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란 속의 평화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아주 특별한 산책
글 입력 2021.06.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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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 하니'에 나온 한옥을 보았는가. 요즘 카페, 식당, 숙소 등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옥 컨셉'이다. 창경궁 야간 개장, 한복 입기 체험 등 사람들은 어딘가 모를 궁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 궁 산책을 하러 갔을 때, 역사적 사건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시간이 멈춘 듯한 여유로움은 사람들의 마음에 휴식을 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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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 들어가면 바닥에 울퉁불퉁하게 박혀 있는 돌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아스팔트나 철근 구조물이 아닌, 자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어 불규칙한 모양으로 배열된 돌들은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 끝을 찾아 걷게 된다.

 

가끔 이유 없이 만들어진 사치스러운 돌들, 그리고 당시에는 수호신들로 모셔지던 돌짐승들. 그것들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드림캐쳐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 같이 조상들도 궁 안에 안식처를 만들어 놓았다는 일종의 유대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궁을 구경할 때면 돌 구조물들을 먼저 보고는 한다. 어디가 어떻게 깎였는지, 그리고 어떤 곳이 불규칙적이며 규칙적인 부분은 왜 그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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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나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 전 방문한 경복궁 앞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역시 온갖 화려한 꽃장식들이 그려져 있었다. 당시 조상들에게 꽃은 우리가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선물하는 것 그 이상이었나 보다.

 

꽃무늬 벽지, 나무 장식, 익숙한 패턴 등 벽지 속에 자연을 박아넣은 듯한 모습이다. 또한, 궁 산책을 하면 진달래나 뽕나무 같은 식물들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세월을 넘어 궁 안에 평화를 조성하고자 한 조상들의 마음에 공감하게 만든다.

 

전주 한옥마을에 MT를 갔을 때, 대부분의 사진에 나무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사람들을 따라 나와 내 동기도 한복을 빌려 입고 나무들 밑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바닥에 흩날리는 꽃잎에서 과거의 향기가 풍겨져 오는 것 같았다.

 

이제는 도심 속에 지어진 한옥 마을이지만, 오래 전 심어진 나무에서 느껴지는 향수는 내가 조상들과 소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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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물관에 가지 않으면 조상들이 직접 사용하던 물건들을 보기는 힘들다. 코로나 때문에 내부 방문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고, 오래된 물건들은 귀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일상 속에서 보기는 어려우니까.

 

나는 이 책에 등장한 여러 유물 중에서 장신구와 폐물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현재는 패물 대신 집이나 돈으로 암묵적인 결혼 서약이 대신되지만, 당시에는 신랑과 신부가 사랑의 증명을 위해 사용하던 것이 그것 아닌가. 따라서 더욱 빛나고 세심하게 만들어진 장식들에 선조들의 미를 느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나는 도서나 유물 같은 것도 중요시하지만, 사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쓰였던 도구'에 집착한다. 노리개, 패물 등 오늘날 가장 변화가 큰 사물들 말이다. 그렇다면 과거 선조들이 오늘날 결혼이나 가사일 등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에는 어떻게 변했는지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물들은 나에게 역사라는 맥락 속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창조하도록 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광화문에 위치한 경복궁. 가장 혼잡스러운 곳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 다소 이질적이지만 본래 바쁨 속에서 느껴지는 안정이 가장 소중한 법이다. 따라서 나는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에는 경복궁을 찾는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이외에, 뒷쪽에 구멍 뚫린 돌만이 자리를 메꾸고 있는 나만의 비밀 장소. 그곳에 걸터앉아 쉬다보면 궁궐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마치 이 책처럼.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 이상하고 재미있는 궁궐 감상법 -
 
 
지은이 : 김서울
 
출판사 : 놀(다산북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95mm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1년 05월 18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306-3765-5 (03810)
 
 
김서울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
 
대학에서 전통회화를 전공하고 문화재 지류 보존처리 일을 하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박물관과 유물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 역사 성적은 엉망이었지만 유물을 향한 애정은(박물관과 유적 답사 횟수를 기준으로 하면) 남들의 세 배쯤 앞서 있다고 자신하는 문화재 덕후.
 
박물관에서 유물 앞 설명 카드를 읽는 대신 그저 물건을 감상하듯 재미있게 봐주기를 바라며 쓴 《유물즈》(2016)를 시작으로 《뮤지엄 서울》(2020) 등 박물관과 유물·유적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서울의 대표 유적인 고궁 역시 '조선왕조 500년'은 잠시 잊고 뒤뜰을 산책하듯 가볍게 거닐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썼다.

 


[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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