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가 세상을 망쳤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

Who killed the world? 세상을 망친 자들을 향한 여성들의 외침
글 입력 2021.04.0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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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액션 영화는 주로 남성의, 남성을 위한 장르로 인식되고 발전해 왔다.

 

그 안에서 여성 캐릭터는 영화의 서사와는 상관없이 남성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하는 존재로 재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007> 시리즈나 <트랜스포머> 등의 시리즈만 보아도 여성 인물은 주변부의 보조자로 기능하거나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남성 인물을 유혹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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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5년 개봉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하 <매드맥스>)는 가히 액션 영화의 전통에서 벗어나, 퓨리오사와 5명의 브리더(Breeder)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세우며 여성 중심의 색다른 액션 영화의 장을 열었다.


<매드맥스>는 기존의 윤리 질서가 무너지고 억압과 질병의 확산으로 엉망이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혼란' 그 자체의 세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 <매드맥스>는 현재를 바라보는 명징한 통찰을 통해 날카로운 시의성을 보여주고, 눈을 사로잡는 액션 장면에 이를 자연스레 녹여내 통쾌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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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서사는 독재자 임모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자유를 찾기 위해 여정을 시작하는 사령관 퓨리오사와 임모탄의 다섯 브리더(breeder)들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초반 노예로 자유를 빼앗긴 채 아기를 낳던 그들은 ‘We are not things’(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Who killed the world?’(누가 세상을 망쳤지?)라는 말을 벽에 새기고 임모탄에게서 도망친다. 영화 속 브리더들은 순종적이고 유약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자유를 위해 가부장적 권력에서 벗어나 기꺼이 이에 대항한다.


그들은 자유에의 욕망을 따라 정조대를 끊어버리거나 직접 총을 잡고 싸우는 등 주체적으로 저항하고 행동한다. 때때로 아이를 가진 자신의 몸을 방패막으로 세워 다른 여성 인물들을 지키며 성적인(sexual)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의 몸이 아닌 남성 권력에 의한 ‘전쟁터’로서 자신의 몸을 무기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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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브리더뿐만 아니라 이들을 이끄는 퓨리오사 또한 여타 액션 영화 속 여성 주인공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퓨리오사는 팔 한쪽을 잃었지만 건장한 남성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지 않으며, 리더로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직접 행동한다. 이는 영화 내에서 주변부에만 머무르던 여성 인물에게 리더의 직책을 맡기고, 그를 중심부로 옮겨 액션 영화의 새로운 범주를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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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여정을 함께 하는 남성 인물 맥스는, 영화 속 여성 인물을 억압하는 다른 남성 캐릭터와 달리 억압적 자세를 배제하고 연대와 공존의 자세를 취하며 조력자로서 그들의 저항을 돕는다. 그는 자신 또한 임모탄의 무자비한 권력의 희생자임을 깨닫고, 여성 인물들과 같은 목표를 위해 동료로서 함께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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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여성 리더에게 퓨리오사(Furiosa), 다섯 명의 브리더들에게는 알고 있는 자를 뜻하는 ‘Knowing’, 가능성을 뜻하는 ‘Capable’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름과 그에 맞는 성격을 부여해 여성 인물 또한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남성 권력에 대한 그들의 저항 의지와 행동력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며 주체적 인간으로서 여성의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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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내인 브리더들의 몸은 가부장에 종속당하고 유린당한 몸이자, 자신들의 처지를 깨닫고 적극적인 무기로 활용되는 몸이기도 하다.

 

가정 폭력, 가스라이팅에 노출된 여성의 심리 상태를 보여줬던 치도(Cheedo the Fragile)와, 여성 억압의 근원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생식 기능과 여성성을 전복시켜 무기로 활용한 스플렌디드(The Splendid Angharad)의 몸이 그러하다.

 

이것은 모성과 여성성을 찬양했던 페미니즘 조류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는 액션 장르에 여성 서사와 페미니즘을 녹여내 남성 위주였던 액션 영화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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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퓨리오사를 통해 강인한 여성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퓨리오사와 다섯 명의 브리더들, 그들이 겪는 여정 안에서 다른 여성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그들이 찾는 어머니의 땅인 ‘녹색의 땅’이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된 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유린했던 착취의 땅으로 되돌아가 남성 권력에 파열을 내는 결말을 통해 진보할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드러내는 '희망적인' 액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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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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