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싹에 대한 짧은 단상

새싹과 나
글 입력 2021.05.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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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선물을 받았다. 간편하게 키울 수 있는 씨앗 키트로 흙부터 씨앗과 임시 화분 등이 모두 함께 구성된 선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포이드로 방울방울 물을 주고 자기 전에는 또 얼마나 자랐나 지켜본다. 거의 1시간 마다 들여다보는데, 그때 마다 모습이 조금씩 달라져 있으니 얼마나 빠르게 자라나는지 알 수 있다. 잠깐 사이에 새로운 싹이 나온다. 또 잠깐 사이에 햇빛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이제 막 새싹인 만큼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자라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러나 그만큼 연약하다. 슬쩍 내린 뿌리는 얇은 실처럼 조악하게 흙을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툭 치기만 해도 뽑힐 것만 같다. 또 하루만 물을 주는 것을 잊으면 고개를 숙이고 마르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나 약해 보이는데, 자연에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보다 강한 걸까. 어찌되었든 이 새싹들은 우리 집에 왔고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굳이 자연의 혹독함을 재현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이 작은 것들에게 때에 맞추어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주며 더 가득 자라나면 집도 옮겨 줄 것이다. 비록 식물이지만 나와 만난 것이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예쁘게 보듬어주는 것 또한 내 의무리라.

 

요즘의 나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 혼자 일어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에 든다. 혼자 있건 아니건 간에 일상은 늘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난히 자주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 약하던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잔병치레가 더욱 잦아졌다. 왜 이럴까 싶으면서도 그저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고는 했다. 사실 원래도 그리 튼튼하기만한 몸은 아니었고 예민한 성격도 사실이기에 그저 늘 그렇던 일들의 연장으로 여겼다.

 

그러다 자라나는 새싹들을 바라보니 문득 나는 어떻게 지내오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당연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늘 잘 좀 챙겨 먹으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인사말로 건넨 밥은 먹었냐는 말에 너무 자주 ‘아직’이라고 답을 해서 일까. 내 주변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내 끼니를 챙겨준다. 왜 그렇게 매번 물어볼까 싶다가도 내 생활을 돌아보면 납득이 갔다.

 

매번 음식을 찾아 먹는 성향이 아니거니와, 혼자 있다 보니 끼니를 놓치기 일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금 있다가 점심이나 먹자 하는 생각에 아침을 거르고, 할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좀만 더 하다가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점심을 거른다. 그렇게 하루에 한끼만 먹는 일이 빈번했고, 먹는 한끼 마저도 좋게 말하자면 간단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부실하게 먹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이와 함께 밥을 먹을 때와는 다르게 혼자서는 신경 쓸 이유도 없었고 허기도 빨리 느끼지 못했다.

 

새싹들에게 물을 주던 와중 내가 생각났다. 이 작은 생명들에게 나는 매일매일 적정량의 물을 준다. 또 햇빛을 잘 볼 수 있게 위치를 바꿔주거나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낮과 밤으로 들여다보며 잘 자라고 있는지 또 튼튼해보이는지 확인하곤 한다. 왜냐면 내가 아니면 새싹들을 챙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내가 아니면 누가 챙겨줄 수 있을까? 결국 그 또한 나 뿐이다. 새싹들은 하루만 물을 주지 않아도 바로 흙이 마르고 기운이 없어지는 것이 눈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하루이틀 대충 챙겨 먹는다고 그다지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눈에 보이게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아파서 쓰러 지지도 않는다. 잘 먹는 날은 또 잘 먹으니까, 그래서 더 소홀했다. 별 다른 차이가 없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날 챙길 사람이 나 뿐이라는 것을 떠올려야 했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해준다고 해도 그들이 나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말을 듣고 나에게 강제할 수 있는 사람도 나 스스로다.

 

이제 잊지 않고 싶다. 새싹을 챙기듯이 나 또한 챙겨야 한다. 새싹에게는 나 뿐이듯이 나에게도 나뿐이다. 사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점심을 거른 상태인데, 서둘러서 먹으러 가야겠다. 한번 거르는게 별 일이 아니라면 한번 챙겨먹는 것도 별 수고가 아니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럼 이만 먹으러 가며 글을 마무리 해 본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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