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반려 동물과 반려 인간의 사계절 [미술/전시]

<同行:WALK WITH ME>展을 감상하며
글 입력 2021.05.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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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예전과 달리 애완동물이란 단어가 잘 쓰이지 않는다. 단순히 즐거움을 얻으려 동물을 기른다기보다는, 친구이자 가족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개념을 함축하는 용어인 '반려 동물'이 보다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저 기억이 흐릿할 뿐인 유아 시절을 제외하고는 전혀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기에, 일상적 삶에서 수많은 순간들을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같이 지내며 나란히 나이를 먹는다는 게 과연 어떤 기분일지 문득 궁금해지고는 한다. 주변의 여러 사례를 보면 반려 동물과 함께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개인이 체감하는 행복감의 강도가 유의미하게 심화되므로.

 

실은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감은 긍정적 정서가 얼마나 자주 찾아오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생에서 흐르는 시간의 속도가 상이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않고 반려 동물과 충실하게 추억을 쌓아나가다보면 유한적 수명 차이에서 오는 상실감이 자연히 극복되는 걸까.

 

*


나처럼 반려 동물, 특히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의 형태가 궁금하다면 크래프트온더힐 갤러리에서 4월 29일부터 5월 15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심수연 개인전 <同行:WALK WITH ME> 전시를 관람해봐도 좋다.

 

심수연은 시오에(chioet&)라는 공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섬유 작가로, 펠트 소재의 강아지 인형 작품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있으며 의상 또한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다.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작가의 창작시가 눈에 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건강하게 살자

맛있는 것 먹자

매일매일 산책하자

 

실수해도 괜찮아

소파 따위 뜯어도 괜찮아

새벽에 깨워도 괜찮아

조금 짖어도 괜찮아

할 말이 있으면 해야 되잖아 

 

완벽하지 않아도 돼

나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지금 그대로 충분히 완벽해 

너의 길지 않은 삶을 내가 지켜줄게 

너는 함께 있어주면 돼 

같이 걸어주면 돼"

 


자신의 반려 동물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나열한 시로 각 구절마다 강아지를 향한 아낌없는 사랑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는 현대의 삶을 고군분투하며 살아내느라 상당히 지친 우리들이 내심 듣고 싶었던 말들이기도 하다.

 

일상에 치여 잠시 망각하였을 뿐, 행복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사소한 일에 기뻐할 줄 알며 몸과 마음 둘 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주변 세계에 애정어린 시선을 간직하는 것.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인식하며 삶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한 첫 걸음은 스스로와 타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여 주인과 동물의 의상을 선보인다. 의상의 소재와 톤, 그리고 장식들을 통해 어느 계절의 풍경인지 유추할 수 있으며 관람객은 마치 실제로 산책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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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따뜻한 색상들을 선호하는지라 가을 섹션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적한 단풍길을 소중한 강아지와 단둘이서만 차분히 거느리는 기분이랄까.

 

춥지 않게끔 강아지 인형에게도 목도리를 둘러준 작가의 섬세한 배려가 와닿았으며 이런저런 일들로 위축된 내 마음에도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누군가와 계절감을 이리 밀도있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나에게도 언젠가 이런 동반자가 생기기를.


"내가 강아지를 돌봐주지만, 오히려 돌봄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존재 자체와 눈빛으로 행복과 위로를 주는 우리 강아지들과 살다보면, 어느새 반려견과 견주의 관계가 아니라 삶을 동행하는 동반자 같은 관계가 더 어울린다는 마음이 커져있다." -심수연 작가노트 中


항상 우리만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세상의 모든 강아지들을 위한 전시, 심수연 개인전 <同行:WALK WITH ME> 많은 관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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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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