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글 입력 2021.06.2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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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_표지(입체).jpg

 

 

어린 시절, 내게 있어 궁궐은 친숙한 곳이었다.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자주 방문하여 궁궐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교내 프로그램으로 해외 교환학생 홈스테이를 맡았을 땐 그들을 데리고 투어를 시켜주기도 했다. 당시엔 내가 정확히 어느 궁을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궐이 주는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난 것 같은 새로움과 고요함을 좋아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그러다 이사를 가며 자연스레 궁을 방문하는 횟수는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인들이 궁궐을 좋아하여 약속장소로 궁궐이 선택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한다. 그렇게 궁을 방문할 때면 여전히 궁이 주는 여유로움에 흠뻑 빠지고 만다.

 

그렇기에 궁궐은 내게 있어 어려운 곳이 아닌 친숙한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궁궐에 대해 잘 아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에 대한 답은 '아니요'다. 궁궐을 거닐기만 했을 뿐,  자세히 공부하려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나 'K-궁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고 적힌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궁궐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요즘의 감각으로 상상해보면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면 바로 회사 건물이 시야 중앙에 들어오는 구조니까. 조선 왕들도 이런 부분에서 현대인과 비슷한 불편을 느꼈는지 건물의 중심축을 조금씩 비틀려 사생활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창덕궁에 많이 머물렀다.

 

- p.38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경복궁의 지리와 이를 현대식으로 빗대어 설명한 글이 궁에 대한 정보를 현대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당연히 왕이 거주했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경복궁이 사실은 밖의 소란스러운 시장과 국가기관 청사, 임금이 눕는 자리까지 모두 일자로 놓여있어 눈 앞에 일터가 놓인 구조라니. 그래서인지 모범생에 가까운 세종만이 경복궁을 주궁으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두가지의 시선의 창경궁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전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날개를 펼치듯 늘어져 있는 모양의 한 창경궁은 함양문과 홍화문이라는 두 가지 대문을 가지고 있다. 책에 따르면 함양문으로 입장하면 잘 가꾸어진 화사한 화단과 괴석분 장식을 감상하며 궁의 주인된 기분으로 궁을 감상할 수 있고, 홍화문을 통해 내전으로 가면 궐에 방문한 손님의 시선으로 내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궁을 자주 방문하여도 역사적인 지식과 관심이 없으면 이처럼 궁을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딱딱한 주입식 교육으로 궁궐을 만나게 되면 아무리 흥미로운 이야기라도 귀에 안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비유와 김서울 작가만의 재치있는 문장으로 만나는 궁궐은 그동안 몰랐던 신기하고 흥미로운 사실들로 가득하다.


책을 통해 마주한 또 다른 사실은 궁궐에 구경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궁궐을 거닐며 건축물과 풍경은 바라보아도, 궁안에 위치한 돌과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지는 않았다. 궁궐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조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할 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책에서는 돌과 나무는 오랜 역사를 지닌 말 그대로의 돌과 나무와 함께 궐을 이루는 재료로써의 돌과 나무를 함께 소개한다.

 

책의 마지막은 궁궐의 물건으로 마무리된다. 전통회화를 전공하고 문화재 지류 보존처리 업무를 하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박물관과 유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 작가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비록 유믈의 이름은 외우기 어려울지언지 그 설명은 쉽고 가벼이 다가온다. 역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맞춤의 책이 될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다시금 궁에 방문하고 싶어진다. 궁궐의 예쁜 구석만 보여주려는 작가의 소심한 계획이자 계략은 적어도 필자에게는 통했다. 햇살 좋은 맑은 날, 도시 속 복잡함을 벗어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궁궐로 가 김서울 작가가 궁궐에서 찾아 글로 담아둔 아름다움을 직접 찾아다니며 새로운 시선으로 궁궐을 감상하고 싶다.

 

평소 궁궐이 가깝고도 멀게 느껴졌던 분들은 태정태세문단세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 이상하고도 흥미로운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김서울 작가의 사적인 궁궐 산책을 시작으로 필자를 포함해 책을 읽은 독자만의 사적인 궁궐산책 루트가 완성되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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