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지막에서 빛나는 '우리'의 사랑 - 슈퍼노바 [영화]

여기, 우리의 별이 머물렀다.
글 입력 2021.05.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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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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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최고의 친구이자 사랑하는 연인으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옆에서 그를 돌봐주며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샘은 예전 추억이 남아있는 캠핑카를 타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터스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기도 손에 쥔 지도의 길을 살펴보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을 믿지 않는 터스커와 달리 샘은 기계의 목소리를 따라 지도 속 길을 나아간다. 둘은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으면서도, 터스커의 악화되는 병세로 인해 짙은 어둠과 그 이면을 감도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영화 설명에서 ‘마지막’ 여행이라는 점을 이미 언급해놓았다. 그들의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의 마지막을 우리에게 미리 알려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들의 감정을 따라 점차 고조되어간다.

 

 

 

별이 죽으면 그 이후에 더 빛나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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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인 슈퍼노바(Supernova)는 초신성을 의미한다. 네이버 천문학백과에 따르면 어떤 항성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매우 밝게 빛나는 특별한 별이 초신성이라고 한다. 영화 설명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죽음을 암시하고 있었기에 터스커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터스커와 샘의 캠핑카가 도착한 곳은 샘의 누나 릴리의 집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가족과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긴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터스커가 미리 써두었던 편지를 샘이 낭송하게 된다.

 

사라지는 기억들에 대한 고백과 함께 자리한 이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터스커는 우리가 모일 수 있었던 건 옆에 있는 샘 덕분이라는 말을 전한다. 파티에 함께 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적은 글은 그의 마지막 유언과 같은 느낌이었다.


파티는 무르익었고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졌다. 샘은 친구인 팀에게서 터스커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터스커가 여행 내내 가지고 있던 상자를 열어보게 된다. 한편, 터스커는 릴리의 딸 샬롯과 마당에 앉아 밤하늘을 보며 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터스커는 어두운 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위치를 찾고 그들의 파편들이 인간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슈퍼노바의 특성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밝은 빛을 내고 사라지는 별의 마지막 그리고 별의 파편들은 우리가 된다는 말은 은유적으로 초신성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의미는 터스커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뜻한 것은 아닐까.


 

 

나도 별을 찾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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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열었던 터스커의 상자 속에는 샘의 이름이 가득 적힌 종이와 함께 노트, 테이프 그리고 액체가 든 병이 있었다. 스스로 짐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터스커는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샘은 터스커를 사랑했기에 끝까지 그와 함께하고 싶어 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터스커와 샘이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다른 결정을 내렸던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내비게이션을 따라갈 때부터 두 갈래의 길에 놓여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들의 여행은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과 사랑, 그리고 상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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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하늘에서 별을 찾고 싶었던 샘은 터스커와 함께 죽음을 선택한다. 테이프에 녹음했던 내용대로 샘이 콘서트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동안 터스커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 같다. 샘의 생기를 잃은 눈과 어딘지 결연해 보이는 표정, 정적인 분위기에서 아마도 그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샘을 둘러싼 어둠에 그가 빛을 잃어버린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가 들려주는 피아노의 선율은 초신성이 폭발하기 직전 최대로 밝은 빛을 띠는 것만 같았다. 또한, 잔잔한 그의 연주 위로 짙은 어둠이 깔리고 별들이 차례로 하나씩 빛나면서 밤하늘과 같은 화면을 가득 수놓는 장면은 마지막에서 빛나는 그들의 사랑을 잔잔하고 고요하며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둘의 마지막 파편들은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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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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