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화상을 통해 나르시시즘을 표현하는 예술가들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6.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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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대중매체는 완벽한 외모와 인품을 갖춘 - 것처럼 보이는 - 인물을 반복적으로 비춤으로써 매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환상적 자아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환상적 자아를 과연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대중매체에서 완벽한 인물로 소비되는 사람들을 따라 한다고 해서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그래서 이러한 궁금증을 필두로 미술사 속 다양한 자화상을 살펴보며 예술가들은 그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 그들의 자화상 속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등 세 가지 사례를 예시 삼아 알아보고자 한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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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El abrazo de amor de el universo, la tierra (México), yo, Diego, y el Señor Xolotl〉,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70x60.5cm, 멕시코 시티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으로 인식되었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28년간 그린 143점의 작품 중 자화상만 55점을 남겼다. 즉 프리다가 그린 전체 작품 중 3분의 1 이상이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프리다가 죽기 5년 전에 그려졌다. 죽기 직전의 프리다는 여러 번의 수술 실패, 그녀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의 반복되는 외도로 끝없이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이 그림에서 프리다는 멕시코라는 대지의 어머니로, 남편 디에고는 프리다의 아이로 그려졌다. 빨간 옷을 입고 있는 프리다의 목과 가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 뒤의 크게 표현된 프리다의 가슴에서는 젖이 흐른다.


이는 바로 그가 안고 있는 디에고에게 줄 음식이다. 프리다는 이 그림에서 크게 상처 입은 모습으로 표현됨과 동시에 몇 겹의 품에 안겨 있다. 이러한 포옹은 우주 만물의 상호 연관성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프리다와 디에고를 하나로 묶는 기반을 형성한다.


남편의 끝없는 외도에도 불구하고 디에고를 포기할 수 없는 프리다는 차라리 그를 자신의 아이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프리다의 의식이 이 그림에 표현됐음을 알 수 있다.


프리다는 그렇게 이상화된 자아 속에서 자신의 상처받은 자아를 보상받았다. 소아마비, 교통사고, 남편의 외도, 불임 및 유산 이 모든 고통으로 인해 현실과 불화를 일으킨 자아의식 속에서 정신만은 자신과 하나가 되길 바라며 그는 또 하나의 이상적 자아 '프리다 칼로'를 탄생시킨 것이다.


프리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나르시시즘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투쟁한 결과로써 자신의 생존을 위한 진실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다. 프리다는 “자화상을 그리는 이유는 나는 거의 혼자였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의 현실을 그린다.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린다는 것이며, 내 머리를 스쳐 가는 모든 것을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내면세계를 의식화하고 고통에 찬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프리다는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프리다를 만날 수 있었다.

 

 

 

클로드 카엥(Claude Cahun, 1894-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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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카엥, 〈I will never be finished lifting off all these faces〉

 

 

사진가이자 작가, 그리고 배우인 클로드 카엥(Claude Cahun, 1894-1954)는 분명하지 않은 정체성과 젠더 문제를 사진으로 표현한 인물이다. 카엥의 작업은 정치적임과 동시에 개인적이었으며, 고정적인 성 역할의 토대를 허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알렝 프레그(Alain Fleig)는 “클로드 카엥의 흥미를 끈 유일한 것은 자신이었으며 그가 타인에게 관심을 두는 방식은 자신을 통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편 권은미와 손기정은 “카엥의 자화상을 보았을 때 자신의 작품에서 전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표현한다는 것은 나르시스적인 자기애의 표현일 것으로 추측하게 하지만 카엥의 사진과 글에서 표현하는 자화상의 이미지와 주제는 자아의 붕괴 및 단절, 변형과 닿아있어 그가 그린 자화상도 단지 그가 쓴 여러 가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카엥은 자화상으로 본인의 자아를 보여주고자 하는 보편적인 자화상의 의도와는 달리 고정된 자아를 뒤집고 끊임없이 흩어지고 나타내는 것을 반복하며 변화하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카엥은 자신을 다양하게 연출하며 자화상을 통해 유동하는 자아를 표현한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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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 Shermen, 〈Untitled #302〉, 1994

 

 

미국의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작품에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과 ‘몸’을 주제로 한 셔먼의 작품은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보는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면 기괴한 분장을 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배설물 등과 함께 신체를 보여줌으로써 몸속의 또 다른 자아를 분출한다. 셔먼은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에서 절단된 마네킹의 몸과 정액, 혈흔, 토사물 등 신체와 관련된 불쾌한 액체 분비물들로 작품을 만들어 나르시시즘을 표현한다.


여기서 ‘아브젝션(abjection)’이란 정체성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성스럽고 모호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에서는 유아기에는 리비도가 정체되어 있다가 성장한 뒤 상징계로 나가게 되면 그 리비도를 타인에게 투사하게 된다고 말한다.


*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 제시되는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중 언어의 세계인 상징계로 들어서기 전의 유아는 자신과 대상을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불만을 모르는 아이는 어머니가 본인 덕분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욕망과 어머니의 욕망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에서 나르시시즘적 리비도를 발견했듯 라캉은 거울 단계의 상상계 구조 속에서 리비도와의 관계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아브젝션은 상징계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상상계와 상징계에서 방황하는 분열된 자아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디 셔먼은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대하는 상황에서 주체가 끊임없이 대상을 찾아 동일시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주체는 결국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고 분열되어 버린다.

 

*

 

이렇게 프리다 칼로, 클로드 카엥, 신디 셔먼의 자화상에 나타난 나르시시즘을 알아본 결과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 받기 위해 만들어낸 이상적 자아를 통해 보여주는 나르시시즘, 유동적인 자아로 표출한 나르시시즘, 그리고 분열적 자아로 표현한 나르시시즘까지 다양한 종류의 나르시시즘을 볼 수 있었다. 세 작가의 공통점은 모두 본인이 지닌 다양한 자아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환상적 자아 또한 결국 자신의 일부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꼭 현실의 내가 그와 똑같아질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신의 현실적 자아 외에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자아, 즉 자신이 되고자 하는 자아상이 있기 마련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자아상 중 주로 어떤 자아를 투영하고 있을까?

 

 

참고문헌

김인숙, 『자화상에 나타난 나르시시즘-뒤러와 프리다의 자화상을 중심으로-』, 대구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1

정예진, 『정신분석적 미술치료관점에서 본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분석』, 원광대학교 동서보완의학대학원, 2004

박경주, 『현대미술에서 나타나는 나르시시즘에 관한 연구: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표현한 작품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2012

권은미ㆍ송기정 외 15인,『현대 프랑스 문학과 예술』,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

스티븐 파딩 저, 박기훈 역, 『501 위대한 화가』, 마로니에북스, 2009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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