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냥 하니까, 입으니까 괜찮아 보이던데 [패션]

이건 제가 지금까지 해 본 머리색인데요,
글 입력 2021.05.28 06: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10527_231037819.png

 

 

 

제 화려한 염색 이력을 소개합니다


 

위 사진이 무엇인지 알아보겠는가? 바로 약 1년 동안의 내 머리색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2019년 겨울, 오른쪽 아래의 보랏빛 회색을 시작으로, 새해맞이 진보라색, 봄맞이 파스텔 핑크, 여름맞이 파스텔 블루, 여름방학 맞이 주황색, 가을맞이 보라네이비 투톤 컬러까지. 사실 지금은 또 다른 머리 색의 소유자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쨍했던 색깔이 빠지면서 사이사이 블론드, 민트 같은 중간색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사진은 교양 수업 과제를 위해 만든 것이다. 나는 자기소개를 준비해야 했고, 1분 이내에 나만의 특색을 살려 발표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민이 늘어갔다. 그리고 결국,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저기, '나' 하면 딱 생각나는 게 뭐야?

-너? 아무래도 염색?

 

1년 동안 내 머리색이 변하는 걸 몇 번이고 봐 온 친구들에게, 나는 이미 '화려한 머리색'으로 각인된 것이다. 그렇게 머리색을 소재로 해서 자기소개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당일 학우분들과 교수님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나를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은 종종 말한다. "야, 너 이 정도일줄 몰랐어..." 그도 그럴 것이, 경험해 본 결과 길거리에서 혼자 머리가 빨갛거나 파란색이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나는 그저 웃어 넘기곤 한다.

 

 

 

제가 원래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요


 

그렇다고 내가 본래 튀는 걸 매우 즐기거나 개의치 않아 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스스로 소개하자면 '은은한 관종' 정도랄까. 많이 나아졌지만 남들 시선 신경 쓰는 것으로는 뒤지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나 고민을 할 틈도 없이, 과정은 단순했다. 대학생 시절에 탈색 한 번 정도는 해 보고 싶었고, 다음 색을 고민하던 차에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으로부터 보라색을 추천받았다. 밝은 톤이 아니라 크게 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난 보라 머리가 되었다. 그다음은 너무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물론, 내가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이 긴 염색 여정을 계속해서 떠나고 있는 것에는 내가 어떤 색을 하고 나타나든 잘 어울린다, 예쁘다 말해주는 주변 사람들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색을 거치고 난 뒤 가끔 '나는 어떤 색이 가장 잘 어울렸어?'라고 물으면, '다 잘 어울리는데?'라는 고마운 답변을 내놓는 친구들이 있다.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하고 다니니까 그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는 거야~"

 

머리색이 점점 과감해지면서 내 옷 입는 스타일도 덩달아 더 자유로워졌다. 이것도 입어보고, 저것도 입어보고. 예쁘면 나한테 어울릴지 말지를 걱정하기보다 일단 입어봤다. 물론 기쁨이 충만해지고 옷이 쌓일수록 통장은 비어 갔지만!

 

그리고 색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은 나에게 가끔 친구들은 (고맙게도) 묻는다. '넌 이런 거 어떻게 잘 어울려?'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입고 다니니까 그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는 거지~"

 

 

 

무조건 퍼스널컬러에 따라야 할까?


  

사실 나는 '퍼스널컬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나는 여름 쿨톤이다) 물론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도 좋고, 대외적으로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가끔 퍼스널컬러가 지나치게 자신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을웜톤으로 판명된 친구가 좋아하던 핫핑크색 물건들을 멀리하기 시작했을 때, 보자마자 덥석 집어 든 립스틱 색이 자신이 퍼스널컬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쉽게 내려 놓아야 했을 때.

 

되돌아보면, 염색할 때도 난 '내가 어울릴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이번에는 이 색이 하고 싶어서, SNS를 하다가 발견한 색이 예뻐서.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했는데 안 어울리면, 어쩔 수 없지. 다시 머리를 기르고, 다시 염색을 하면 되니까 괜찮다. 나에겐 나를 내 마음대로 꾸밀 자격이 있다.

 

그러니 말하고 싶다. 여러분 하고 싶은 거 다~하세요!

 

 

[이건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53912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10.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