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양과 서양의 연결, 동방견문록 [도서/문학]

글 입력 2021.03.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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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내가 본 것의 절반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마르코 폴로는 임종 직전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동방견문록」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세계의 서술」은 마르코 폴로가 27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면서 보고 겪었던 사실을 기록한 책이며 현대에 와서는 대표적인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의 서술」을 읽으며 왜 이 책이 대표적 고전 작품으로 남아있고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또한, 마르코 폴로가 말한 세계가 무엇인지, 「세계의 서술」에 담긴 내용이 과연 사실일지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동방견문록이 '고전'인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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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고전이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의미한다. 즉, 무조건 오래된 작품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사고를 하는데 영향을 주면서 일종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작품이 고전이다.

 

마르코 폴로의 「세계의 서술」은 당시 유럽인들에게 중국, 서아시아 등을 소개하여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계기가 되는 등 지리상의 발견에 큰 역할을 하였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한정적이었던 세계에 대한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방과 발견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변화가 이후 전 세계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므로 꾸준히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동방견문록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베스트셀러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전달해 주고 낯선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다. 동서양의 연결의 시작인 동방견문록은 현대에서도 여러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영향력을 보이는 동방견문록은 당연하게 고전의 위치로 인정된다.

 

 

 

결코 쉽지 않은 고전, 어떻게 읽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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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세계의 서술」을 어떤 방법으로 읽어야 더욱더 잘 와닿을지 고민해 보았다.

 

독서란 단순히 주어진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읽는 활동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텍스트의 의도와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세계의 서술」은 마르코 폴로가 여행을 통하여 보고 발견한 점을 정리한 책이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어진 정보를 단순히 읽는 정도에서 독서를 멈춘다.

 

하지만, 「세계의 서술」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방식을 통해 읽는다면 마르코 폴로의 제작 의도를 한층 더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란 제작자의 제작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 나가면서 제작 의도를 찾아 나가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읽어나가며 왜 마르코 폴로는 8부분 (서편,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대 칸의 수도, 중국의 북부와 서남부, 중국의 동남부, 인도양, 대초원)으로 구분을 했는지, 왜 하필 중국의 특정 풍습을 기술하였는지 제작 과정을 추측하며 제작 의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동방견문록은 상상 속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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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을 통해 「세계의 서술」을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사실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자료조사를 통하여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대다수의 유럽인들이 「세계의 서술」의 내용을 믿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르코 폴로를 거짓말쟁이로 비판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너무나 다른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마르코 폴로가 진짜 중국에 다녀왔는가?”라는 의문에 더하여 “마르코 폴로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는가?”라는 저자의 존재에 대한 의심까지 다양한 질문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마르코 폴로는 실제로 존재했으며 그의 여행을 바탕으로 「세계의 서술」이 서술된 사실을 인정하는 쪽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동방견문록에서 발견한 3가지 의문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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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관심을 끈 부분은 마르코 폴로의 「세계의 서술」에 대한 의문과 비판의 근원이었다. 왜 이런 의문이 발생했을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조금 더 구체적인 자료조사를 하였고 「세계의 서술」에 대한 의문의 근원을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로 마르코 폴로가 정말 중국에 갔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이유는 「세계의 서술」에 보고했어야 마땅한 것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서양인이 처음으로 중국에 방문했을 때 만리장성, 한자, 인쇄술, 여성의 전족과 같은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면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모두 기록되어 있지 않다.

 

두 번째, 중국 문헌에서 마르코 폴로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마르코 폴로의 주장대로 그가 황제의 칙사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중국에서 지냈었다면, 중국의 서적에는 당연히 그가 남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는 마치 없던 사람처럼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서술」은 낯선 풍습과 도시, 나라의 묘사에 감정 개입이 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카물은 탕쿠트 주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 주에는 도시와 성이 많고 위대한 칸에게 예속되어 있다’ 와 같이 수백 페이지 이상 설명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내용을 서술했다면 이런 식의 서술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는 다른 문헌을 보고 베꼈을 경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진실과 거짓은 과연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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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서술」을 읽으며 이처럼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매우 즐거우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과연 이 고전이 사실일지 아니면 거짓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르코 폴로의 저작 여부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세계의 서술」이 지닌 고전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정리하자면, 내용이 거짓일지라도 당대인들의 세계에 대한 시야를 확장시켰으며 후대에 성경만큼이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도서이기에 이제 와서 사실이냐 거짓이냐를 따지는 물음은 시대에 뒤처진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떠하든지 「세계의 서술」은 현존하는 위대한 고전이자 선조로부터의 선물이다.


  

[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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