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술의 발전이 음악에 미친 영향 [음악]

글 입력 2021.04.01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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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듣고 있는 대중음악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시대적 변화가 있었다. 내가 100년 전을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음악 스타일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 100년 뒤를 예측할 수는 없다.


음악을 포함한 문화예술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에는 그에 따른 원인이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음악이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된 것에는 녹음 기술의 발전이 있었고, 미국의 팝이 대중음악의 주류가 된 것에는 라디오의 등장이 있었다. 이 일이 20세기 초중반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거의 100년이 지난 현재의 대중음악이 존재하게 된 것에는 어떠한 원인이 있을까? 무수히 많은 시대적 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전자 악기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뽑고 싶다.


만약 전자적으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우리가 듣는 대중음악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쿠스틱 음악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음원 차트만 보더라도 전자 악기를 사용한 음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자 기술을 통해 프로듀서, 엔지니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러한 전자 악기가 보편화될수록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하위 장르도 늘어나면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즉, 전자 악기의 대표적인 특징은 실제 악기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리는 음색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술적인 면도 포함하고 있다. 볼륨이 작아졌다 커지는 것, 음정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 등 다양한 연주 기법도 버튼 하나를 통해 입력된 알고리즘에 의해 구현해 낼 수 있다.

 

세상에 그 어떤 뛰어난 피아니스트도 연주할 수 없는 굉장히 빠른 박자의 아르페지오 역시 단순한 조작 몇 개로 손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베링거 사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인 'MS-101'을 연주하는 모습.

연주자가 직접 원하는 음색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의 영상처럼 한 음만 연주해도 다른 음까지 연주되어지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전자 음악 기술이 발전하면서, 연주자가 연주할 수 없는 것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이러한 음악을 위한 연주자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라이브 무대에서는 귀로 듣는 음악만큼 눈으로 보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이러한 라이브 무대에서도 최근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와 함께 컴퓨터가 함께 무대에 올라 구현할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형적인 전자음악 장르인 EDM 공연 역시, 악기 연주의 형태보다는 디제잉 형태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전자 음악의 발전도 그리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틀즈의 음반 녹음 과정에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으며, 20세기 후반은 디스코, 테크노 등 전자 악기 기반 댄스곡의 전성기라 불릴 만큼 크게 성행했었다. 그렇다면 현재 변화 중인 시대에 기반한 앞으로의 음악 스타일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다음 영상은 올해 초 방영했던 SBS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작곡으로 AI와 인간이 대결을 펼친 장면이다.

 

 

 

 

가수 홍진영이 승자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첫 번째 곡인 인간이 작곡한 음악을 선택하며 ‘익숙한 것을 이길 수 없다.’라 말했다.


나는 결과를 알기 전 음악만 들었을 때, 인간이 작곡한 음악이 AI가 작곡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인간이 작곡한 곡으로 예측했다. 나 역시 첫 번째 곡을 익숙하다고 느꼈고, 두 번째 곡을 신선하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나의 예측과 결과는 정반대였다. 익숙한 것은 AI의 작곡 방식이 인간에 의해 학습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반면 신선한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AI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AI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무섭기도 한데, 어쩌면 새로운 것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에 문화예술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패널로 출연한 김상욱 과학자는 ‘창작하는 AI는 예술 영역의 확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말했다. 전자 악기의 발전이 댄스 음악의 부흥을 이끌었듯이, AI와 인간이 협업하여 만들어 낼 새로운 음악을 즐겨들을 날이 머지않았다.

 

 

 

이호준컬쳐리스트.jpg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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