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단호한 행복 - 불확실한 사회의 생존 철학

글 입력 2021.03.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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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늘 중시하는 '행복'이란 단어와 '불확실한 사회'라는 현실을 보고 향유를 했고 철학과 연결된 내용이라는 사실에 잠깐 놀랐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렇게 책을 선택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니, 수험생 시절 공부했던 철학과는 다르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초반부터 나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중략) 특히 몸, 인간관계, 경력, 평판, 재산은 늘 뜻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 p.47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에게 지금 삶이 어때? 라고 물어본다면 과거보다 행복해! 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지금은 내 인생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대 때는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리라 생각했다. 대학 입시, 친구가 가장 중요했던 시간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내 마음대로 된 것이 없었다. 다 된다고 생각한것이 틀어지자 나는 엄청나게 큰 상처를 받았고 좌절했다. 그리고 많이 고통받았다.

 

20대 초중반까지도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 기준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큰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이 마음이 조금씩 비워지고 있었고 그 후에 나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삶을 집중할 수 있었다.

 

절망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 p.96

 

참 직설적인 말이지만 사실이다. 절망하고 오는 우울감과 슬픔은 스트레스가 됐고 내 일상을 쥐고 흔들 만큼 강력하다. 감정에 의해 내 일상이 동요되는 것을 계속 지켜보면 해야 할 일도 제때 할 수 없기 마련이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다루는 것은 오로지 내 인생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절망보단 희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남들을 의식하기보다 혼자 조용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 p.149

 

과거에 내가 이 문장을 봤다면 '아 알아. 누가 이 말을 몰라? 근데 마음처럼 안되는걸 어떡해!' 하면서 언짢게 봤을 거 같다. 그만큼 나에게는 타인을 의식하는 일이 당연했고 많이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타인보다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서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내가 공부했던 철학 속 학자들이 나왔지만 그들의 이론을 이렇게 작가의 시선과 함께 읽은 책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과거보다 더 많이 현실적이고 단순해진 나지만 아직도 이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기까지는 더 많은 마음 수양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사실 정말 냉정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인 만큼 이 냉정한 곳을 열심히 걸어가며 중간중간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너무 현실적이라서 차갑기도 했으며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따뜻하기도 했다.

 

내가 가는 길에서 내가 혼란스러울 때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봐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인가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가장단호한행복-표지띠지(입체).jpg

 

 

지금 우리는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생긴 전 세계적 혼란은 물론 경제 불황, 전세난, 취업난 등 무거운 소식이 매일 이어진다. 저축, 내 집 마련 등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경쟁과 생존이 필수가 된 사회에서는 타인에 시선이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도 어렵다. 삶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불확실한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가장 단호한 행복>은 불안한 오늘을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를 말하는 책이다. 미국의 철학자인 저자 마시모 피글리우치는 "온전히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이성(理性)뿐이다. 우리의 판단, 의견, 목표, 가치관 그리고 결심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직장, 돈, 인간관계와 같은 외부의 요소는 늘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온전히 우리 손에 달린 것들에 집중해야 어떤 일이 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오늘날에 맞게 적극적으로 재해석했다. 에픽테토스는 원래 노예였다가 로마 황제의 멘토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로, 고난 속에서도 자유와 평온을 추구했다.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은 중세시대에는 수도사의 영혼 수련 지침서로 유명했다. 조지 워싱턴, 애덤 스미스, 벤저민 프랭클린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사상가와 정치인들이 늘 곁에 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현대인의 삶과 갈등을 두루 살펴 이 오랜 고전을 실용적으로 다듬었다.
 
이 책은 《엥케이리디온》을 바탕으로 한 53개의 짧은 지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의 목표를 어떻게 세울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예기치 못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 삶의 크고 작은 상황을 가정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예시와 간결한 문장으로 철학을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 대한 험담을 했다면 그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상대방의 생각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대상에 신경을 쓰면 스스로 타인의 노예가 되는 것과 같아진다. 남에게 사랑받는 대신 스스로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우정, 사랑, 사회생활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부유하지 않다고 해도 그런 것들은 외부의 영역이기에 우리 내면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평가하는 척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떠한 조건과 상황에서도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과 분별력이 중요하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의 관심과 욕구를 내면으로 현명하게 돌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53가지의 마음 훈련을 하다 보면 진정한 행복은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의 손에 달려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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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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