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확하기 위한 노력이 곧 사랑임을 [영화]

<A Star is born> 그리고 <정확한 사랑의 실험>
글 입력 2021.06.0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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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우리는 종종 논리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감정을 떠나 이성적으로 사랑을 바라보게 되면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형철 평론가의 글은 흥미롭다. 그의 평론집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담긴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A가 B에게 사랑을 말하는 순간, 사랑이 성사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B의 대답이다. 어떤 경우에 B는 ‘나도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게 되는가. B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에, 대답은 ‘응 나도 나를 사랑해’가 된다. 이 경우 A의 사랑은 B에게 자부심이 되어 돌아온다. 하지만 B가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되려 자신의 결여를 인지할 때, 대답은 ‘나도 너를 사랑해’가 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B의 결여가 채워지게 되는 순간 사랑은 끝이 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본질은 결여가 되는 것일까? 영화 'A star is born'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한다.

 

 


1. 잭슨 그리고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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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브래들리 쿠퍼)은 유명한 록스타이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의 내면은 곪아 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배다른 형은 잭슨이 자신의 꿈을 훔쳤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의 잭슨은 한없이 빛나지만, 무대 아래 그의 모습은 어두워 보인다. 그 명암의 차이를 잭슨은 술로 견뎌낸다. 앨리(레이디 가가)는 주방에서 일한다. 그녀는 가수를 꿈꾸지만,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외모가 가려지는 짙은 화장을 하고 드랙바에서 노래한다. 앨리의 공연이 끝난 후, 분장실에서 둘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2. 그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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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은 자신을 유명인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하는 앨리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앨리 또한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싸는 잭슨의 모습에 그와 가까워진다. 각자가 가진 결여를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둘의 사랑은 빠르게 깊어진다. 잭슨은 자신의 공연에 앨리가 노래할 수 있도록 무대를 내어 준다. 이는 앨리의 결여를 채워주기 위한 행위가 아닌, 그가 그녀와 노래하는 순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앨리 또한 잭슨의 어두운 과거를 개의치 않은 채 그를 사랑한다. 그들은 함께 노래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3. 관계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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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관계는 레즈(라피 가브론)의 등장에서 뒤틀린다. 업계에서 유명한 프로듀서인 레즈는 앨리를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앨리는 이에 응했고 스타가 되기 위해 자신의 노래가 아닌 상업적인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잭슨은 앨리를 걱정한다. 그는 그녀가 진정한 스타가 되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 자신의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잭슨이 가장 사랑하는 앨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앨리는 이런 잭슨을 이해하지 못한다.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잭슨은 다시 술을 가까이하게 된다. 결정적인 사건은 앨리의 신인상 시상식에서 발생한다. 앨리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도중 잭슨은 술에 취한 채로 무대에 난입해 그녀의 수상 소감을 망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잭슨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게 되고, 그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앨리도 그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예전처럼 잭슨과 노래하고 싶었던 그녀는 잭슨과 함께 투어를 가겠다고 레즈에게 말한다. 레즈는 거절했지만 앨리는 투어를 취소하겠다고 말한다. 레즈는 잭슨에게 찾아가 더는 앨리의 앞길을 막지 말라고 경고하고 그녀를 위해 그녀 곁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 잭슨 또한 앨리를 위해 자신이 떠나야 함을 알고 있다. 그녀가 삶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방식으로 그녀의 곁을 떠난다.

 


 

4. 타당한 슬픔


 

서두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자면, 이 영화의 서사는 스타가 된 후 변한 여자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결여가 채워지자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랬을 때 앨리의 눈물에서 우리는 슬픔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에 슬픔을 느꼈다면, 위의 논리로 둘의 사랑을 온전히 해석하기 어렵다.

 

서로의 결여를 느끼며 사랑을 시작했다는 점은 논리에 부합하지만, 결여가 채워진 후에도 그녀는 잭슨을 떠나지 않고 사랑했다. 이는 바쁜 와중에도 늘 잭슨을 걱정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단지 그녀는 잭슨이 필요로 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을 뿐이다. 그녀는 잭슨을 사랑했으나 정확하게 사랑하지는 못했다.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한 잭슨은 술로 그 아픔을 이겨내려 했고, 앨리는 그의 아픔을 너무 늦게 눈치챈 것이다. 이 시선에서 보면, 잭슨이 떠난 후 앨리의 눈물은 사랑의 실패에서 비롯된 눈물로 보인다. 죄가 아닌 실패를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기에, 그녀의 눈물에 슬픔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5. 정확하기 위한 노력이 곧 사랑임을


 

결국, 사랑의 본질이 결여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논리는 잭슨과 앨리의 사랑을 해석하는 데에 실패했다. 사랑에 대한 해답은 사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하나의 논리만으로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처럼 오답을 낳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논리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변해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이 곧 사랑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안균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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