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토스카의 탄식과 절규 [공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글 입력 2021.06.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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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나의 장르를 생각하는데 떠올린 생각의 가짓수는 많지 않았다. 어렸을 적 만화책으로 읽었던 '오페라의 유령', 나는 아직도 팬텀의 묘한 매력이 잊히지 않는다. 그 어린 나이엔 팬텀과 크리스틴의 관계를 이해하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냥 이런 이야기가 공연으로 이루어진다면 공연이라는 창작의 영역과 나의 현실세계과 숨 가쁘게 교차할 것만 같은 생각이었다. 팬텀이 내뱉는 문장들을 그의 바로 옆에서 듣는 기분이었고, 오페라라는 장르를 머릿속으로 구현하지도 못했지만, 관객이 되는 경험을 잠시나마 해볼 수 있었다.

 

이후엔 모차르트를 좋아하게 되면서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를 듣게 되었다. 이때 어떠한 창작물을 만들 때든 이름을 매력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마술피리'까지. 여전히 문외한이었지만 제목이라는 첫인상에서 느껴진 아우라는 나의 기대치를 미리 충족시켜주었다.

 

이 정도다. 나의 세계에서 오페라는 어린 동심에서 출발한 하나의 짧은 필름이고, 정말 오랜만에, 뜻밖의 기회에서 오페라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정체를 모른다는 혼란스러움에서 탄생하는 호기심과 즐거움이었다. 나의 만남은 푸치니로 예약되었지만, 그 만남을 부추긴 것은 어린 시절 팬텀과의 기억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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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낭만과 절망 속 명곡의 향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푸치니의 토스카의 가장 대표적인 아리아다. 노래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설렘과 낭만의 향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토스카의 내용은 고문과 살인, 음해와 성적인 욕구와 같이 살벌하고 끔찍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노래하는 사랑과 낭만은 더욱 애절하고 슬프게 느껴진다.

 

작품의 이야기는 스카르피아라는 경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 토스카를 사랑하게 된 스카르피아는 그녀를 손에 넣고 싶어 하지만 카바라도시라는 예술가와 이미 사랑을 나누고 있던 토스카를 가질 수 없었다.

 

180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담고 있는 오페라 '토스카'였기에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몰아세운다. 마침 카바라도시는 자신의 동지인 '안젤로티'가 탈옥을 하자 자신의 별장에 숨겨주었고, 결국 스카르피아는 자신의 연적 카바라도시를 체포해 고문하는데 성공한다.

 

토스카는 평소 돈을 밝히던 스카르피아에게 뇌물을 주려 하지만 애초에 스카르피아의 목표는 토스카의 몸이었다. 토스카의 고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선 앞에 서 있는 끔찍한 괴물에게 몸을 허락해야 한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바로 그녀의 극한의 고통과 심리적인 압박 속에서 탄생한 노래다. 예술에 인생을 바치고 열렬한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표현하며 가혹한 삶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을 원망한다.

 

결국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의 거래에 응한다. 카바라도시의 석방과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한 통행권을 얻은 후 그녀는 책상 위에 놓여진 칼로 스카르피아를 찌른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 사이를 방해하는 존재는 사라졌지만, 카바라도시를 처형하는 척을 하라던 스카르피아의 명령은 유령처럼 남아있었다. 토스카가 카바라도시에게 달려가 거짓처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간수들의 실수로 카바라도시가 사망하게 된다.

 

토스카는 절망한다. 스카르피아에게 '하느님 앞에서 보자' 라는 말과 함께 성 안젤로 성벽에서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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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토스카


 

오페라 '토스카'는 오페라 중에서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작품으로 꼽힌다. 남녀노소가 불문하고 보기엔 선정적인 장면들이 존재하나, 지루하지 않게 오페라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 토스카에선 작품 특유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주인공의 결말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작품이 귀결된다고 할지라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웅장한 무대배경의 조화는 배우들과 관객들을 감정을 공명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말하라면 뮤지컬은 안무와 노래가 섞여 있다는 점, 오페라는 주로 정적인 상태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 그리고 전문적으로 미학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은 힘들겠지만,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가 섞여 있다면 오페라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한다는 점이겠다.

 

2시간 30분 남짓의 긴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스카는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페라를 향유해보고 싶지만, 내적인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보다 즐겁고 흥미로운 스토리의 오페라를 향유하고 싶다면 토스카를 보기를 추천한다.

 

 

포스터-오페라토스카-13.jpg

 

 

 

정용환 컬처리스트.jpg

 

 

[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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