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녀들의 티타임 - 홍차 리브레 [만화]

글 입력 2021.03.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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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말하자면 단연 티타임을 꼽겠다. 따뜻한 차 한 잔과 맛있는 디저트가 함께 하는 시간의 여유로움이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은 소중한 일상의 루틴이다.

 

혼자여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된다. 테이블 위에서 오고가는 다양한 이야기는 교차로와 같다.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인간관계가 생겨버린 우리가 다시금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따뜻한 티타임과 마음이 교차하는 웹툰 <홍차 리브레>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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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들의 이야기


 

<홍차 리브레>는 일과 꿈, 사랑 사이에서 헤매는 여자 세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차영과 소보리, 구슬아가 그 주인공이다. 세 명은 교복을 입던 시절에 만나 서른이 되어서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벌써 10년도 넘은 우정이지만 이들의 성격과 상황은 많이 다르다.

 

분홍색 머리의 홍차영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꿈꾸던 일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행복한 삶은 아니다. 고객에게 극찬을 받은 드레스임에도 상사에게 실력이 없다며 무시를 당하거나 공을 가로채이기도 한다. 정말로 만들고 싶은 디자인의 드레스 역시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 번번이 수정하기 일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그녀이지만 마냥 약한 성격은 아니다. 디자이너답지 않은 옷차림이라고 지적을 받아도 이건 자신의 개성이라며 아기자기한 플라워 패턴과 원색의 옷을 즐겨 입는 그녀는 아이 같은 순수함과 강단을 지닌 인물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연보라색 머리의 소보리는 7년 전 남자친구와 함께 개업한 작은 카페의 제빵사로 일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던 빵을 구울 수 있어 행복한 나날들이었지만 갈수록 변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마음이 떠난 것을 직감한다.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말 사랑했던 과거의 그들과 7년이라는 긴 시간에 미련이 남아 혼자 끙끙 앓는다. 결국,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고 이별을 고한 그녀는 카페를 나와 새로운 회사에 지원한다. 하지만 결국 면접에서 떨어지고 다른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회사 팀장의 눈에 띌 정도로 수준급의 제빵 실력을 갖추었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보이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다.


검은색 머리의 구슬아는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고 있다. 사장의 회식 권유에도 당당하게 거절하는 강단 있는 성격을 지녔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그녀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에도 섣불리 자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그리고 헤어진 소보리를 걱정해 음식까지 싸갈 정도로 다른 사람을 챙길 줄 안다. 이렇듯 매력적인 성격과 예쁜 외모에 종종 고백도 받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집안과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연애를 멀리하며 지내왔다. 우연히 자신이 인테리어를 맡은 가게의 사장이 지금껏 자신을 배려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둘은 연인이 되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임신을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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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른 주인공들은 언제든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장소는 상관없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소보리가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나 구슬아가 임신 소식을 전할 때, 아무 일이 없을 때도 이들은 함께 모여서 맛있는 것을 나누고 대화를 한다. 마음도 함께 나눈다.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민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사원과 비교함으로써 일할 자극이 된다고 믿는 사장, 새로 들어간 직장의 텃세, 결혼과 나이에 대한 은근한 압박, 업무와는 관련 없는 옷차림과 성격에 대한 압박, 문득 떠오르는 옛 연인의 기억 등등. 직장을 다니는 여자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이 그려져 있다. 이렇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면서도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감내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그 시기를 버텨낸다. 멋진 어른으로 자리잡을 줄 알았던 서른. 여전히 건재한 현실의 벽은 안타까운 공감을 자아낸다.

 

 

 

2. 작가의 시선


  

작가 꼬모소이의 시선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다. 이렇듯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를 직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부드러운 그림체와 작가만의 특별한 생각을 담은 대사로 위로를 건넨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들을 기록으로 남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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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테는 내가 사각형 새장에 갇혀 있는 걸로 보이지 않을까요? 이 사각형 안에 머무르며 안도감을 느끼는 나는 이미 현실에 길들여진 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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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은 일확천금의 행운 대신 스스로에게 선물한 일명 럭키 데이. 매년 달력 위헤 무작위로 6개의 날짜를 정하고 그 날이 오면 먹고 싶은 케이크 맘껏 먹기, 약간의 사치 같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행복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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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까 한다는 그말... 나한테 하지 말아줘. 그냥 나를 손님처럼 대해줘. 7년 된 사이가 아니라 7초 된 사이처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웹툰의 제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답변했다.

 

 

‘홍차’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의미를 가진 주인공, 홍차영의 별명입니다. 차영이는 다른 두 친구에 비해, 큰 변화 없는 매일매일을 살아가지요. 우리의 흔한 매일처럼요.


리브레는 스페인어로 자유로움을 뜻합니다.

 

20-30대 시절은 젊음, 자유로움이란 단어가 함께 연상되지만 막상 그런 것들을 온전히 누리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매일 속에서 자유를 찾는 여정이란 의미로 <홍차 리브레>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커다란 행복을 찾고 실현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으로 느껴져 약간은 씁쓸한 마음이 든다. 혹자는 소확행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행복의 기준치를 낮추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떻게 행복이 항상 거창할 수 있겠는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무언가가 행복의 씨앗이 된다면. 덕분에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일을 살아갈 가장 큰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소확행과 같다. 거창한 재미가 있지는 않아도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티타임과 같은 작품이었다. 어디선가 분투하고 있을 또 다른 주인공에게 잔잔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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