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해지세요 - 타인의 친절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해요
글 입력 2021.04.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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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꿈을 안고 찾아오지만,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는 뉴욕.

그곳에서 서로를 발견한 여섯 사람의 이야기


 

 

 

한 번도 뉴욕에 가본 적이 없는 클라라(조 카잔)는 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두 아들과 함께 뉴욕으로 향한다. 갑작스러운 뉴욕 행으로 인해 돈도 머물 곳도 없이 뉴욕의 이곳저곳을 떠돌게 되는데, 그런 클라라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타인들이 있었다.


클라라를 제외하고 뉴욕에서 아무 관련이 없는 완벽한 타인으로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먼저 우연한 기회로 러시아 식당의 매니저가 된 마크(타하르 라힘)와 그 식당의 주인인 티모피(빌 나이), 식당의 단골이면서 용서 모임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간호사 앨리스(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나온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매번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제프(케일럽 랜드리 존스)와 식당 매니저 마크의 절친한 친구이자 용서 모임 참가자인 변호사 존 피터(제이 바루첼)도 있다.


이들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어떠한 계기로 만난 서로를 조금씩 도와주며, 온기를 전하고 희망을 찾아간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해요


 

1차 포스터.jpg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타인이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고 각자의 희망을 찾기까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서로 어떠한 계기를 통해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 순간 방황이나 거절 혹은 남편이라는 장애물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등장인물 간의 연결점을 잇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현실에서 아무 관련 없는 타인이 만나 서로 관계를 쌓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교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영화 전개에 있어 필연적 인연이 관람자에게는 자연스러운 우연으로 비추어질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영화적 허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섯의 등장인물이 교류하게 되는 계기나 사건이 조금 빈약하게 느껴졌다. 러시아 식당이라는 공간이 영화 소개에서도 나와 있듯이 중요한 장소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인과 소통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은 중반을 넘어선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인공 클라라의 경우 오랜 시간을 들여 뉴욕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충분한 서사를 가지고 타인을 만날 수 없어 보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멀리 떨어져 있어 연결될 수 없다고 느낀 것은 클라라와 제프였다. 갑작스러운 뉴욕 행으로 거리를 떠돌게 된 클라라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쫓겨난 제프는 같은 노숙인의 처지이지만 길거리에서 만난 적은 없으며 서로 도움을 받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너무 멀리에 있어 이어지지 못한다면 타인의 친절이라는 범주에 속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기에 클라라와 제프는 영화의 메시지에 응답할 수 없는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친절 - 스틸컷(1).jpg

타인의 친절 스틸컷


 

하지만 감독이 어수선하게 풀어져 있는 클라라와 제프의 관계를 복고풍 의자와 분수 등을 이용한 미장센으로 아주 단단히 묶어버리는 장면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직장에서 해고된 제프는 잘하는 일이 뭐냐는 상사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 있던 의자를 창밖으로 집어 던진다. 이를 클라라의 두 아들이 뉴욕에 도착한 첫 장면에서 줍는다. 하지만 머무를 곳이 없기에 의자는 필요 없으니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놔두자는 클라라의 말에 그들은 의자를 두고 간다.


미리 말하자면 이 의자는 영화 후반부에 클라라의 변호를 맡은 존 피터의 사무실에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의자에는 클라라가 앉는다.


잘하는 일이 없는 분노와 절망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던져진 의자가 처음 뉴욕에 와서 들뜨고 기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이들의 손에 닿았다. 그러나 스쳐 지나갈 뿐 계속해서 거리에 있을 것이라는 암시가 담긴 말에 움찔하게 된다.


의자가 뉴욕의 거리에 있는 동안 제프와 클라라 모두 거리에서 방황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나와 서로 모르지만 같은 자리에 있다. 둘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타인의 친절을 받아들이고 또 건네기도 한다. 직접적인 교류는 없으나 의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다.

 

 

타인의 친절 - 스틸컷.jpg

타인의 친절 스틸컷


 

그럼에도 여전히 타인인 그들이 은유적으로 서로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은 의자라는 미장센에 분수가 포함되었을 때이다. 교회에서 얼어붙은 분수를 보다가 잠이 들어 의식을 잃은 클라라의 둘째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제프가 병원에 연락한다. 추위에 얼어버린 분수의 물줄기가 꼭 타인에게 둘러싸인 클라라의 상황과 심경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분수는 곧 제프에 의해 재가동되어 다시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를 기점으로 클라라는 앨리스와 마크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추적으로부터 몸을 피하고, 둘째 아들은 무사히 클라라의 품으로 돌아온다. 타인의 친절을 받아들인 클라라는 마크를 통해 존 피터를 만나 남편을 가정 폭력으로 소송을 진행한다.


이때 존 피터의 사무실에 들어와 그 의자에 앉은 클라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로써 공허하고 무관해 보였던 ‘타인의 친절’은 클라라와 제프를 통해 영화의 앙상블을 완전하게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타인이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친절을 베풀며 온기를 나눠가는 [타인의 친절]은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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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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