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은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주는 '무브 투 헤븐' [드라마]

글 입력 2021.05.29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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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질 법도 한 마스크는 여전히 답답하고, 맘 편히 삼삼오오 모여 노는 것도 힘든 이 시기에 각광받는 건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드라마, '자극적인 쾌감'을 가진 드라마였다. 사실 이 두 요소는 바늘과 실같은 관계다. 더 큰 사이다를 주기 위해선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하나의 드라마 회차를 보고 나면 금방 피로해지고, 재밌게 봤지만 다시 찾아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친 파도만 가득했던 드라마 바다에서, 잠시 잔잔함이 찾아왔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 이다.

 

이 드라마는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그 잔잔함 속에서,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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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식 포스터

 

 

죽은 사람은 과연 말이 없을까. 우리가 좀만 더 죽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직 어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지만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유품정리사 '한그루(탕준상)'가 아버지(지진희)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손님인 삼촌 '조상구(이제훈)'와 함께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다.

 

'악취가 나니 빨리 끝내고 가라', '집값 떨어지니 빨리 치워라', '유품은 필요 없고 돈은 없냐', '시체 청소부냐' 등 유품정리사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들에도 불구하고, 그루는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고인의 흔적들을 하나씩 담아낸다.

 

그루의 든든한 지원군인 '나무(홍승희)'도 합세하고, 이런 걸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삼촌 상구도 어느새 같이 그루의 유품 정리를 돕는다.

 

무브 투 헤븐에서 유품 정리를 한 뒤 반출할 쓰레기들을 전담해서 수거해가는 '주택(이문식)'까지. 모두가 꺼리는 유품 정리를 덤덤하게 해내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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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식 스틸컷

 

 

무브 투 헤븐은 고인의 유품 정리를 하면서 고인의 못다 한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고인을 대신하여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공장 산재 피해, 재난, 데이트 폭력, 갑질, 파양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지만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부터, 노인 고독사 및 동반 자살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 편재되어 있는 동성애 이야기까지.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는 이슈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다. 있는 그대로 고인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그루의 모습은 에피소드 속 고인들과 나는 다른 사람들임에도 나의 삶까지 이해해 주고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무브 투 헤븐은 그러한 사회 문제들에 부딪혀 좌절하는 자들이 단순히 직접적으로 연관된 고인뿐만 아니라, 고인의 주변인들, 고인이 사랑하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꼬집는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문제들의 직접적 피해자에는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 피해자 주변에 준 상처는 깊이 들여다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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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식 스틸컷

 

 

고인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응원하고, 고인의 진심을 대신 전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루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이사를 어떻게 돕는지, 아버지의 마지막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지나친 자극에 익숙해있던 일상에서 무브 투 헤븐이 찬찬히 걸어가는 모습에 흠뻑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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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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