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 돋보기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도서]

글 입력 2021.06.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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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훈 씨는 배우를 계속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단순한 이유예요. 어쨌든 제가 제일 잘하는 거라서요. 삶을 살아가면서 이 일만큼 나를 안정시켜줄 수 있는 직업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는데, 결국 없더라구요.
 
P.121
 
 
무슨 일을 해야 내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길고 긴 삶에서 내가 안정감을 느끼면서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배우 백형훈 님은 그런 직업이 개인적으로 "배우"였기에 단순하게 선택했다고 한다.
 
이 인터뷰집에 실린 다른 이들도 아마 같은 이유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로서 직업을 선택했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을 최대한 솔직하게 드러낸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직업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신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재정비해볼 수 있었다.
 
 

직업으로서의예술가-고백과자각_평면표지.jpg

 
 
아티스트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 표준국어대사전
 
 
노래, 시, 소설, 연기, 뮤지컬, 연극, 오페라, 무용 그 모든 것을 일컫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직업은 무슨 뜻을 가지고 있을까?
 
 
직업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밥 먹고 잘 자고 계절에 맞게 입고, 의식주를 해결 할 수 있는 역할로서 직업을 선택하고 살아간다. 이 책은 직업으로서 예술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모음집이다. 일반인에게는 좀 멀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삶을 짧은 인터뷰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죽을 때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고 말하며, 이 책을 쓴 이유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써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중 예술 산업 안에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만났다고 한다. 그처럼, 나도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  '예술가'라는 직업을 선택해 살아가는 모든 아티스트들을 만나볼 수 없지만, 이 책으로 대신하여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터뷰의 매력; 사람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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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거의 보지 않는 내가 클립으로나마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퀴즈 온더블럭'으로, 수많은 직업을 가진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한 가지 주제로 귀결되어 은은한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으로, 유재석과 조세호가 인터뷰어로 초대 손님을 인터뷰하는 구성이다. 본 프로그램의 초기 형식은 프로그램 제목대로 길을 가다가 만나는 시민들을 즉석에서 인터뷰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을 따로 초대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익숙한 평범함'이다. 대단한 이력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멋진 연예인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지나가는 행인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결국 무언가 나와 비슷한 평범함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업무를 보거나 일을 할 때 싫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는 그 익숙한 모습들이 모두에게 있었다. 그 익숙한 평범함이 평소 TV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되어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게 되었다. 누구나 평범하다는 말은 누구나 특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두에게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이후, 인터뷰의 매력에 빠져 기사를 읽을 때 누군가를 인터뷰한 글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우리 주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순 없으니, 좀 정제된 글로 쓰인 누군가의 생각과 일상을 보는 재미를 즐기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유퀴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직업으로서의 예술가>라는 책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박희아님이 창작의 최전선에 있는 26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모은 글로, 아이돌과 가수뿐만 아니라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작가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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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한 방송국 PD이자 연반인인 재재와 윤여정 배우님의 일화가 떠올랐다. 재재가 윤여정 배우님을 인터뷰하는 상황에서, 배우님의 과거 필모그래피를 세세하게 알고 있는 재재의 모습을 보면서 윤여정 배우님은 재재의 인터뷰 준비도와 성실함에 대해 칭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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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는 많이 공부 했잖아'라고 말하시며 인터뷰어로서의 재재의 모습과 면모를 칭찬해주시며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평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터뷰어를 뽑으라고 한다면, 재재를 선택할 정도로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배우, 아이돌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인터뷰 대상자에 대해 정말 상세하게 조사를 해 인터뷰 내내 그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준비가 철저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재의 인터뷰가 떠오를 정도로, 박희아 작가님의 경력이 담긴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만날 수 있었고 더욱 예술가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박희아 작가님은 인터뷰이들이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적재적소의 질문 흐름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한명 한명 조사를 굉장히 많이 한 것이 느껴지는 인터뷰 구성이었으며, 윤여정의 40여 년 전 영화까지 알던 재재처럼, 그녀는 뮤지컬 배우들의 초창기 작품 출연에 대한 기억과 평가 또한 모두 기억해내 배우들이 좀 더 진솔하게 인터뷰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훌륭한 인터뷰어 역할을 소화했다. 인터뷰는 사람 돋보기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어는 우리가 멀리서만 바라보는 사람들을 직접 들여다봐 인터뷰 시간만큼은 그들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캐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다시 잘 정리된 글로 풀어내 돋보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인터뷰라는 사람 돋보기를 통해 내가 알고 싶은 사람에 대해 진심을 맛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주 훌륭한 예술가 돋보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애정했던 예술가들

