과정 등을 훑으며 싱크홀이 터지는 우리 사회에서 ‘믿음’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 믿음이 어떻게 작용 가능한지, 단순하게 믿음 교육을 통해 순진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는 여지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하고 있는 현실로 재개발 등이 사용되는 부분은 그 활용도가 아쉽게 느껴진다.

 

예로, 성원은 윤영의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이 나자 새로운 집을 구하기 위해 윤영 대신 돌아다는데, 그런 성원의 뒤로 펼쳐지는 재개발 반대 시위로 파란 천을 도포하고 그 위에서 마치 해변을 연상시키는 파라솔과 여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영화는 그 심각함을 담아내지 않으려 하는 의도가 보이면서도 앞서 등장한 불법촬영, 피해자 대응 태도 등과 함께 동시대성을 위해 사회적 이슈들을 가볍게 엮은 듯한 생각도 든다.

 

믿었다 배신당해 보았고 타인을 의심을 해 보기 마련인 사회 속 얽히는 관계망에서, 사실 진실은 없고 각자의 시각만 있을 지도 모르는 시대에서 자꾸만 생겨나는, 그리고 계속해서 생겨날 싱크홀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를 두고 영화는 폭력과, 믿음, 연대의 소재를 건드리며 보여준다.

 

영화는 최종적으로 누군가를 믿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원의 진실을 확인한 후에도 생기는 싱크홀이 영화의 마지막에 자리한 것을 보면, 믿음으로써 생긴 싱크홀은 또 어떻게 우리가 메꿔가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마지막까지 남는다.

 

 

[김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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