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펜트하우스'를 보며 드는 생각 [드라마]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통해 본 드라마 '펜트하우스'
글 입력 2021.03.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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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다. 펜트하우스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아내의 유혹>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다. 펜트하우스는 입시 문제,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빈부 격차, 사랑과 갈등, 배신 등 매우 다채로운 동시에 자극적인 스토리로 극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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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시즌 2 포스터(출처 SBS)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이야기!

- 프로그램 소개 中

 

 

필자는 지독한 덕후기질이 있기 때문에, 한 드라마를 진득하게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혹여나 드라마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트하우스를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주위에서 한 번쯤은 물어보는 질문들, "펜트하우스 봤어?"라는 물음표에 갸우뚱거리다 결국 매주 금요일 밤에 동생과 어머니가 틀어놓고 보는 펜트하우스에 나도 입성해버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주일을 이 작품 기다리는 낙으로 살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마성의 드라마다. 소위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매회 빠르게 전개되는 기상천외한 스토리에 황당함과 놀라움의 탄성을 지른다. 도무지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를 예측할 수 없어서 필자는 "다음 주에는 안 봐. 내가 다시 보나 봐라!"라고 하지만, 결국 다음 주 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거실에 앉아 입을 벌리고 작품을 시청한다. 이 드라마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불닭볶음면과 같다고 생각한다. 단맛과 매운맛을 끊임없이 오가며 미각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불닭볶음면처럼, 이 작품도 시청자들의 넋을 완전히 놓아버리게 만드는 자극성이 높다.


각설하고, 필자는 드라마 '펜트하우스' 열풍 속에서 평범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본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는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펜트하우스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로 본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를 보다 문득 사회비판을 다루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이 떠올랐다. 그의 작품에서는 부르주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이라는 실존이 겪는 모순과 갈등을 다뤘다. 작품의 등장인물인 고통받는 여인 '센테'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녀의 본성인 '선(善)을 행하기를 포기해야 했다. 반면 그녀는 '슈이타'라는 새로운 인물로 변모해 담배 가게 주인으로 지위 상승을 하여, 타인을 착취하고 해치는 동시에 생존과 번영이라는 모순을 선택했다.

 

브레히트의 시선에서 센테가 악랄하고 냉철한 슈이타로의 변신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의 인간성 또는 됨됨이가 변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녀가 살아가는 사회구조의 왜곡되고 분열된 특성이 기형적인 데 그 이유가 있었다.

 

 

"무대의 막은 내렸으나 모든 의문은 미해결이군요. 인간이 달라져야 할까요, 아니면 세상이 달라져야 할까요? 자 어서 결말을 찾아보세요."


- <사천의 선인> 中에서

 

 

브레히트는 <사천의 선인>을 위와 같은 대사를 통해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는다. 즉 서사의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관객이 직접적인 현실 비판과 성찰을 할 것을 유도한다. 이는 영화 사전에 따르면 '소외 효과'라는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고안한 극작 기법. 마르크스 이론을 극작에 적용한 것으로 친숙한 환경과 대상을 낯설게 보이게 함으로써 일련의 효과를 노리는 미학 전략이다. 소외 효과의 목적은 객관적 세계와의 거리 두기를 통해 비판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극적 환영을 깨뜨림으로써 무대 위의 사건에 대한 새롭고도 낯선 태도를 갖게 한다.


- 네이버 영화 사전 '소외 효과'

 

 

필자는 펜트하우스가 2021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궁금했다. 그 사색의 여정에서 브레히트의 작품과 그의 '소외 효과'를 떠올렸다. 그리고 펜트하우스 또한 대중들로 하여금 이 사회의 부조리함과 갈등에 대해 비판적인 또는 낯선 태도인 '소외 효과'를 경험하도록 유도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즉 <사천의 선인>의 마지막 대사처럼, 매 회마다 보여주는 <펜트하우스>의 다이내믹한 갈등과 분열의 양상도 마찬가지로 '모든 의문은 미해결'된 상태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판단과 예측은 온전히 다음 화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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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의 기획의도에 따르면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마찬가지로 작품의 등장인물은 그런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광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그 여정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거나, 타인을 착취하거나 폭행하거나, 누명을 씌우거나, 기만 및 거짓을 일삼는 것은 그들에게 고민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소외 효과'에 따르면 필자와 같은 시청자들은 <펜트하우스>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갈등 양상과 치열한 권력 투쟁을 마주하며 평범한 현실에서는 마주하지 못할 극적인 상황을 '낯설게' 볼 것이다. 그리고 부조리하고 냉정한 극 중 가상 세계와 보편적인 선과 도덕이 표상되는 현실 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펜트하우스>를 쉽게 끊지 못한다. 매 회마다 보편적인 도덕 가치와 신념이 붕괴되는 스토리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과연 각 에피소드가 어떤 의미를 드러내는지 고민하고 질문하는 여정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시즌 2의 전개에서 극중 인물 '천서진'이 살인 혐의를 받는 그녀의 딸 '하은별'의 치부를 덮기 위해 타인에의 기만 및 거짓으로 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일삼는 것을 보았다. 이때 필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때론 이성과 도덕을 요구받는 인간 사회의 룰을 가볍게 짓이길 수 있는 강력한 본성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단지 본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올바르지 못한 사랑의 방법과 부도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주단태'가 자신의 부와 재산을 늘리기 위해 '천서진'을 수단으로 일삼고 폭행과 감금을 일삼는 에피소드를 마주하며, 인간이 무절제한 욕망 앞에서 이성을 잃었을 때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비극과 필연적인 악(惡)의 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느끼곤 했다. 이와 같이 <펜트하우스>를 통해 선과 악의 대립, 보편적인 윤리와 도덕의 붕괴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해서 깊은 사색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은 그 기획의도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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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중파 3사의 방송을 쉽게 접하는 시청자들이 비단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 및 청소년도 있음을 고려하면 본 프로그램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TV 채널에서 가장 접근이 쉬운 공중파 3사 방송이라면 아이들이 <펜트하우스>의 애청자가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실제로 필자의 9살과 12살 사촌동생들은 본 작품의 광팬이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교육적이지 못한 19금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삼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


펜트하우스는 시즌 2 종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인기에 힘입어 올해 시즌 3도 방영될 계획임이 밝혀졌다. 매 회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논란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 끝나지 않을 이 여정에서, 앞으로 이 작품이 보여줄 행보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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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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