 

이 책의 인터뷰이 중에는 내가 애정했던, 지금도 애정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다. 몇 년 전, 불타올랐던 뮤지컬과 연극에 대한 열정 덕분에 알게 된 배우들이었다. 그들의 공연을 실제로도 많이 봤고 퇴근길 인사에도 가서 그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이렇게 깊게 그들의 속마음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약간의 불안함과 예술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가 동시에 다가왔다.

 
 
나름대로 조금은 무디게 세상에 반응하는 방법을 찾으신 거네요.
 
하지만 절대, 내가 예민해졌다고 해서 내가 가진 가시로 남을 찌르면 안 돼요. (중략)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가시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있지만 이런 예민함을 지니고 있는 게 옳은 거라고 해도 남을 찌르면 안 되는 거예요.
 
배우 정욱진의 인터뷰 중 P.76
 
 
원래 형훈 씨의 성격에 더 가까워지고 있으신 것 같기도 하고요.
 
맞아요. 원래 차분한 사람인데, 안 그런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했던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팬분들과 SNS를 통해서 소통하려고 한창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더라고요. 막상 라이브 방송을 할 때는 즐겁게 했는데, 딱 그고 나면 '아, 괜히 했다'는 생각을 매번 했어요. (후략)
 
배우 백형훈의 인터뷰 중 P.119
 
 
하지만 늘 안정적이고, 늘 기대하는 것을 주는 배우. 저는 지현 씨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늘 그랬어요. 선생님이 "배우는 A+ 아니면 F여야 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런데 지현이는 B+야. 너무 잘하는데, 못하지도 않는데 뭔가 매력이 없어" 그러셨죠. 저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 쉽게 수긍했어요.
 
배우 김지현의 인터뷰 중 P.249
 
 
이야기를 듣다 보니 결핍, 열등감 같은 키워드가 규원 씨를 강하게 붙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늘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주의죠. 제가 갖고 있던 실력적인 한계가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중략) 그런 식으로 설득해서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던 거죠.
 
배우 박규원의 인터뷰 중 P.287
 

 

선택을 받는 직업, 평가를 받는 직업으로서 그들은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과 예술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함께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예민함을 영리하게 연기에 쓰고자 하고,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며 많은 사랑을 받는 나 자신에 주목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내 성장하고 겸손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대 위 기립 박수를 내가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까지 하며 조금 더 좋은 연기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사는 그들의 모습을 알게 되니, 그들도 우리와 같이, 익숙한 평범함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니, 지금 매우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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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보는 아티스트와는 전혀 다른, 아티스트들이 바라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인터뷰들이었다. 우리 시대 문화예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 창작과 표현에 앞장서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고, 그들이 그리고 싶은 꿈을 뒤에서, 객석에서, 혹은 음원사이트에서 묵묵히 응원하겠단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나도 내 위치에서 진지한 태도로 나의 인생에 안정을 느끼게끔 해주는 직업을 생각해보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예술가들의 '직업'에 대한 고백과 자각에 동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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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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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까망이
    • 우리의 예술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니 인상깊었습니다. 직업인으로서의 예술가는 어떨지 체험해보고 싶고 따뜻한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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